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4부 302화 로건과 햄버그 스테이크
    2023년 04월 12일 11시 41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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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너, 괜찮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그래? 그거 조심해야겠네."

    "딱히 비난하는 건 아니다? 내 앞에서만큼은 평범하게 굴어도 괜찮으니까."

    "하하, 고마워. 부담 없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사막의 나라 바스코다가마 왕국. 그 궁전의 자기 방에서 낮잠에서 깨어난 로건 바스코다가마는 새하얀 강아지의 모습으로 자신의 배 위로 뛰어오른 세토 신을 안고 일어났다. 구국의 영웅, 성검의 용사, 국왕 폐하께서 가장 신뢰하는 왕의 형님 전하. 그런 호칭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졸고 있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기에는 조금은 부끄럽다.

    "어이쿠, 벌써 이런 시간인가. 미안, 기다리게 했지.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

     

    "그럼, 잠깐 주문하고 올게."

     강아지의 모습에서 미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세토는 로건의 방 밖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이제 점심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에 뜨거운 음식이 실려 왔다.

    "오, 오늘은 햄버그 스테이크네. 좋아."

     오늘의 점심은 햄버그 스테이크와 사프란 라이스, 신선한 샐러드와 콩 포타주 수프였다. 햄버거는 로건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아직 뜨겁게 달궈진 소스의 바다에 가라앉은 햄버그 스테이크를 칼과 포크로 자르고, 화상을 입지 않도록 후후 불어 식히며 입에 넣으면 육즙이 풍부한 거친 고기와 진한 데미글라스 소스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응, 맛있다."

    "그래, 기름과 소스가 조금 튀기 쉬운 게 흠이긴 하지만"

     인간 왕족의 테이블 매너를 몸에 익힌 세토가, 종이 에이프런에 묻은 소스를 종이 냅킨으로 닦아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로건은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린 사프란 라이스를 입에 넣는다.

     누군가와 함께 둘러앉은 식탁이란 정말 멋진 일이다. 지금은 먼 꿈처럼 느껴지는 그 감옥의 탑에서 자발적 감금 생활을 하던 시절, 맛있는 음식은 그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동시에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으면 다소 허전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의 기쁨을, 맛있다고 답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의 기쁨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의 온기에 굶주린 30년. 눈처럼 쌓이고 쌓였던 그 외로움을 생각하면 지금의 행복이 이토록 눈부시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닿는 것,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찬란하다.

    "계란말이도 달라고 하자! 그리고 구운 소시지와 베이컨도!"

    "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나도 그래."

     햄버그 스테이크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은, 골드 저택에 요양차 머물렀을 때 자주 먹었던 호크가 좋아하던 햄버거다. 커다란 햄버거 두 개. 한쪽에는 녹아내린 치즈가 듬뿍 들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달걀 프라이와 구운 베이컨이 올려져 있으며, 철판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구운 소시지와 닭튀김 등이 푸짐하게 올려진 사치의 극치 같은 고봉밥이다.

     음료가 실린 손수레 옆에 대기하고 있는 시종들에게 이를 알리자, 즉시 한 명이 주방으로 전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빠르게 옮긴다. 그들은 로건과 세토신을 섬기는 것이 최고의 기쁨인지, 너무 과장되게 로건의 일거수일투족을 거창하게 감사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속세에 내려올 수 있었던 기쁨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비난하기도 민망하다.

    "아~아, 이렇게 많이 먹으면 또 살찔 거야!"

    "그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면 문제없어"

    "그럼, 오후에는 국내 순찰이라도 다녀올까나!"

     바스코다가마 왕국은 빈부격차는 있지만, 치안은 나름대로 좋은 편이다. 빈민가나 번화가에서도 적당히 청결함이 유지되고 있고, 사건이 발생해도 시내를 순찰하는 병사들이 신속하게 해결해 준다. 나라 성격은 다르지만, 국가 수뇌부가 누구보다 자유분방하게 마음대로 하고, 국민들에게도 이를 권장하는 어느 제국에 비하면 훨씬 품위 있는 국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국가의 수호신수인 성수 세토 신이 산책을 하며 국내를 순회하고 있으니 범죄율이 더욱 낮아지고 있는 것 같고, 좋은 일이라고 로건은 생각한다.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마마이트 제국을 어떻게든 따라잡기 위해 세계 각국의 위정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까지 조급하게 따라잡을 필요는 결코 없다.

     느긋하고 차분한 걸음으로, 옛 것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우리의 안녕과 삶의 방식을 모색한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뛰어난 형 로건의 뒤를 어렸을 때부터 쫓아다녔던 조쉬 왕은 알고 있다. 자신의 다리가 엉키고 부러져 넘어질 때까지 도달할 수 없는 동경을 무리하게 쫓아가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말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도량이야말로 동생의 가장 큰 강점이며, 그가 다스리는 이 나라의 강점이기도 하다. 약자에게는 약자 나름의 처세술이 있고, 그것을 강자라 불리는 이들이 보완하고 지지해줄 때 비로소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좋은 나라로 남을 것이다. 로건은 조국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대자연, 현명한 백성들, 친근한 수호신, 맛있는 음식.

    "로건 님, 세토 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뜨거우니 부디 조심하시길."

    "왔구나!"

    "응, 고마워"

     새로 가져온 철판 위에 지글지글하게 구워진 달걀 프라이와 얇게 썬 칼칼한 베이컨, 껍질이 찢어질 정도로 맛있게 구워진 소세지.

     로건은 반쯤 익은 노른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햄버거 위에 달걀 프라이를 옮긴 후, 포크 끝으로 노른자를 힘차게 깨뜨린다. 흘러나온 노른자의 선명한 주황빛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로건과 세토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맛있으면 행복하다. 아, 인생이란 이렇게 멋진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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