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1부 265화 너스 엔젤 호크 911(1)
    2023년 04월 05일 19시 24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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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그니스 폐하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설마 하던 나한테 진심 초콜릿을 선물하는 진귀한 일이 벌어진 밸런타인데이의 축제 분위기도 끝나고, 골드 마트에서 히나마츠리 세일이 시작되던 2월 중순 무렵이었다.

    "괜찮으세요?"

    "음, 별로 괜찮지 않아. 설마 내가 이런 유행병에 걸려 죽게 될 줄이야. 너무 안타깝구나. 흑흑......!"

    "어라, 폐하답지 약해졌네요. 원정지에서 이상한 음식이라도 먹었어요?"

    "내 몸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훗, 머리가 너무 좋하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야. 아무래도 성가신 병에 감염된 것 같군. 이대로라면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어이 호크,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 하나만 들어주지 않겠나......? 이 이그니스, 생애 마지막 부탁이다......"

     원정지인 할레문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던 그 순간에 쓰러졌다는 이그니스 폐하, 평소의 강직하고 강인한 나르시즘 모드는 어디로 갔을까. 평소와 달리 진지하고 어딘지 모르게 나약한, 슬픈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뭔가요, 그 약삭빠른 눈빛은.

    "폐하, 평생 마지막 부탁이 이번이 몇 번째입니까. 그렇게 연약한 새끼 고양이인 척을 해도, 역시 너무 뻔해서 저도 속아주기 힘든데요?"


    "으음, 들켰는가!"

     또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 이마를 찔러주자 폐하는 빙긋이 웃으시며 나의 작고 하얀 손을 검은색 큰 손바닥으로 감싸주었다.

    "그래서 셰리, 스캔 결과는?"

    "전형적인 코큇텐 병이군요. 남성에게만 감염되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발병 후 7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병입니다."

    "치료 방법은?"

    "매우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번 감염되면 특수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 외에는 쉽게 사망에 이르고, 주변 남녀의 성비가 1:999999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경이로운 바이러스입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잠깐 신의 힘을 빌려볼까?"

     오랜만에 메가미츠에 전화를 걸어 하급 의사신에게 방문 진료를 부탁하려고...... 했더니, 웬일인지 그의 상사를 자처하는 중급 신이 왔다. 한가한가. 아니, 이쪽은 고마운 일이다.

    "코큇텐 병이라고 하는데,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다. 의학에 있어서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지. 하지만 약이 없군. 코큇텐 병과 코잇텐 병은 남녀 성비가 극단적으로 편향된 세상에서 하렘, 역하렘을 펼치는 무대 장치를 만들기 위한 신이 만든 바이러스다."

     흰옷을 입고 안경을 쓴 뱀의 신은, 폐하의 상태를 살피며 단호하게 선고했다.

    "무슨 뜻이죠?"

    "전자동 달걀 깨기 기계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전자동으로 깨진 달걀을 되돌릴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것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지 않아."

    "만약 신들이 감염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요?"

    "신은 감염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대상은 인간, 야수, 엘프 등 모형상자 속 세계에 사는 애완동물의 인원수 조절용이니까. 꼭 치료하고 싶다면 자력으로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자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요?"

    "특효약을 만들지 않았을 뿐, 못 만든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얼마면 되죠?"

    "그대가 열심히 발버둥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큰 보수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무엇을 숨기랴 나도 그대의 팬이다만?"

    "****!"

     내가 방송금지 용어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뱀의 의사신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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