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8 신마결전 ①
    2020년 12월 16일 15시 27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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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839dt/58/




     .....정말 눈부십니다.


     전 여신에게서 [오래된 신] 의 힘의 원천을 빼앗은 클라리스 양은,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모양인지 여신같은 성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너, 너......도, 돌려내.....]



     전 여신이 신음하듯 중얼거리면서 떨리는 손을 클라리스 양에게 뻗습니다.


     그 몸에서는 급속히 신기가 빠져나가고, 몸의 겉표면에는 금이 가고 있습니다.



     "어머, 아직 움직일 수 있나보네요."


     클라리스 양은 처음 눈치챈 것처럼 미소지으며 전 여신에게 시선을 보냅니다.


     "당신과는 대화하고 싶은 게 많이 있었다고요? 이 세계에 [모형정원 세계] 를 만들어서 내키는 대로 여성향 게임을 즐겼던 [여신] 님. 당신 덕분에, 저는 어릴 적부터 큰일을 당해서 곤란했었다고요."


     [어째서.....그걸......]


     "시간축조차 움직일 수 있다니 꽤나 무모한 짓을 해버렸네요. 당신의 기량으로는 이 세계가 소멸될 가능성도 있었지요. 그런 불안정한 세계에 다시 태어나다니..... [오래된 신] 의 이야기를 듣고서, 제정신을 의심했었다구요."


     다시 태어나다ㅡㅡ전생자. 그 덕분에 클라리스 양도 그 [오래된 신] 과 대화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뒷면을 알게 되었나 봅니다.


     "자작가에서 냉대받은 저는, 그걸 조사할 시간만큼은 많이 있었으니까요. 희멀건 수프만 먹으며 허기를 느끼거나, 한겨울에 얇은 천 한 장만 입은 채 창고에 갖혀버리거나, 밑 사람에게서 영문모를 폭력도 받았지만, 오래된 책만큼은 많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무슨 짓을 해도 개선되지 않아.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당연하겠지요? 메인 히로인은 그렇게 정해졌으니까요."


     [나, 나는.....너의 행복을.....]


     "자기가 즐기기 위해, 겠지요?"



     여태까지 담담하게 말하던 클라리스 양의 미소가 비뚤어집니다.


     그것은 동화 속 히로인의 이야기. 집에서는 학대받아도 명랑하고 기운차며, 그 상냥한 마음을 인정받아 왕자님과 행복에 도달하는 이야기.



     "제가 전생에서 '플레이어' 였으니까 아직 버틸 수 있었어요. 언젠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기억이 없는 단순한 아이였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요?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서, 당신에게 알맞은 '조작캐릭터' 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 아냐......나는!]


     갑자기 전 여신이 클라리스 양에게 덮쳐들었습니다. 빼앗긴 힘을 다시 빼앗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에게 원한을 부딪히기 위해.


     그런 전 여신에게, 클라리스 양은 눈을 약간 좁히며 손끝을 향합니다.


     "당신은 이제..... [사라져]"


     

     클라리스 양에게서 빛이 쏘아지고, 전 여신의 뒷쪽에 검은 내장같이 맥이 뛰는 문이 출현하였습니다. 그 문이 열리자, 안에서 무수한 촉수가 전 여신을 휘감아서 끌어당깁니다.



     [그, 그만......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안의 암흑에서 전 여신의 단말마와도 같은 소리가 들리고, 검은 문은 천천히 닫혀서 사라졌습니다.


     

     "......후우."


     "크, 클라리스, 잘 했다! 그래야 나의 약혼녀다!"



     겨우 제정신을 차린 유리님이 한숨을 쉬는 클라리스 양에게 말을 겁니다. 하지만 클라리스 양은 그것에는 응하지 않은 채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기.....플뢰레티 씨라면, 지금 것이 '무엇인지' 아나요?"


     "시공간의 관리자.....인가요?"


     "역시. 관리자라고는 해도, 정말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오래된 신] 의 지식 안에 그 정보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 여자가 마음대로 해버린 탓에 이 주변은 정말 불안정했으니까요."


     "제물로는 딱 좋아보이네요."


     "그 말대로예요. 그 여자를 바쳤으니, 지구와 이쪽의 시간축도 원래대로 돌아갔을 거예요. ....역시 당신과는 적대하고 싶지 않네요. 지금이라도 저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래요?"


     "죄송하옵니다."


     "......그래요?"


     제가 바로 거절하자, 클라리스 양은 눈썹을 약간 찌푸립니다.



     "클라리스, 날 무시하다니 무슨 짓인가!!"


     거기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시당했는지 멍하게 있던 유리님이 분노에 가득찬 소리를 질렀습니다.


     클라리스 양은 그런 유리님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냅니다.


     "실례했네요, 전하. 새로운 [여신] 으로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요."


     "오오, 역시 당신이 여신이 되었는가! 이걸로 우리 나라는 무사안녕하다! 아니, 여신인 당신을 왕비로 맞이하면, 난 이 대륙에 패권을 거머쥐는 것도 가능하겠지!"


     여신이라고 듣고 유리님은 야망의 불꽃을 눈에 지피며, 드높게 외칩니다.


