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만화발매기념 특별편 심야의 식당에서
    2023년 04월 14일 04시 20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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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부가 배경


     

    "여어, 수고했어."

    "......그래."

     모두가 잠든 심야. 골드 저택의 쓸데없이 호화로운 식당에서 혼자서 리큐르가 든 뜨거운 우유를 마시고 있던 올리브는,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돌아보지도 않고 인사를 건넸다. 상대는 버질이었다. 올리브와 마찬가지로 호크 골드의 호위병으로 고용된 모험가다.

     같은 호위병끼리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올리브는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말수가 적고, 싹싹한 편도 아니다. 신경 쓸 생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상대방을 화나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침묵을 선택했다.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화만 잘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당신도 잠이 안 와?"

    "그래. 진정되지 않아서."

    "그래. 진짜, 우리 같은 밑바닥...... 실례. 너와 나를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하면 실례겠지?"

    "아니, 상관없다."

    "그래. 그럼 사양 않을게. 우리 같은 밑바닥 모험가가 저렇게 뽀얀 침대에서 잘 수 있겠냐고."

     싱긋, 웃으면서, 버질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핫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식당 의자에 앉는다. [나 같은 놈이 저런 호화로운 침대에 올라타면 무례해지지 않을까]라며 심히 불안해하고 행동이 의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버질 특유의 성격 탓일까.

    "뭐랄까, 정말 꿈만 같다고. 이런 커다란 저택에서 좋은 음식도 먹고, 잠자리까지 마련해 주다니. 지금까지의 인생이 뭐였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어."

    "그런가."

     호크에게 고용되기 전까지는 저녁밥에 동전 두 닢으로 빵을 사 먹는 것도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는 지갑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의 금화를 매달 꼬박꼬박 받으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도련님은, 왜 우리처럼 누추한 놈들만 고용하는 걸까. 혹시 게이일지도?"

    "...... 그 발언은 추천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알면 기분이 나쁠 것 같군."

    "안 말해! 이렇게 꿈만 같은 좋은 삶을 살게 해 줬는데, 어이없는 실언으로 해고당하면 죽어도 못 죽는다니까."

     뭐, 이런 아저씨의 몸이 그런 돈이 된다면 팔아도 아깝지 않겠지만, 하고 몇 년째 쓴맛도 못 보는 가난한 생활을 해온 버질은 말한다. 돈 되는 것이라면 자존심도, 뭐든 팔지 않으면 살 수 없었지만, 그 끝에 지금 이 꿈같은 호화로운 호위 생활이 있다면 인내심을 갖고 견뎌낸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크레슨이라고 했나. 그 녀석도 깜짝 놀랐을 거야."

    "그렇겠지. 노예에 대한 대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어느 세계에, 목욕을 시켜 뽀송뽀송하게 만든 노예를 이불 대신 삼아 낮잠을 자는 주인이 있단 말인가. 올리브도 예전에 한 번은 졸고 있는 호크에게 다가가 무릎베개를 해줬던 적이 있었는데, 경계심 없이 태연하게 숙면을 취하는 모습에 기분이 이상해 적이 있다.

     나 같은, 아니, 믿을 수 없는 모험가 같은 사람에게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크가 말하는 '그래,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의 다음 차례가 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노예의 목걸이로 호크에 대한 공격을 막고 있는 크레슨과 달리, 올리브도 버질도 마음만 먹으면 호크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서로 좋은 고용주를 만나서 운이 좋았어."

     건배하자며 버질은 잔을 들었고, 올리브도 분위기를 읽고 따라 했다. 호크 골드와 이글 골드는 고용주로서 대하기 쉬운 부류다. 어쨌든 호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아들을 아끼는 이글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호크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치고는 굉장히 어른스럽고 양심이 있다.

     보통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더더욱, 더군다나 저렇게 돈 많은 아버지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 인격도 일그러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매사에 지나친 아버지를 나무라는 면모도 있고, 가끔씩 문득 같은 또래의 남자와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는 이질적인 아이였다. 그게 나쁘지는 않은 게 다행이랄까.

    "...... 먼저 가마."

    "어, 잘 자."

     리큐르가 든 뜨거운 우유를 다 마시고 컵을 씻기 위해 자리를 뜨는 올리브에게, 버질은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이 장면은 아직 호크의 호위 트리오가 그렇게 친해지지 않았던 시절의 일 막.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이 굳건한 우정으로 맺어진 평생의 친구가 되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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