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부 아버지의 날 스페셜SS2023년 04월 12일 06시 58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일본의 아버지의 날은 6월 셋째 일요일이다.
"뜨......뜨거워!!!"
아직 6월인데도 벌써 한여름 같은 무더위. 이글 아빠가 집 안에 지어준 도장에서 오전 수련을 마친 우리 일행은, 왁자지껄하게 샤워를 하고는 에어컨이 빵빵한 식당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하아! 살겠다~!"
"정말 문명의 이기는 최고다! 절전 따위는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이 멍청아!!!"
"보리차다 보리차! 싸게 싸게 가져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하여 흠뻑 젖었을 때 샤워를 하여 땀을 말끔히 씻어내고, 마지막으로 찬물을 끼얹은 후 에어컨 바람 잘 통하는 방에서 뒹굴뒹굴. 음, 정말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너무 더워서 옷도 못 입겠어! 그래서, 헐렁한 옷차림과 허리에 수건을 두른 채로 시원하게 지내는 나, 올리브, 크레슨, 버질, 카가치히코 선생님. 칠칠맞다는 비난을 받을 일은 그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런 더위니까.
"잘 잤니, 호크! 더운데도 열심히 수련하다니 대단해!"
"아, 아빠, 잘 잤어?"
우리가 오전에 수련을 하는 동안, 아침 내내 푹 자고 있던 이글 아빠가 파자마 차림으로 하품을 하며 식당에 등장한다. 어젯밤에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모임이 있어서 늦게 귀가한 탓인지, 오늘 아빠는 평소보다 더 늦잠을 잔 것 같다.
"여러분, 옥수수가 다 익었...... 좋은 아침입니다, 나으리. 마리 아가씨로부터 편지와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내가 정원에서 키운 옥수수여! 달달하고 맛있당께!"
히얏호~! 를 외치며 다들 얼음장처럼 차가운 보리차를 한 손에 들고서, 눈부시게 노랗고 맛있어 보이는 뜨거운 옥수수에 손을 뻗는다. 로리에는 오레가노와 함께 손수 가져온 산더미 같은 신선한 옥수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서, 메이드에게 지시해 마리의 선물을 가져오게 했다.
"주인님, 이쪽입니다."
"응? 아, 어버지의 날인가."
메이드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아침 일찍 마리가 보낸 편지를 읽기 시작하는 아버지.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아버지의 날 파티를 준비 중인데, 공교롭게도 마리가 딜의 친정집 양계장을 도와주면서 그곳에서 아버지의 날을 보낸다고 해서 이렇게 편지와 소포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아버지의 날 선물은 이미 준비해 놓았다. 지금 줘도 되지만, 모처럼 파티를 하는 거니까 오늘밤에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후. 마리는 착한 아이로 자랐군. 아니, 처음부터 착한 아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편지를 소중하게 접고 소포를 열어보는 아버지. 안에서 나온 것은 예쁜 빗이다. 작은 보석이 박혀 있는 것 외에는 소박하고 사용하기 편해 보이는 고급스러운 빗을 양손에 들고 진지하게 바라보시는 아버지. 매일 아침마다 금발과 수염을 정성스럽게 다듬는 아버지에게 딱 맞는 선물이 될 것 같다.
한때 오해로 어머니를 내쫓고, 격세유전으로 보라색 눈이 된 마리를 불륜의 자식이라 부르며 냉대했던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날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되새기는 날이다. 자신에게 아버지라 불릴 자격이 과연 있을까 후회하고 반성하며 언제까지나 자학하는 모습이 역시 우리 아빠라고 할 만하다.
마리도 어머니도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고 있지만, 아버지 자신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이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역시 그 두 사람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한 독선적인 자기 연민이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지만, 가끔 이렇게 듣는 사람이 내가 될 때면 내면이 드러난다.
"아빠, 잘 됐어. 이제 점점 더 곱게 머리와 수염을 다듬을 수 있잖아!"
"오오, 그 말이 맞다! 마리한테는 나중에 보답의 편지를 써야지!"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버지 무릎에 올라타 자조하던 입에 옥수수를 밀어 넣자, 아버지는 입을 크게 벌리고 씹어 먹었다. 모처럼의 선물을 더럽히면 안 된다며 고급스러운 빗을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상자 안에 다시 집어넣고, 옥수수를 양손으로 받아 든 독수리 아빠.
언제까지나 부정적이고 자학적이고 뒤돌아보는 것이 우리 부자의 혈통이라면, 전환이 빠른 것 또한 아빠에게서 받았다.
"음, 맛있는데."
"맞아! 여름에는 역시 옥수수야~!"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쁩니더!"
옆자리에 앉아서, 아버지와 자식이 같은 동작으로 옥수수를 먹는 모습을 모두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집을 뛰쳐나온 독신의 버질. 한 번은 불가항력으로, 두 번째는 자신의 의지로 아버지가 되지 못한 올리브.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잇기를 거부하고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과 가족을 버리고, 더 나아가 아버지가 될 각오를 내비쳤던 크레슨.
사산으로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카가치히코 선생님, 뱀파이어로 만들어졌다는 억울한 사연이 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냉대받고 배신당한 오레가노, 인공지능이라 가족이라는 개념이 없는 셰리(개발자는 여성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부모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는 로리에.
모두 원만함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소소하고도 소중한 행복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아버지처럼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어른들.
"간장을 발라 구운 옥수수를 먹어도 맛있다구~!"
"좋아! 버터와 함께 볶아 주면 술이 더 잘 넘어갈 거다!"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원하는 대로 먹도록 하십셔!"
"후훗, 활기가 넘치네. 이제 곧 점심시간이려나...... 앗 추워!"
모두들 흥겨워하며 갓 삶은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어머니가 들어왔다. 역시 샤워 후라는 이유로 에어컨 마도구를 풀가동해 실내 온도를 16도까지 낮춘 건 좀 지나친 것일까.
그런 아버지의 날의, 평화로운 한 컷.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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