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부 301화 이그니스와 페페론치노(1)2023년 04월 12일 11시 03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일본에서 페페론치노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알리오 에 올리오이며, 원래의 페페론치노는 고추의 일종이다
"어머, 이그니스, 정말 오랜만이네."
"황제의 일이 좀 바빠서 말이야."
"설마 밤의 황제였던 당신이 진짜로 황제 폐하가 될 줄이야."
"하하하! 지금은 아침도 낮도 밤도 황제라고!"
한순간의 만남과 이별의 술집, '밤의 비둘기'. 그것은 한때 이 세계선에서 호크와 이그니스가 처음 만났던 그 음침한 술집이다. 그곳의 엄마인, 검은 머리의 요염한 인간 미녀 엘레나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그니스에게 요염하면서도 강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한때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저주받은 아이로 냉대받으며 끓어오르는 야망과 복수심을 가슴에 품고 있던 이그니스가 거점으로 삼았던 혁명군의 근거지이자 그의 성이라 할 수 있는 가게다. 무드 있는 가게 안에는 술에 취한 남녀가 얼굴과 몸을 맞대고 친밀하게 속삭이고 있으며, 가게 안쪽에는 칸막이가 없는 큰 방이 있어서 그야말로 발각되기에 딱 좋은 가게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음탕한 소란스러움은 그 시절의 이그니스에게는 매우 기분 좋은 것이었다.
"뭐 먹을래?"
"물론, 엄마의 스파게티다!"
"후후, 그럴 줄 알았어."
한때 그의 자리였던, 마치 왕좌처럼 가게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소파에는 현재 낯선 덩치 큰 호랑이 수인이 우두커니 앉아 있고, 두 명의 여자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어두운 가게 안에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업템포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가끔씩 색이 바뀌는 조명에 비친 가게 곳곳에서는 오늘 밤도 무질서한 젊은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소란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피가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내려가든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모두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고 파멸적인 난동을 부리느라 옆 사람이 누구인지도 신경 쓰지 않는다. 황제 폐하가 된 이그니스가 이렇게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몰래 찾아와도 '황제 폐하' 라며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저씨, 당신 괜찮아 보이네? 어때? 괜찮으면 서비스해줄게."
"흠, 괜찮겠지. 너도 어떤가?"
"아뇨,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말리려는 사복 차림의 호위를 한 손으로 제지하자, 이그니스에게 팁을 받은 토끼수인족의 작은 미녀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엘레나가 웃으며 스파게티가 담긴 대접을 힘겹게 들고 온다. 1인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양이지만, 키가 2m50cm, 몸무게도 그에 걸맞게 큰 이그니스 앞에 놓이니 자연스레 적당한 사이즈가 되었다.
"넌 지금도 변함없나 보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나 그대로지."
한때 이 가게에 모였던 전 정권에 불만을 품은 혁명군 남녀들은, 모두 이그니스에게 단련된 정예들이었다. 그 제국을 하늘까지 불태운 악몽의 밤 이후, 대부분 이그니스의 가신으로 부름을 받았다. 예를 들어 지금 스파게티가 놓여 있는 눈앞의 카운터 위에서 한때 사랑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던 남녀. 남자는 무적의 마마이트 제국의 금고지기가 되었고, 여자는 제국 공군에서도 손꼽히는 소형 비행선 조종사가 되었다.
이그니스의 명령 한 마디에 목숨도 아끼지 않고 무자비한 정밀기계처럼 지휘를 잘하는 편대를 이루어 적을 처단하는 혁명군 대원들이 떠난 후, 이 가게의 멤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음! 이거야 이거! 역시 엄마의 스파게티는 최고구만!"
"그래? 고마워."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이그니스를 위해 크게 만든 페페론치노다. 마늘의 향이 듬뿍 묻어나는 올리브 오일로 향긋하게 볶아낸, 엘레나가 취미로 직접 만든 생면은 쫄깃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어 삼키면 목구멍 속으로 쏙쏙 빠져나간다.
하얀 면을 채색하는 다진 파슬리의 녹색과 다진 고추의 붉은색. 보통 사람 같으면 불이 날 것 같은, 눈이 충혈될 것 같은 충격적인 매운맛의 페페론치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게 먹어치우고, 서비스로 나온 주스로 목을 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흑사자.
이그니스는 페페론치노를 좋아했다. 기름에 볶은 것뿐인 재료 없는 파스타, 가난한 사람의 스파게티라고 무심코 부르는 불한당들도 있는 것 같지만, 반대로 기름과 마늘, 고추만으로 이토록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그니스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폭군이다.
"이야, 잘 먹었다! 음! 짐은 만족하노라!"
"그래? 위대해져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황제 폐하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면, 내 요리도 아직 버릴 게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럼! 그야, 엄마의 스파게티는 최고니까!"
빙긋 웃으며 금화를 많이 놓고는 아무렇게나 일어서는 이그니스. 그러자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토끼 수인의 작은 미녀가, 냉정한 얼굴로 매운 페페론치노를 남기지 않고 다 비운 이그니스에 기가 막혔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그의 남은 잔을 냉큼 마신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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