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신마결전 ④2020년 12월 16일 20시 10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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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빛나는 달을 희뿌연 구름이 드리워지며 회색으로 물들여지자, 공중에서 서로 노려보는 두 소녀의 빛과 어둠을 두드러지게 한다.
순백의 드레스를 걸친 금발의 [여신] 은 세계를 비추는 것처럼 밝게 빛났고, 그녀가 살며시 땅에 내려앉자 그 발 밑에는 몇몇 자그마한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칠흑의 메이드복을 입은 흑발의 [악마] 는 세계를 물들이는 것처럼 어둡게 빛났고, 살며시 땅에 내려앉자 그 발 밑에서 둥실 떠오르는 사체의 얼굴이 원망의 신음소리를 내었다.
대조적인 두 명의 소녀. [악마] 의 메이드가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자, [여신] 의 소녀는 뺨에 땀을 흘리면서 [악마] 를 노려보았다.
[여신] 의 막 넘쳐나온 신기가 이 [모형정원 세계] 를 채우자 그곳에 사는 모든 생물은 [여신] 의 존재를 인식하였고, 무릎을 꿇으며 여신에게 용서를 청했다.
그 사악한 것을 용서치 않는 신성한 신기의 안에서 [악마] 의 탁기는 정화되는 듯이 사라졌고, [악마] 의 사악한 기척조차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신] 의 얼굴에 여유는 없다.
[악마] 의 배후에 서 있는 꼭두각시 인형의 사체들.
짓눌려버린 사체와, 용의 사체가 빛이 없는 혼탁한 눈으로 [여신] 을 바라본다.
천 년 가까이 이 나라를 지키고, 죽은 후에도 지하묘소에 이장되었던 과거의 영웅, 성녀, 성기사, 대현자, 교황들이 오래되고 호화로운 의상을 입은 해골인 채로 일어나서 [여신] 을 보며 까닥까닥하고 해골의 턱을 흔들며 울부짖고 있다.
꼭두각시 인형이 된 망자의 무리. 악마의 군대.
그 두렵고 지옥과도 같은 광경보다도, [여신]은 다만, [악마] 가 띄우는 옅은 미소에 '경외심' 을 느끼고 있었다.
"바보 취급 하는 건가요.....? 플뢰레티."
하얀 [여신] ㅡㅡ클라리스가 어금니를 깨무는 듯이 내뱉는다.
"글쎄요? 무슨 말인가요, 클라리스님."
검은 [악마] ㅡㅡ플뢰레티가 미소를 지은 채 작게 고개를 갸웃한다.
"웃기지 마! 데몬로드인 너라면, 이런 성역은 [모형정원 세계] 채로 날려버릴 수 있잖아!"
"아, 그 일이었나요."
"성역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체를 조종할 수 있다면, 싸우면 싸울수록 내가 불리해져. 그 정도의 힘이 있는데도 어째서 힘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그거 실례했네요. 악마는 신과 다르게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부끄럼쟁이' 라구요."
"농담하지 마!"
"당치도 않습니다. 그렇네요....굳이 이유를 찾아 본다면, 이럴 때에 악마의 기척을 느껴버리면 사람들이 더욱 불안을 느끼겠지요?"
"하. 여신이면서 인간을 죽인 날 빗대어 말할 셈?"
"그거야말로 오해지요. 인간 따위는 얼마든지 죽여도 돼요. 어차피 미역처럼 멋대로 늘어나니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들을 제일 많이 죽인 건 악마가 아니었어요. '신' 이라구요?"
"......그 이상으로 구하고 있어."
"네. 클라리스님이 [여신] 이에요. 좋을 대로 하세요. 하지만ㅡㅡ"
망자들의 광채없는 눈이 일제히 클라리스를 바라보며, 악마의 시뻘건 눈동자에 노려진 클라리스가 약간 물러섰다.
"샤론 아가씨에게 해를 입히려 한 일만큼은 용서치 않겠어요."
