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부 284화 부히텐더(2)
    2023년 04월 10일 08시 29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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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간에 당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런 상황에서, 너다."

     피클스 님과 로사 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제3왕자로서, 한 사람의 친구로서 너에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골드 상회로부터 극비리에 자금을 융자해 줄 수 없을까. 물론 갚을 것은 반드시 하마.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델리게이트 왕국 놈들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구나, 그런 뜻인가. 그래서 일부러 누구에게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며 불렀구나.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두 호위 기사는 모두 지금만이라도 제3왕자와 그의 약혼자인 공작가의 영부인이 평민 상인 따위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흠, 일 잘하는 기사들이구나.


    "그전에 두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

    "와셔 선배는 어떻게 된 거죠? 평소에는 저와 만날 때면 꼭 와셔 선배와 고리우스 선배를 동반했잖아요?"

    "...... 그녀들한테는 현재 다른 임무를 부탁해 놓은 상태다."

     흠, 허어, 호오........ 항상 함께 오는 피클스 님의 든든한 측근인 고리우스 선배는 그렇다 치고, 나와 와셔 선배는 이런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을 텐데?

    "그럼 한 가지 더. 새끼돼지부 동료의 증표인 반지를 꺼내 주세요. 친구로서 부탁을 하려면 최소한 우정의 증표 정도는 보여줘야죠."

     나는 겉옷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그 안에서 금색 반지를 꺼냈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돼지 코를 형상화한 ∞의 가공이 일부 들어간, 조금은 악취미적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감각이 돋보이는 순금 반지였다.

    "왜 그러시죠? 와셔 선배님들이 졸업식 날 만들었잖아요. 우리 새끼돼지부의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우애의 반지잖아요? 설마 둘이서 같이 방에 두고 온 건 아니겠죠?"

     내가 반지를 손 안에서 굴리면서 그렇게 물었을 때,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마주친 것 같은 기척이 느껴진 다음 순간.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춰버렸다.


     순간적인 묘한 긴장감이 방안에 가득 찬 것도 잠시.

    "......아니, 호크 군, 그런 반지를 만든 기억은 없는데?"

    "네. 하지만 상대는 사기꾼이에요. 그 정도로 의심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


    "............"

     


    ".................."


    "...... 후후후"

    "...... 하하하"

    "...... 호호호"

     '펑'하고 천장 높이 튕긴 금반지가 공중에서 사금으로 원소 분해되었지만, 순식간에 금화로 재구성된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금화가 내 가슴 앞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짝! 하고 손뼉을 치며 금화를 잡았다.

    "좋아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고마워, 호크 군!"

    "덕분에 숨통이 트이겠."

     네요, 라고 말하려던 로사 님이 얼어붙은 듯이 정지한다. 그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피클스 님도, 문 앞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호위 기사 두 명도 마찬가지다. 시간이여, 멈춰라 더 월드~라고 하는 건가. 아니, 이미 멈춰 있지만.

     이그니스 폐하의 치료제를 개발할 때 사용한 이래로 처음 사용하는 시간 속성 마법이다. 음, 역시 편리하긴 하지만 비겁한 냄새가 나네 이거. 역시나 적합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시간 속성. 이런 걸 쓸 수 있는 놈이 많으면 참을 수 없겠지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키드니 씨?"

     내가 그렇게 묻는 것과 가짜 로사 님이 의자에서 뛰어올라 음식과 잔이 놓인 테이블을 화려하게 걷어차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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