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부 324화 사랑이란 마음대로 안 되는 것(2)
    2023년 04월 16일 10시 3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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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은 안 괜찮아 보이는 남학생이 한 명 있는 것 같지만, 뭐, 괜찮다. 연애의 세계는 빠른 자가 이기는 법이다.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 고백한 딜 군은 대단했다. 그것 뿐인 이야기다. 간혹 어떤 분처럼 후발주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긁어모으는 망나니가 있긴 하지만, 그건 예외이니 논할 가치도 없다.

    "그래서? 뭘 먹으러 가는 거야?"

    "모처럼 바스코다가마 왕국까지 왔으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겠어요."

    "그래? 나는 싸구려 가게만 아니라면 뭐든 상관없지만."

    "아~, 그럼 제가 추천하는 가게는 안 가는 게 좋겠는데요?"

    "딜 군, 저렴한 가게와 싸구려 가게는 똑같지 않으니까 괜찮아."

    "옙!"

    "어떤 가게니?"

    "아, 예 장모님! 싸고 양이 많고 맛있는 정통 카레 가게가 있슴다."

    "저도 몇 번 가봤지만, 맛있는 곳이에요."

    "어머, 좋지 카레! 나, 본고장의 콩 카레를 먹고 싶어, 콩이 듬뿍 들어간 걸로!"

     마리의 남자친구가 꼭 딜 군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마리의 남자친구가 딜 군이 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가 발휘한 용기, 성실하고자 하는 선의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동생의 남자친구 같은 건 절대 엮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던 나도 지금은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거다.

     누군가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영원히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결국 뭔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다.

    "그럼 다들 나중에 봐요!"

    "저도 이제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실례하겠슴다! 그럼 나중에!"

     마리, 히비스커스, 딜이 떠나고 남은 것은 우리 부부와 호위 두 명뿐이었다.

    "어쩔까요? 축제가 끝날 때까지 무대를 바라볼까요?"

    "난, 목이 말라서 뭐라도 마시고 싶은데"

    "그럼, 카페라도 가자. 학생들이 여장 메이드&남장 집사 카페를 열고 있다고 하니까."

     안내지를 넘기면, 어디서 무엇을 파는지 교내 지도가 적혀 있다. 목적지인 여장 메이드&남장 집사 카페라는 곳을 향해 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와 아빠에게 뜨거운 시선이 쏟아졌다.

    "저거, 호크 골드님 아니야?"

    "정말 멋져! 실물을 처음 보지만, 초상화보다 훨씬 더 빛이 나네요!"

    "아! 저 다리에 볼을 비비고 싶어! 그가 신는 신발을 신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정말 그림 같은 가족이야. 저 수인들이 방해가 되긴 하지만..."

     오? 말했겠다? 라고 화를 내고 싶지만, 오늘의 나는 기분이 좋으니까 노이즈 캔슬링 마법으로 차단하는 정도로만 참아주자. 훗, 외부인 놈들, 푹신푹신의 가치를 모르다니 불쌍하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부정하는 놈이 그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을 리가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주공, 실례하겠스므니다."

    "용서한다!"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끌어안아 목마를 태워준다. 멀리서 나와 독수리 아빠의 미모(?)에 반한 사람들의 작은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마법으로 차단되어 우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후후후 당신도 사람이구만 그래, 아무리 신경 안 쓴다고 해도, 저렇게 말하면 기분 나쁠 수밖에 없지.

    "그럼, 카페로 가자!!!"

    "그래, 출발."

     이렇게 우리 사이가 좋다고 어필하는 나와 카가치히코 선생님. 그런 우리들을 보고 미소 짓는 부모님과 올리브. 멀리서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 하지만 뭐, 나를 어깨에 업고 다닐 수 있는 것=근거리에서 밀착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나라라는 것도 신기하네. 만약 이것이 이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그랬다면 꽤 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치켜세우면 안 되는 거겠지, 분명.

     ...... 그러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를 노려보던 그 시선. 저게 정말 일개 학생다운 살기를 뿜어낼 수 있는 눈빛이었을까. 아무리 마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딜만 없어지면 좋겠다고 그를 원망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살의를 품을 수 있을까?

     그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 알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며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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