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세계의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의 시간을 기록하는 세계시계가 아니라, 그것들을 관찰하는 여신들이 사는 상위세계의 시간, 여신시간의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여신시계라면 그 차이로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을 ...... 수도 있다.
"그런데 여신시계라면 지금 몇 월 몇 일 몇 시야?"
"8월 15일 7시 정각입니다."
"셰리도 안 된다는 건 또 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주 강력한 시간 속성의 마법이 개입된 건지 ...... 애초에 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걸까?"
"아마도 도련님은 여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은 특이한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저택으로 돌아와 모두 목욕을 하면서, 오늘 하루의 반성회라고도 할 수 없는 상담을 한다. 무더운 날씨에 흘린 땀을 시원하게 씻어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4명이 들어가니 아무리 넓은 목욕탕도 좁게 느껴진다.
"...... 몇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지만, 그것도 오늘 밤 같은 일이 벌어져야 의미가 있어. 이대로 아무 일 없이 8월 12일을 맞이하게 되면 생각한 것 자체가 헛수고가 될 테니까."
"그래도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 있다고 하므니다."
"한 번 다시 해보니 잘 됐으니 이번엔 괜찮다. 하지만 다음에 또다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생각이다. 만약 적대적인 인간의 손에 그런 힘이 들어왔다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시간 조작은 본래 인간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사소한 일로 시간을 되돌리다 보면 언젠가는 시간을 비틀어 놓는 것에 점점 더 저항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 정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아니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라며 주저했지만, 이제는 필요하면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게 된 나처럼 말이다.
"어쨌든 오늘 밤이잖아. 만약 다시 시간이 돌아온다면, 우리는 8월 11일 목요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해. 왜 이렇게 귀찮은 일들만 일어나는 걸까? 정말 진저리가 나네."
"어쩔 수 없스므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한, 세상사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리가 없는 일 아니겠스므니까."
"아, 주인. 만약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는 점심에 볶음밥은 시키지 말라고 말해줄래? 오늘의 배달 음식 맛없었다고."
"쓸데없는 부탁 마라, 멍청아."
"아니, 괜찮아. 볶음밥 말이지?"
목욕을 마치고 오늘 밤은 4명이서 내 방에 모였다. 어쨌든 언제 시간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 새벽까지 깨어 있기로 했다. 다과에 차, 보드게임에 카드게임. 긴장감도 중요하지만, 계속 긴장하고 있으면 피곤하니까.
"어이!"
"응!"
그 일이 벌어진 것은 오전 3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크레슨이었다. 그 다음에는 나도 지진이 흔들리기 전에 '쿵'하는 전조 같은 것을 느끼고 일어섰다.
"왔어?"
"그래! 모두들, 대비해!"
크레슨이 외치자 올리브와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일어섰다. '꽝'하고 세상이 유아의 손바닥에 짓눌리는 기름진 찰흙처럼 일그러지면서, 몸이 쓰러지고 의식이 멀어져 간다.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혼자서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벌떡 일어나서 침대 옆의 핸드폰을 향해 소리쳤다.
"셰리! 지금 몇 월 몇 일 몇 요일 몇 시야!"
"좋은 아침입니다, 도련님. 오늘은 8월 11일 목요일, 시간은 아침 7시 정각이군요."
"여신 시계는!"
"여신시계, 맞습니까? 8월 15일 14시입니다만..."
여신시계는 진행되고 있는데, 이 세상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틀림없이 이 세계의 시간 흐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 보니 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그래, 정말이지, 곤란하네."
일단 크레슨에게 오늘 점심에 볶음밥을 시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