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부 326화 로리에 탈환작전(1)
    2023년 04월 16일 11시 41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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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잘못했다는 자성의 마음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불합리함을 한탄하는 마음. 그 사이사이에서 멍하니 있을 시간 따위는 내게 없다.

    "좋은 아침, 로리에. 어젯밤에 잘 잤어?"

    "네.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수면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라왔니까요"

    "역시 로리에. 아침식사 하자."

    "그럼 제가"

    "그럴 필요 없어. 넌 더 이상 메이드가 아니니까."

    "아니요. 저는 도련님의 메이드입니다. 당신의 아내가 아닌."

    "...... 괜찮아. 갑자기 받아들여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네가 마음을 정리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테니까. ...... 후후, 기다릴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

     외모는 닮았지만, 속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내가 있던 세계와 다른 세계의 동일인물이라는 그에게 속아 이 세계로 데려왔을 때, 최소한의 설명을 들었다. 그 역시 호크 골드임을. 이 세계의 나와 결혼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말하길, 뱃속의 아이와 함께 나를 잃었다고 한다. 사인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세계의 나를, 이 세계의 나를 대신하기 위해 납치할 정도로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심각한 무언가가.

    "로리에. 네가 호크 골드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어. 한동안 너를 관찰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네 세계의 호크가 네 감정에 부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정말 어리석은 짓이야. 너 같은 멋진 여자의 호감을 짓밟는 건 남자답지 못한 짓이지."

    "이봐, 로리에. 나랑 타협하지 않겠어? 보시다시피 나는 네 세계의 호크 골드와 같은 존재야. 그리고 너를 깊이 사랑하고 있어. 언제까지나 보답받지 못하는 불모의 짝사랑에 빠져 있는 것보단, 너를 좋아하는 나로 갈아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그걸 불륜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왜냐면 둘 다 똑같은 나니까."

     아니야. 절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당신이 아니다. 설마 또다시 도련님의 모습을 한 사람의 앞에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내가 아는 도련님은 사랑을 면죄부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다. 당신은 내 남편이 아니다.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병이 들었나, 망가져 버렸나. 부드러운 표정과는 달리 눈빛에 광기를 품고 있는 그의 불쾌감을 사는 것이 지금은 득이 되지 않는다고 물리적으로 반항하는 것은 참아내고 있지만, 제 것인양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는 그의 앞에서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이 세상의 올리브 님이나 버질 님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면 이 세상의 그들은 도련님에게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짜 도련님...... 아니, 가짜 호크 골드에게 속아 이 세계로 끌려왔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낯선 메이드들이었다. 이곳은 브랜스턴 왕국의 왕도 내에 있는 새 집이라고 한다. 이 세상의 나와 그,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예정인 아이까지 셋이 살기 위해 지어진 새 집이다.

     죽은 내가 다시 나타난 것에, 미녀들로 구성된 메이드들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웃으며 응대하는 것도 섬뜩했다. 마치 도련님이 5살 때 계단에서 넘어지기 전의 나으리처럼. 도련님의 모든 것을 웃으며 긍정하는 이 기괴한 모습은 분명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임신을 했다는 이 세상의 내 신변을 돌보게 하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예쁜 시녀들이 가득한 새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는 점도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을 느낀다. 적어도 한 두 명 정도는 남자 하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애초에 그가 호위병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돌아다니는 모습 자체가 이질적이다. 크레슨 님과 카가치히코 님은 어떻게 된 것일까.

    '......'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홍차와 내가 좋아하는 왕도의 전통 디저트 숍에서 주문한 가을 한정 케이크. 내가 있던 세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맛의 그것을 입에 넣으며 생각한다.

     지금쯤 도련님은 내가 가짜 도련님에게 납치된 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내밀고 계실까. 그렇게 믿고 싶다. 설마 이제와서 버림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의 12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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