     "그 악령은 여신을 속고 있던 게 아니라, 여신에 빙의하고 있었구나! 그러한 자가 여신이라니ㅡㅡ"


     "실례,"


     유리님의 이야기 도중에, 클라리스 양이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빛이 어딘가로 쏘아집니다.


     "클라리스, 뭐를...."



     콰아아아아아아앙.......!!



     "뭣."


     "어머, 아버님도 의모님도 역시 저택으로 도망갔었네요."


     왕도의 어딘가에서 울리는 굉음. 멀리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며, 야경을 피빛으로 물들였습니다.


     아마도 그 장소가 클라리스 양의 실가인 자작가일 테지요.


     "모처럼 있는 딸의 중요한 무대인데, 바로 돌아가 버리다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더러움을 모르는 소녀처럼 명랑하게 웃는 클라리스 양을 본 유리는 한걸음 물러섭니다.


     "크, 클라리스,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뭐냐.....니요, '쓰레기 청소' 지요."


     유리님에게 그리 대답하고, 클라리스 양은 다시 팔을 휘둘러서 빛을 쏘아서 다시 먼 장소에 불기둥을 일으킵니다.


     "자기 딸을 돈받고 팔아버린 년은, 지옥의 업화로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너, 너는....."


     유리님이 두려운 듯 뒤로 물러섭니다. 멀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과 공포와 혼란의 아비규환 속에서, 클라리스 양은 조용히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다음은, 저를 괴롭히던 여학생들일까요? 아직 학교에 있어보이네요....."



     [용신의 힘을 잔인한 일에 쓰지 마라!!]



     페이 공의 소리가 들리고, 거대한 흑룡이 클라리스님에게 돌진하였습니다. ......만, 그 도중에 흑룡의 머리가 갑자기 날아가 버렸습니다.


     "갑작스럽네요."


     클라리스 양은 재미없다는 듯이 용들에게 오른손을 뻗어서 다른 용들을 견제합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제가 틈을 보아서 휘두른 가시곤봉의 일격을 한손으로 받아내었습니다.


     ......이건, 정말 곤란하네요.



     "플뢰레티! 그대로 붙잡아둬라! 이 내가!"


     

     상위 용의 머리를 한손으로 뭉개버리고, 저의 혼신의 일격을 가볍게 받아낸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유리님은 무언가의 호기라고 생각했는지 한손검을 클라리스 양에게 휘둘렀습니다.


     

     "......그래. 당신은 이제 필요없어."


     

     가시곤봉의 끝부분을 진흙덩어리처럼 뭉개버리고, 차갑게 내뱉은 클라리스 양의 목소리에 저는 전력으로 뛰어서 물러났습니다.



     " [용신의 한숨] "


     

     "....... "


     빛의 격류가 폭발하듯이 퍼져나갔고, 단순한 인간인 유리님은 혼조차도 순식간에 불타버렸습니다. 저도 본성을 드러내어서 여덟다리의 거미 다리로 몸을 막으며 전력으로 방어했습니다.


     그 겨우 일격으로, 교회시설을 포함한 1km정도의 범위가 무참하게도 불타버리며 소멸되었습니다.


     용들도 도망가려고 한 모양이지만, 그 절반 가까이가 빛에 불타버려서 지면에 추락하였습니다.



     "어머, 아직 살아있었네요. 플뢰레티 씨."


     아직 불타는 듯한 여파와 잔열이 휘몰아치는 속을, 빛나는 소녀가 천천히 걷습니다.


     저의 다리도 두 개 정도 날아가버렸습니다. 남은 다리를 풀어서 일어서는 저를 보고, 클라리스 양이 눈썹을 찌푸립니다.


     "당신, 그 모습은.....'악마' 였나요?"


     "편견 덕에 피해를 보고 있사옵니다."


     어째서 모두들 저를 악마라고 부르는 걸까요. 이렇게나 귀여운 거미잖아요.


     "그, 그랬나요? 뭐, 상관없어요."


     저의 대답에 클라리스 양은 약간 당황하는 얼굴을 보였지만, 작게 한숨을 쉬고서 다시금 미소를 띄웠습니다.


     "모처럼이니 다시 한번 말할게요. 역시 당신의 힘은 아깝네요. 이제부터 그 더러운 전 여신의 잔재를 불태울 건데, 당신은 그걸 도와줬으면 해요. 즐겁겠지요?"


     "......인간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렇네요.....공략대상 정도는 구해줘 볼까요? 다른 인간은, 운이 좋다면 살아남겠네요."


     귀여운 작은 동물이라도 발견한 듯 귀엽게 미소지으면서, 클라리스 양은 저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습니다.


     

     "자, 저를 모시세요, 플뢰레티."


     "거절하겠어요."


     

     한 치의 틈도 안주고 거절하자, 클라리스 양이 한순간 멍하니 눈을 깜빡였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딱히 상관없어요. 저는 멋진 아가씨 이외의 사람을 모실 생각은 없답니다."


     

     저는 싱긋 미소지으면서 탁기로 풍화된 스커트를 손으로 집었습니다.


     아가씨의 포동포동한 팔 이상으로 멋진 것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사라져."


