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1부 269화 그가 말하면 웃어 넘길 수 없는 대사
    2023년 04월 06일 23시 17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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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헤헤 도련님, 좋은 게 있습니다요?"

     왠지 모르게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중산층이 다니는 대중식당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신선한 제노베제와 온천 달걀이 올라간 까르보나라, 감자튀김과 무한리필의 콘소메 수프를 잔뜩 먹어치우고 입을 닦아낸 종이 냅킨이 아주 선명한 초록색으로 변해버린 것을 보며 아~ 파스타 잘 먹었구나 하고 만족하며 가게를 나서는 순간.

     내 지갑으로 계산을 해준 버질은 뭔가를 발견했는지 어지럽게 걸어가더니 건물 모퉁이에서 마치 수상한 약장수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해서 무심코 그쪽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새로 오픈한 케이크 가게가 있었다!

    "정말 좋은 물건이 있었잖아!?"

    "도련님은 이런 거 좋아하잖습니까요?"

    "물론 좋아하지!"

     그런 이유로 인상이 좋지 않은 대머리 아저씨와 성격이 안 좋아 보이는 새끼돼지라는 두 사람이 의기양양하게 돌진하여, 눈부신 영업 미소를 짓는 상큼한 여성 점원들의 눈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멋지고 예쁜 가게 안의 취식 공간에서 식후 디저트 타임을 즐기며 거침없이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역시 케이크 가게는 꿈이 있어서 좋다. 보기에도 화려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고, 예쁘게 조각된 알록달록한 케이크가 쇼케이스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설레는 기분이 든다.

     전생에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케이크를 사주실 때 어떤 케이크를 살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다 가져와라! 같은 폭언도 서슴지 않는 대인배가 되었으니까. 마치 보물상자 속 보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케이크 하나에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겨우 골라내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소중했을지도 모르는 유아기 체험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말이다.

    "음, 맛있어."

    "역시 식후에 먹으면 달달합니다요."

    "정말 그래. 디저트가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장난 아니야."

    "생각해 보니 나도 꽤나 사치스러워진 것 같아서"

    "뭐 괜찮지 않습니까요? 그 정도 수입도 있으니, 가끔 사치를 부리는 정도야"

    "그건 그래."

     달콤한 케이크를 돋보이게 해주는 고급스러운 쓴맛이 맛있는 블랙커피를 마시며, 버질은 옛날이야기를 담담하게 시작한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노동력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팔려가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 부모님과 칼부림 직전까지 갔던 진지한 싸움을 하고 '버림받기 전에 이쪽에서 이런 마을을 버리고 가겠다! '라는 대사와 함께 집을 뛰쳐나와 모험가가 된 것.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고, 쓴맛과 매운맛을 맛보며 B급까지 올라갔지만, 일류의 문턱인 A급 모험가는 되지 못하고, 십여 년 이상 썩기 일보직전에서 유지했던 일 등을, 마치 웃음 섞인 말투에 한 줄기 그리움을 담은 그가 담담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 도련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굶어 죽든 얼어 죽 든 했을지도 모릅니다요."

    "그렇구나. 그럼 서로를 알게 되어서 운이 좋았네."

    "하하! 이런 아저씨한테 그런 말을 하시면 부끄러워 죽겠습니다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버질은 포크로 찔러 넣은 초콜릿 케이크를 내 입에 밀어 넣었다. 그의 뺨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것은 초콜릿 케이크에 들어있는 리큐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마을에 있을 때만 해도 정말 궁핍한 생활이었습니다요. 먹을 것 하나만 해도 가족끼리도 서로 빼앗고 빼앗겼습죠. 부모에 대한 효심도 효도도 없고, 항상 어떻게 하면 주변을 잘 따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먹을 것을 빼앗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요."

    "나눠먹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잖아. 여유가 없으면 살벌하고 짜증이 나기 쉬운데, 배고프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이렇게 지금의 풍요로운 삶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요. 적어도 저는 이제 맛있는 걸 먹으면 도련님한테도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으니까요."

    "좋잖아. 우리 모두가 맛있는 걸 많이 먹자고."

     여러 가지 베리류가 들어간 붉은 보라색 소스를 뿌린 레어 치즈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서 버질에게 입에 넣어 주자, 버질은 행복해하며 입맛을 다신다.

     평소 같으면 이 즈음에서 케이크 가게의 유리창이 깨지며 트러블이 튀어나오거나 케이크에 독극물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텐데, 오늘은 다행히 별다른 일 없이 평화로운 간식 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고향에 내려가거나 하지는 않아? 지금쯤이면 금의환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 그건 그렇습죠. 뭐, 이제 와서 절연해 버려서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고, 고향에 대한 애착도 미련도 없으니 저는 그만둘랍니다요. 돈 없는 놈에게 복은 쉽게 오지 않지만, 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있잖습니까요.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 한."

    "그렇구나."

     요즘은 그 골드 상회의 도련님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인지, 아니면 버질 자신이 상당히 부유해져서인지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미녀나 미소녀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전까지 평범하게 대하던 상대가 버질은 부자임을 알게 된 순간 아무래도 의식적으로 태도가 어색해지거나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가 되는 등, 나름대로 고액 연봉자의 비애를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는 해. 흔히 부잣집 남자가 서민의 평범한 마음씨 착한 수수한 소녀(독자로서는 보통 미소녀의 범주에 속하지만)를 선택한다는 것은 고전 소녀만화에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세상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흔한 로맨스의 정석이지만, 역시 남녀를 막론하고 주눅 들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관계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해.

     이그니스 폐하가 나를 좋아한다고 여기저기서 공언하는 것도, 내가 폐하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투하지도 동경하지도 않고, 겸손하지도 않고, 아첨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인 것 같으니까.

    "돈이라는 것은 정말,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됩니다요.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분명 좋은 건 틀림없지만."

    "맞아."

     저택 사람들에게 줄 케이크와 우리가 먹을 케이크를 대량으로 산 우리는, 버질이 전이 마법으로 열어준 게이트를 통해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이 마음속에 있다고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다. 버질처럼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버렸어, 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버질에게 돌아가야 할 집이 지금 골드 저택이라면, 그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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