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눈길과 수군거림을 뚫고 체육관으로 돌아오니, 부모님과 호위 올리브, 그리고 마리의 남자친구 딜 군이 안내지를 한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뒤쪽부터 올리브, 엄마, 아빠, 나, 딜 군,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순서로 앉아 어느 반에서 하는 연극의 클라이맥스를 바라보며 마리의 반의 차례를 기다린다.
"오, 시작한다!"
"마리! 힘내~!"
"열심히 해~!"
드문드문 나오는 박수와 가족들의 응원과 함께 막이 열리고, 멋지게 차려입은 학생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금발과 백발이라는 행운의 상징이며, [가슴만 빼고 나머지 부분에 지방이 제대로 붙으면 더할 나위 없는 미인이 될 텐데] 라고 아쉬워하는 마리는 아무래도 여성 파트의 중요한 부분을 맡게 된 것 같다.
뭐랄까, 그래, 평범하네. 절세의 미성이라든가, 천사의 목소리라든가, 기립박수 불가라든가, 그런 건 없고, 보통의 학생 수준에서 보통으로 잘 부르는 합창이 체육관에 울려 퍼진다. 마리가 노래하는 모습은 콧노래 정도만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제대로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노래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긴장한 기색도 없는 것 같고.
"마리, 열정이 넘쳐."
"그래."
미소녀다운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자니, 점점 흥이 오른 건지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파워풀한 목소리에 관객들이 다소 압도당하고 있다. 열기가 고조된 것은 마리 뿐만이 아니었다. 열심히 연습한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라 그런지, 동기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 기세로 세 곡을 부르며 마리의 반의 무대는 끝이 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체육관에 울려 퍼진다.
"아버님! 어머님! 오라버님!"
"오, 마리!"
"마리! 잘했어!"
"저거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발표가 끝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막이 내린다. 관객들의 흥이 아직 식지 않은 가운데, 히비스커스와 함께 이쪽으로 합류한 마리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리! 아름다웠어! 정말 빛났어요!"
"딜! 기쁘다!"
대담하게도 대중 앞에서 딜 군과 포옹하며 기뻐하는 마리. 아빠는 헛기침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길래 튀어나온 배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내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는 아빠. 엄마도 풋풋한 커플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때였다.
"앙?"
"주공."
"응, 눈치챘어, 눈치챘어."
날카로운 적의. 찌르는 듯한 시선이 멀리서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나와 카가치히코 선생님, 올리브, 그리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이글 아빠. 남들보다 더 남의 적의나 악의에 민감하다. 히비스커스는 어떤가 하고 옆에서 올려다보니, 눈치채고는 있지만 방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늘 마리 곁에 있는 그녀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괜찮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견쟁이 오빠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한 번 발휘해 본다.
"올리브, 모두를 부탁해"
"그래."
"호크야, 조심하렴!"
"괜찮아, 아빠"
"어머? 호크, 어디 가는 거니?"
"잠깐 화장실."
강한 살기가 섞여 있는 적대감 넘치는 의문의 눈빛. 그저 기우였으면 좋겠다. 카가치히코 선생님과 함께, 나는 시선의 주인을 쫓아갔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 많은 손님으로 붐비는 교사를 지나 빈 교실로 향하는 그는, 한동안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가, 문득 옆에 있는 책상을 발로 차버렸다.
"젠장! 딜 새끼, 잘난 척 하기는! 마리한테 안겨서 헤벌레 하지 말라고 가난뱅이 주제에!"
어이쿠, 이건 삼각관계의 징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