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 314화 마음대로 구워서
    2023년 04월 14일 04시 04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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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호위 당번인 버질과 마침 우리 집에 놀러 온 오크우드 박사를 데리고 쟈파존에 가기로 했다. 괜히 우리 집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싶다고 했다가는, 아빠가 거대한 철판을 사줄지도 모르니까.

     필요 없다...... 고 말하고 싶지만, 집에서 갓 구운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 프랑크푸르트로 철판구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 아닐까? 나중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고급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서민들의 입맛도 잘 아는 주방장 베이리프 씨라면, 고기와 야채, 해산물을 맛깔나게 구워줄 것이 틀림없다.

    "도련님, 이제 슬슬 뒤집겠습니다요."

    "그래!"

    "손재주가 좋구려."

    "헤헷! 그런 대단한 건 아닙니다요, 어이쿠!"
     
     잘한다며 감탄하는 나와 박사의 눈앞에서, 버질은 오코노미야키를 차례로 뒤집어 간다. 왠지 휴일의 아버지 같은 움직임이다. 사실 버질은 손재주도 좋고, 재치도 있고, 친절하고, 수입도 많고, 마음씨도 좋은 사람이니 남편으로 삼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인 것 같은데.

     소스와 마요네즈를 바르는 손놀림도 능숙하다. 나 같은 아마추어와는 손목의 스냅이 전혀 다르다. 나와 박사가 눈앞의 한 장에다가 빙글빙글 소용돌이처럼 바르고 있는 동안, 버질은 능숙하게 남은 오코노미야키에 아름다운 소스와 마요네즈 그물무늬를 그려나간다.

    "화상 조심하십쇼."

    "응, 고마워. 그럼."

     잘 먹겠습니다~! 라고 두 손을 모아 주걱으로 자른 오코노미야키를 작은 접시에 옮기고, 파래와 가쓰오부시를 뿌려서 먹기 시작한다.

    "맛있다!"

    "음, 맛있구려."

    "역시 갓 구워낸 뜨거운 것이 제일 맛있습니다요!"

     시원하게 잘 식은 맥주를 마시며 뜨거운 오코노미야키를 행복하게 먹는 버질과, 너무 진하지 않은 맛이 딱 좋은 오코노미야키를 그릇에 듬뿍 담아 한 그릇을 먹어치우는 나. 50년 인생에서 처음 먹어본다고 하는 오코노미야키가 마음에 들었는지, 후후 불며 입에 넣는 박사님.

     역시 일본으로 치면 오사카, 교토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쟈파존의 가미카타 유니리바 마을. 오코노미야키 가게에 밥이 제대로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야키소바 면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와 떡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에 밥을 얹어 먹다 보면, 탄수화물의 호화로운 협연에 위장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음, 역시 우리 집에도 큰 철판을 사야 할까나."

    "오, 좋습니다요! 그럼 제가 모험가 시절 포장마차 돕기의 의뢰로 갈고 닦은 야키소바 만드는 솜씨를 뽐내면 되겠습니다요!"

    "소박하게 무엇이든 할 수 있네 너는."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만 했습죠. 일을 가릴 여유도 없었으니,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도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요."

    "그렇구나요.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노력한 거구나."

     대단한 노력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안 한다는 달콤한 말은 하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살아온 결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된 거구나. 버질은 대단하다. 배짱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음, 오코노미야키를 자동으로 뒤집어주는 마도구가 있으면 편리할 것 같은데."

    "뭡니까요 그 쓰임새가 너무 한정적인 마도구는."

    "핫케이크를 자동으로 뒤집어주는 마도구와 함께 팔면 팔리려나?"

    "그거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

     2시간 무한리필 코스 같은 것은 역시나 없었기 때문에, 한 장에 은화 1닢 정도 하는 오코노미야키를 연거푸 먹어치우고 구워 먹는 우리들. 점장 아줌마나 종업원 아줌마도 바쁘지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고 보니, 유니리바 마을이라고 하면 유명한 경마장이 있었습니다요."

    "버질, 경마 같은 거 해?"

    "그야, 말을 좋아하는 제가 말들의 꿈과 낭만, 영광과 좌절로 점철된 드라마틱한 열띤 경주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습죠!"

    "도박 목적이 아니라?"

    "저한테 마권은 칩과 같은 것입죠. 배당금을 노리고 마권을 사서 떨어지면, 말에게 욕을 하거나 야유를 퍼붓는 불순분자들도 있긴 하지만요."

     버질에 따르면 경마는 일반인의 눈에는 단순한 도박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 본질은 신사 숙녀의 사교장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우아하게 차려입은 귀족들이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경마를 감상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왔고, 카지노와 마찬가지로 경마 역시 그 본질은 상류층 사람들의 사교 모임이었다고 한다.

     상류층 문화가 시대에 따라 문턱이 낮아지고 평민들이 유입되어 대중의 오락으로 바뀌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포함해서 문화적 오락이란 그렇게 발전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빠는 돈은 많은데 마주가 되지는 않나 보네? 관심이 없는 걸까?"

    "브랜스턴 왕국에는 애초에 경마장이 없소이다. 일부러 외국까지 말 주인이 되러 가는 것도 번거로울 것이오."

    "마주가 된다고 해서 그렇게 금방 친숙해지는 것도 아닙죠. 어떻습니까요? 모처럼 왔으니 이따가 셋이서 경마장 보러 가는 것은?"

    "오늘은 평일 아니야? 경마 안 하는 거 아냐?"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근처까지 가서 밖에서 성지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요. 뭐, 관심이 없다면 억지로 말하진 않겠지만."

     어차피 전이 마법을 쓰면 언제든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나는 상관없소. 딱히 목적도 없고, 그냥 점심을 먹으러 왔을 뿐이니까."

    "그럼, 식후에 산책이나 하러 가볼까?"

    "앗싸!"

    "실례합니다, 마담, 제게도 맥주 한 잔 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 마담이라니 부끄럽게!"

     그 후 마음껏 오코노미야키를 즐긴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우연히 눈에 띈 가게에 무작정 들어갔을 뿐인데, 이곳은 꽤 괜찮은 가게였던 것 같다. 다시 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취기가 오른 버질과 박사와 함께 그 경마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어떻게 봐도 건장해 보이지 않는 두 남자가 이방인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현지의 경찰 조직에게 검문을 받을 뻔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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