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부 286화 올리브의 사냥(1)
    2023년 04월 10일 09시 38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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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압도적인 힘이란 지루한 것이라고 했다. 페이퍼컴퍼니로 위장한 본거지에서 오늘도 범죄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화이트 위드워즈의 멤버들에게, 오늘만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은 없을 것이다.

    "A반은 나와 함께. B, C반은 각 층의 제압에 나서라, D반은 생존자 처리, E, F반은 그대로 건물을 포위해라. 정보가 대충 빼놓았다. 억지로 살려둔 채로 구속할 필요는 없다."

    "씨발새끼들이!!"

    "뒤져라 개새꺄!!"

     날아오는 총알과 공격 마법을 팔 한번 휘둘러 만든 마법 장벽으로 막아내고, 그대로 반사시켜서 자신이 쏜 총알과 마법에 맞아 쓰러져 가는 화이트 위드워즈의 구성원들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올리브.

     이제 저 녀석에게 모든 걸 맡겨도 되는 거 니냐며, 작전 행동에 종사하는 대원들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은 일이다. 고함과 욕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건물 내부를 제압하며 나아간다.

    "오오오, 대박이네, 어이. 진짜 이쪽으로 붙길 잘했어~"

    "에이전트 샬롯⁉ 이 배신자!!!"

    "미안, 나도 아직 죽고 싶지 않거든. 날 위해 죽어달라고!"

     그런 올리브의 길 안내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명탐정 샬롯, 즉 샬롯 요원이다. 분홍색 단발머리의 가발과 프릴 스커트의 꼬마 탐정 스타일이 아닌, 백금빛 베리숏헤어가 특징인 작은 체구의 미소녀가 분노에 찬 표정의 전 동료를 주저 없이 총으로 쏴 죽인다.

     실버 플라워호 사건 이후 구치소로 이송된 그녀는, 얼마 전 마마이트 제국 고위층과 비밀리에 사법거래를 했다. 카슈미르 공국의 구치소에서 풀어주는 대신 노예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화이트 위드워즈의 멸망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이후 마마이트 제국의 특수 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샬롯 요원과 파슬리 요원은 모두 똑똑하고 계산적인 여자였다. 본인의 강한 의지로 협력을 선택한 파슬리의 경우, 로건이라는 남자에 대한 집착도 있지만, 이대로 감옥에서 평생을 살느니 차라리 제한이 있더라도 세상에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세간에서는 조용히 옥중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고, 그 유골은 배달원으로 변장한 올리브가 손수 이렇게 멸망과 함께 배달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소포가 폭발해 당황한 화이트 위드워즈 일행의 눈에는 폭발 속에서 태연하게 나타나 배달원 모자를 벗은 한 마리의 검은 개가 바로 사신견으로 보였을 것이다.

    "자, 다음은 이쪽이야, 대장."

    "그래. 충고해 두는데,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라."

    "이 상황에서 과연 이상한 생각은 안 한다니깐! 샬롯,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

     예전과 같은 말투로 장난을 치는 샬롯을 무시하고, 그녀의 안내로 화이트 위드워즈의 본거지를 제압해 나가는 정의의 일행. 이그니스의 부하인 군인들과 로건이 보낸 근위병으로 구성된 혼성 부대를 지휘하는 것은 올리브다. 모두 뛰어난 기량과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는 이들은 순식간에 범죄 조직의 본거지를 제압하며 화려하게 활약한다.

    "쏴라, 쏴라, 쏴라, 쏴라!"

    "젠장! 왜 안 맞아?"

    "겁먹지 마! 도망치면 보스에게 숙청당할 뿐이다!"

    "시끄러워! 보스가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화이트 위드워즈도 끝장이라고!"

    "죽이지 말아줘! 제발 살려줘! 나에겐 남편이 있어!"

     갑작스런 적의 습격에 당황하면서도 용감하게 맞서는 사람, 도망치려다 뒤에서 총을 맞는 사람, 순순히 항복하는 사람, 기밀문서를 처리하려다 실패하는 사람, 동료들끼리 싸우다 서로를 죽이는 사람. 그 결말은 다양하지만, 이제 끝났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견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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