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부 313화 올드 폴드 프렌즈(1)

 

 해가 져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의 밤. 학교는 여름방학이지만 교사에게 여름방학은 없다. 멀린 아쿠아는 퇴근을 마치고 밤의 번화가로 나갔다. 유명한 현인인 그가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시선과 수군거림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 삼는 귀여움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오히려 매력적인 미소와 제스처로 손을 흔들어 줄 여유조차 있다.

"미안, 미안, 늦었다."

"뭐, 상관없네. 우리의 시간은 기니까."

 왕도 내 최고급 지역에 자리 잡은 회원제 고급 바. 귀족, 배우, 부자 등의 명사들만 출입할 수 있는 세련된 분위기의 바에서는 브랜스턴 왕국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특히 좋은 자리에서 수인용 잔에 담긴 양조주를 핥듯이 마시고 있던 자는, 멀린의 오랜 친구인 용신 하인츠였다.

 설마 살아있는 재앙, 세계 최악의 사룡으로 불리는 황금룡이 이렇게 용인의 모습을 하고 이런 곳에서 조용히 술을 즐기고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 술집의 회원 중에는 S급 모험가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인츠의 정체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모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호크 골드에게 이끌리듯 모여드는 외계에서 온 진짜 사신이나 이세계에서 가져온 에테르 마법 등을 알면 더더욱 그렇다.

"네 손녀, 린도 말인데. 오늘은 육상부 연습에 참가하고 있었지."

"오, 그렇군. 그 아이도 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매일이 즐거워 보이더라. 그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네."

"그래. 서로 오래 살아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구먼."

 바텐더가 가져온 칵테일을 들고 건배하며 잔을 부딪친다. 하인츠가 들고 있는 수인용 잔은 엘프인 멀린이 들고 있는 잔보다 두 배는 더 커서, 마치 어른용과 어린이용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은 잠시 옛이야기에 꽃을 피우면서 작은 접시에 산더미처럼 쌓인 소금에 절인 견과류를 먹는다.

 하인츠의 손녀인 린도의 일.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 인간 청년, 반에 대한 일. 반이 초등부에 갓 입학했을 때의 일. 그리고 반이 [친구!] 라고 공언하며 거침없이 말하는 호크의 일. 이윽고 멀린은 방음 마법을 시전 하고서, 세 번째 칵테일을 마신다.

"그 후 오크우드와 함께 솔포이의 세계수를 더 자세히 조사하고 논의했지만, 에테르에 대해서는 최우선 기밀로 남겨두기로 했다네."

"당연하겠지. 그건 이 세상에겐 극약같은 위험물이니까. 그 아이가 조금 사용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에테르와 엘레멘트의 이중 나선에 의한 파동 에너지가 이 행성의 표준이 되면 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 사안으로도 예측조차 할 수 없거든."

"세상에는 그 세계가 성립되기까지 쌓여온 이치가 있지. 다행히 그 아이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이는 아니었고. 정말 운이 좋았어. 만약 그 아이의 성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바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잔을 든 손이 떨리는구먼."

 지진과 쓰나미를 일으키는 마법이 존재하는데 왜 전쟁에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가?　국제조약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이그니스도 그 조약을 어기면 세계 각국이 결탁하여 봉변을 당할 것이다. 그는 기꺼이 그것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지만, 규칙 없는 전쟁의 종착역은 세계의 파멸이라는 것을 이그니스를 포함한 모두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공통의 안전선인 것이다.

 혹은 인프라. 일례로 수도국이나 정수장에는 물 속성 원소에 적성을 가진 마법사나 수도 관리를 위한 기술을 익힌 기술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한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사실 마법을 쓰는데 선천적으로 잘하는 속성 원소라는 제약은 의미가 없다!　내일부터는 골 상회에서 새로 출시한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가정용 초소형 정수기를 사용해 깨끗한 물을 공짜로 마음껏 사용하자!] 라고 발표하면 대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호크가 지나친 치트 능력을 남들 앞에서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신들만 치트 능력을 독점하고 싶다거나, 그로 인해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이 싫다는 계산 이전에, 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패닉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