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부 285화 픽스맨(2)
    2023년 04월 10일 09시 05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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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마법 각인의 술식만 해제하면 입막음용 폭발도 없어지니까 무의미하긴 하지만 ......, 뭐야, 이놈들. 마법 각인 같은 건 어디에도 없잖아! 즉, 델리게이트 왕국과의 사법 거래라는 것부터가 거짓말이었다는 거지? 대단하네, 잘도 사기 쳤네 사기꾼들.

     키드니와 스테이크라는 이름도 가명, 조사 자료도 새빨간 가짜, 이 흑백 사진도 공항에서 찍은 것뿐인 낯선 사람이었다니, 정말 대단하네. 게다가 이 녀석들의 진짜 소속은 ...... 비밀결사 화이트 위드워즈!!!

     즉, 그거였구나. 실버 플라워호 사건으로 이그니스 님과 로건 님, 그리고 나에게 망신을 당하고 요원을 2명이나 잡혀서 조직의 내막이 일부 노출된 범죄 조직이 보복을 위해 자객을 보내왔다는 거네. 행동이 빠르잖아. 돈을 뜯어낸 후 목숨까지 빼앗는다. 그렇게 되면 호크 골드의 명예도 완전히 무너지는 거지.

     두 사람의 변신 마법을 강제로 풀자 할리우드 여배우와 할리우드 배우 같은 짙은 얼굴의 미남미녀 ...... 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평범한 행인 A와 B 같은 인상의 20대 초반쯤 되는 검은 머리 남녀가 나타났다. 확실히 사기꾼으로서는 눈에 확 띄는 미남미녀보다는 이런 상대에게 인상적으로 남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화이트 위드워즈인가. 생각보다 번거로운 조직인 것 같다. 일단 눈엣가시 같은 정보를 뿌리째 뽑아낸 후 가짜 호위 기사들에게도 반쯤 잠들게 하는 수면 마법을 걸고서, 문을 열고 복도에서 팔짱을 끼며 벽에 기대어 있던 크레슨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번개 속성 적합자이기 때문에 가속에 뛰어난 체질인 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대와 같은 발판에 올라갈 수 있는 치트]를 가진 크레슨은 이런 시간 조작계 공격에 매우 강하다. 뭐, 자발적으로 가속해서 미래로 뛰어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오, 무슨 일이야, 주인. 두 번이나 시간을 멈추고는."

    "첫 번째는 내가 아니었어. 그 로사 님하고 피클스 님, 가짜들이었거든. 얼마 전에 얘기했잖아? 화이트 위드워즈라는 범죄 조직. 거기서 온 암살자 같아. 이 가게 자체가 그놈들의 활동 거점 중 하나가 된 것 같아."

    "그럼 복도에 있는 가짜 기사들도 모두 적이라는 뜻이냐?"

    "그래. 점장이나 가게 직원들까지 마음껏 패면 돼. 필요한 정보는 다 받았으니까."

         ◆◇◆◇◆

     국제 지명수배자 키드니&스테이크, 아니 에이전트 메어리&에이전트 앤디의 처리반 콤비의 유골이 화이트 위드워즈의 본거지에 우편으로 도착한 것은 다음날 저녁이었다.

     한 나라의 황제인 이그니스 마마이트나 왕족인 로건 바스코다가마에게는 엄두도 못 내고, 우선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호크 골드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뒤 목숨까지 빼앗으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에 대해 그들은 당연히 당황하고 분개했을 것이다.

     내가 귀국한 후 며칠 만에 호크 골드가 피클스 님이나 로사 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곳까지 꼼꼼히 사전 조사를 끝내고, 새끼돼지부를 따라다니며 알아본 걸 보면 정말 뛰어난 녀석이었나보다. 변신 마법으로 왕족으로 위장하는 게 들통나면 극형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대담한 발상은 보통 사람이라면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불경스럽다! 라는 말 한마디로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꽤나 좋은 수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호크 골드가 불경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악동이었다는 점과, 시간 속성 마법을 악용한 사기 행각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치트 능력의 소유자였다는 점일 것이다. 불쌍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우리를 속여 돈과 목숨을 모두 빼앗으려 했던 상대다. 완전한 자초지종이다.

     참고로 화이트 위드워즈에게 복수의 기회는 더 이상 없다. 유골이 담긴 소포를 배달하러 온 택배 아저씨, 과연 누구일까요? 그거다, 분노에 찬 올리브의 변장이다. 그의 신호에 따라 청소와 공작에 능한 단체가 도착했다고 한다.

     설마 화이트 위드워즈에서 보복을 위한 자객을 보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그 날 바로 로건 님과 이그니스 님이 결탁해 범죄 조직 파괴에 나설 줄은 몰랐겠지? 아니, 조금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예상으로는 90% 정도의 확률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건 예측할 수 있었지만.

     화근은 뿌리 뽑아야 한다. 상대가 조직적인 범죄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괜찮아, 이것도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이렇게 해서 아무도 모르게 세상에서 범죄 조직이 하나 사라졌다. 하지만 비 온 뒤의 죽순처럼 나쁜 놈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라. 명탐정 이그니스가 있는 한 이 세상에 악은 번성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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