악마가 겨우 한 명의 인간을 위해 그 환경 채로 지키려고 한다. 악마와 계약자ㅡㅡ그 틀조차 넘은 플뢰레티의 행동은, 클라리스의 이해를 넘어섰다.
그런 플뢰레티와 샤론에게, 클라리스는 가슴을 죄어오는 듯한 것을 느끼고 그걸 떨쳐내듯이 소리를 짜내었다.
".........싫어, 이런 세계. 나만이 아냐. 당신 때문에 샤론같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거라고! 그딴 여신의 밑에서 태평하게 거짓 세계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따위, 내가 멸망시켜 주겠어!"
"........그런가요."
광기조차 보이는 여신의 감정에 대지조차 겁먹은 것처럼 떨린다.
그 안에서 플뢰레티가 가볍게 손을 젓자, 망자들이 흩어지며 사방으로 걸어가서,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무슨 셈이지? 설마 날 바보취급 하는 거야? 진심을 낼 필요조차 없다, 라며."
"그 이야기 말인데, 저는 데몬로드로 진화했지만 아직 원래의 상태가 아니지요. 마력도 절반 정도밖에 없구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 [모형정원 세계] 의 성역 덕분에, 전 조금 전의 전투의 대미지조차 회복가능하지 않았어요. 지금 상태라면 당신과 같은 정도의 전력일까요?"
".....그럼 어째서 시체들을 물러나게 했지?"
"애초에 싸움에 쓰기 위한 게 아니었어요. 저것들은 저희들의 싸움에 방해가 들어오지 않기 위한 방파제예요."
".....하, 하핫, 무슨 말 하는 거야? '페널티 플레이' ? 이건 게임이 아니라고? 너무 사람을 바보취급하면ㅡㅡ"
"꽤 스트레스가 쌓여있네요."
당돌한 그 대사에, 클라리스의 분노가 순간 당혹감에 흔들렸다.
"스트레스......"
"부수고 싶지요? 열받지요? 짜증나지요? 울부짖고 날뛰며 뭐든지 부수고 싶지요?"
조용히 스며드는 듯한,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악마의 속삭임.
플뢰레티는 부서진 그대로인 가시곤봉을 꺼내들어서 천천히 클라리스를 향하였다.
"스트레스....발산해보지 않겠어요? 제가 지금의 자신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상대를 해주신다면 고맙겠어요."
그 너무한 말투에 순간 어이가 없었던 클라리스였지만, 그 다음에 배를 움켜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핫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야 그거, 진짜 넌 영문을 모르겠어. 하지만.....좋아."
클라리스가 한 손으로 빛을 뻗어내자, 거기에 떨어져 있던 검ㅡㅡ아마도 에리어스가 떨어트렸을 [성검] 을 끌어당겨서, 여신의 신기를 사용하여 다루기 쉽도록 레이피어로 변화시켰다.
"스트레스 발산을 위해, 당신의 연습상대를 해주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여신인 것처럼 귀족영애인 것처럼, 클라리스는 화사하고 명랑한 미소를 띄웠다.
"감사해요, 클라리스님."
플뢰레티가 가시곤봉에 마력과 탁기를 보내자, 파손부분이 복구되고 구부러진 마철제가 깔끔한 표면의 마철제로 변화하였다.
""그럼.""
오른손에 무기를 들고, 왼손가락으로 스커트의 옷자락을 집으며 백과 흑의 소녀들은 느릿하게 간격을 좁히다가, 무도회에서 상대에게 댄스를 요청하듯이 가련한 미소를 띄우며 손안의 전리품을 서로에게 향했다.
""시작해요.""
미치도록 춤추다가, 죽을 때까지.
빛과 어둠의 무기가 서로 부딪히고, 백과 흑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 충격과 종을 치는 듯한 굉음은 사람들이 피난한 후에도 왕도를 진동하게 하였고, 그 소리가 7일 밤낮이나 계속 이어진 후ㅡㅡ
인간들은, 이 세계에서 [여신] 의 은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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