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부-26 가면의 괴도단VS가면의 군세VS명탐정(9)

 

"...... 의외예요, 하지만. 마리안느 씨는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펜을 멈추고 유이 양이 내게 묻는다.

　그렇겠지, 거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묵묵히 숙제만 하고 있었으니까.

　뭐, 흥미가 없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전부 내 행동이니까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을 뿐이지만.

"의외였나요?　하지만 왕도의 카지노 같은 건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저는 특허 같은 걸로 왕창 벌고 있으니까요."
"동경하는 사람에게서 듣기 싫은 말 베스트 2. 왕창."

　유이 양이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시끄러, 귀족이니까 뭔가의 이권은 손에 넣어야 한다고.

"그건 그렇다 치고 말인데요....."
"네?"
"아니요. 유이 양뿐만 아니라 로이도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날 있었던 일을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다 말하고 난 후, 로이는 침통한 표정으로 펜을 멈추고 있었다.

　말하기는 뭣하지만, 멈춘 이유는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

"저 말고도 다른 사람을 상대로 욕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그거 말인데."

　약간 짜증을 내며 말하자, 로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유이에게 물어봤어요. 극동의 오래된 관습에 배를 갈라서 사과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 그건 사과라기보다는 명예로운 일이에요.　할복은 원래 무사의 명예이기 때문에 사과한다며 할복하는 것은 꽤 뻔뻔한 말이라고요. 사과할 의향은 있나요?"
"............ 앗!"

　나한테 할복으로 사과하려고 들지 마.

　아니, 그냥 네 인식으로 다른 여자에게 끌린 것뿐이잖아. 응?　화나네, 할복해. ......

"하, 하지만 정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가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오해받으면 싫은 건가요?"
"앗 ...... 새, 생각보다 싫은 거구나."
"왜 그렇게 기뻐하는 표정이에요?"

　로이는 내 반응을 보고 약간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쪽은 진지하게 화가 났거든요!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아, 아, 아니, ...... 죽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 너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후후......"

　뭘 웃고 있어.

　...... 뭐, 뭐어?

　결국은 내가 상대였으니까 용서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하지만 머리로는 내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욕정을 품는다는 것은 ......

"......읏."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는다.

"...... 으으......!"

　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저 녀석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 끌리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인데!

　여름방학 숙제를 대충 하면서, 나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 정말 욕정을 느낀 거네요. 놀랐습니다."
"그래. 유이도 같은 목소리로 같은 말을 들으면 움직일 수 없을 거야. 그 정도로 ...... 완벽한 정확도의 성대모사였다. 죽고 싶을 정도로."
"그럼 마리안느 씨가 아닌 다른 여성이라도 마리안느 씨와 닮았다면 눈길이 갈 수도 있겠네요."
".................. 그래서?"
"아뇨, 딱히 ......"
"흐음 ............"
".................. 차라리 로이 군이 저에게 욕정을 품어주면 이야기가 쉬울 텐데요?"
"...... 하하. 우선 눈 색깔부터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후후......"


(이봐, 린디, 이 녀석들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유트, 못 들은 걸로 해. 네가 이기고 싶으면 이 녀석들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야.)
(뭐 그건 그래......)
(패밀리치킨 주세요)
(패밀리치킨이라니 뭔데!?　아니, 너는 당사자니까 이 일에 참여하면 안 되잖아!?)

　린디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