     

     낮은 목소리와 함께 방출된 빛이 닿기 전에, 저는 그 자리를 뛰어서 피했습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오른쪽 다리의 일부가 불타버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끝부분이 반정도 부서진 가시곤봉에, 이번에는 강도만 늘리도록 마력과 탁기를 주입하자, 가시곤봉이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직파직하게 울립니다.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옆으로 휘두른 일격은 빛의 방벽만으로 튕겨났고, 빛을 피한 순간 어느 사이엔가 따라온 클라리스 양에게 등을 차여버렸습니다.


     

     그 전 여신은, 천 년이 걸렸어도 7할 정도의 힘밖에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클라리스 양은 이미 [오래된 신] 인 [용신] 클래스까지 힘을 다룰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역시 우등생인 클라리스 양이네요. 마법전투도 직접전투도 전 여신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살아남은 용들이 단발적으로 공격을 감행해도 날개와 몸체를 빛의 창으로 꿰뚫어서 떨어트려 나갑니다.


     역시나 최고의 스테이터스를 자랑하는 메인히로인이라는 걸까요. 진짜 적으로 돌리면 상당히 성가신 상대입니다.


     하지만....이렇게까지 힘의 차이가 났었나요? 감각적으로 3배 정도의 힘의 격차는 날 거라 생각했지만ㅡㅡ



     "어머, 눈치챘나요?"



     클라리스 양은 꽃이 피어나는 듯 가련한 미소를 띄우고서, 공중에 떠 있으면서 빛의 날개처럼 양손을 벌립니다


     "이 [모형정원 세계] 도 없애버릴까 생각했지만, 모처럼이니 유용하게 이용해야겠어요."


     빛의 날개가 밤하늘을 밝히며ㅡㅡ



     " [성역] "



     "......큭."


     세계의 '공기' 가 변합니다. 아마도 조금씩 변하게 할 셈이었겠지만, 그녀가 이걸 발동시킨 것으로, 저도 이해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영역..... 이 안에서 저는 힘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있는 힘과 마력을 잃는다면 거기서 끝나버립니다.


     "이제 권유는 안 할게요. 당신은 성가시니까 여기서 죽이겠어요."


     "피차 일반이네요."


     상당~히 절망적이지만, 제가 진다는 말은 샤론 아가씨의 목숨도 위험해진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지금의 제가 클라리스보다 나은 것은 다리 수와 몸의 내구력 정도이지만, 그걸로 어떻게든 될까요?



     "아하핫, 뭔가 재미있어서졌네요."


     클라리스가 빛의 창을 쏘아내자, 저는 굴러서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갑니다.


     "사실 여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면, 순순히 태자비가 되었어도 좋았지요. 하지만, 그런 남자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그건 동감이네요."


     서로의 거리를 고속으로 좁히면서, 빛의 창을 가시곤봉으로 막아내면서 저희들은 서로의 허벅지를 차버립니다.


     퍼억.....



     "클라리스 양, 속옷이 보인다구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클라리스는 가벼운 상처에 얼굴을 찌푸릴 뿐이었지만, 저의 오른쪽 허벅지는 부러지고 말아서 오른쪽 다리의 하나를 보조로 씁니다.


     "아하하, 그거 편리하네! 저기, 플뢰레티도 [오래된 신] 을 만났지요?"


     "네."


     10미터나 되는 거미다리로 공격했지만, 스커트의 옷자락을 약간 베어버린 것 뿐이고 역으로 다리의 발톱이 부서집니다.


     "전 정보를 얻은 것 뿐이었지만, 저 외에 그것과 접촉한 사람이 있다고 알고서 흥분했어요. 왜냐면, 여신의 힘을 빼앗을 찬스가 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거미의 실을 지붕에 휘감아서, 몇 톤이나 될 법한 그걸 클라리스에게 던져버리자, 그녀는 빛의 방벽으로 그걸 부수고 저에게 조용히 미소지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한테는 약간 감사해줄게요."


     

     클라리스의 오른손에서 빛의 손톱같은 것이 겹겹이 쏘아져서, 저는 그 공격에 휘말린 듯이 날려져 버렸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쿨럭."


     상당히 멀리까지 날려져버린 어딘가의 건물에 파고든 저는, 잔해 속에서 누워서 피를 토해내었습니다.


     남은 마력은 절반 정도네요.... 순간적으로 방어했지만, 왼쪽은 거미다리도 원래 있던 팔다리도 전멸입니다. 남은 것은 오른팔과 꺾여진 오른다리. 거미의 다리가 오른쪽 둘 뿐입니다.


     가시곤봉을 지팡이삼아서, 거미다리와 꺾여진 오른다리로 천천히 일어섭니다. 걷는 건 가능하지만, 고속전투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클라리스는 조금씩이지만 정신에 이상이 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인간에게는 과도한 힘인 걸까요.


     그리고 어디까지 날아가버린 것일까요? 조금 기억나는 곳입니다만.....


     

     꽈당.....


     "레, 레티........?"


     "샤론 아가씨......"



     큰일났습니다....... 저의 정체가 러블리 스파이더라는 걸 아가씨에게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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