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부 324화 사랑이란 마음대로 안 되는 것(1)
    2023년 04월 16일 10시 39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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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R이라는 장르가 있다. 빼앗다, 혹은 빼앗기다. 간단히 말하면, 연인이나 배우자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누군가의 연인이나 배우자를 빼앗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같은 반 좋아하는 여자애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귀기 시작하면 빼앗기는 것일까? 빼앗긴다고는 말하지만, 원래 네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BSS라는 장르다.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의 약자로, 그 의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얌전해 보이는 남학생이지만, 화를 내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상을 발로 차는 정도의 충동으로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소시민적인 그는 마리가 유학 왔을 때부터 좋아했던 모양이다.

    "젠장! 젠장! 마리! 왜 그런 녀석에게!"

      숨을 헐떡이며, 할 수 없는 분노를 주먹에 담아 눈물을 흘리는 소년 A.

    "왜냐고! 왜 내가 아니야! 젠장! 젠장!"

     보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나는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기모노 옷자락을 잡아당겨 빈 교실 문 앞을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이야~ 청춘이네."

    "청춘이므니다."

     어린애의 연애에 진지해져서 뭐하냐고 비웃지 마라. 사춘기인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눈앞의 연애야말로 인생의 한가운데다. 첫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만큼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소중한 인생 경험 중 하나일 거라며 지금의 나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진심으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부러워. 그렇게까지 열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내 인생에 없었으니까."

    "뭐. 주공도 아직 17살. 아직은 아직 멀지 않았스므니까?"

     하하, 사실은 정신연령은 태어난 지 벌써 33년이 지났지만! 외모는 10살짜리 아이처럼 성장이 멈춘 상태고!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정말 뒤죽박죽인 상태인 것 같다.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첫사랑은 어땠어요?"

    "음, 부끄럽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마을 어귀에 살던 과부에게 반해버렸스므니다."

    "어? 과부라면 미망인을 말하는 거죠?"

    "그렇스므니다. 13살에 시집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사별한 그녀가 뿜어내는 색기에, 묘한 설렘을 느꼈스므니다. 그러나 사실 색기는 그녀가 죽은 남편을 대신해 시아버지의 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우와아"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시골 공동체는 무섭다면서,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에 맞장구치는 나. 본인은 오히려 그리운 듯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어딘지 모르게 그늘진 여색의 뿌리는 거기서 비롯된 것일까?

     뭐, 자살한 선배의 유령에 무심코 끌리게 된 나의 첫사랑에 비하면 아직은 훨씬 건전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거네, 남의 첫사랑의 추억 따위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카가치히코 선생님처럼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버질이라든가, 병사의 올리브라든가, 불길한 아이로 태어나 철이 들기 전부터 유폐되어 자란 이그니스 님은 비교적 대형 지뢰가 깔려 있는 것 같고.

    "꽤나 일찍 돌아왔지만, 괜찮았나?"

    "응. 흔한 청춘의 한 페이지였어."

    "그런가."

     그 남학생이 첫사랑 때문에 흉악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나중에 딜 군과 마리에게 액막이 방어 마법이라도 걸어 놓아야겠다. 청춘은 때로 아픔을 동반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당사자들에게는 둘도 없는 존재다. 외부에 있을 뿐인 내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서로 부딪히든, 그대로 남몰래 짝사랑을 묻어두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특권이다. 남에게 지나친 폐를 끼치지 않는 한.

    "오라버님. 지금 학교 축제가 끝나면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뒷정리나 뒷풀이는 괜찮겠어? 가족끼리 식당에 가면 그때 반 친구들이 다 같이 해산~하는 상황이 되면 어색할 것 같은데?"

    "뒷정리는 다음주 화요일에 하고, 뒤풀이도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 혼자 빠진다고 해도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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