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0부 264화 말하지 않는 것이 블리자드 플라워(1)
    2023년 04월 05일 18시 38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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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하지 않는 것이 꽃 : 말하지 않는 것에 그윽함과 정취가 있다는 뜻


     

     2월 14일이라고 하면? 그래, 다들 알고 있는 훈도시의 날. 그래서 오늘은 훈도시의 날을 기념하여 특별히 [남자들만의 훈도시 스페셜!]을 방송...... 아니, 농담이야. 훈도시 스페셜이라면 전에 했던 폭포 수행으로 충분해. 2월에 폭포 수행을 하면 죽을지도 몰라.

     폭포 수행이나 할로윈 때처럼 1년에 한 번이니 모처럼 해볼까 싶어서, 계절의 이벤트적인 분위기와 기세만 믿고 하이텐션으로 코스프레라도 해버리면, 나중에 저택의 정원이나 옥상에서 빨래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되니까 주의해야 돼.

         ◆◇◆◇◆

     음~ 어떻게 할까~?

    "무슨 고민이 있으세요? 도련님."

    "그래. 사랑에 대한 고민이랄까?"

     소파에 등을 대고 누워있던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매우 드물게도 로리에가 손이 미끄러져서 컵에 따르고 있던 핫초콜릿을 접시 위에 쏟아버렸다.

    "괜찮아??"

    "죄송합니다."


     일단 주전자를 내려놓고 헝겊에 손을 뻗으려다가, 그 기세에 설탕이 담긴 작은 용기를 넘어뜨려 은색 접시 위에 작은 재앙이 일어났다.

    "너치고는 드물게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 일단 진정하고 심호흡 좀 해봐."

    "죄송합니다, 도련님."

    뭐야, 뭐야, 도대체 무슨 일로...... 아.

    "말해두지만, 내가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거나 하는 그런 축하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 그랬군요."

     그 말을 듣고 노골적으로 안도하는 것도 좀...... 이해는 간다. 왜냐면 나니까. 하늘에서 낫토로 된 비가 내렸다고 하는 편이 더 신빙성이 있을 것 같다.

    "사실은 말이지......"

         ◆◇◆◇◆

    "포크 피카타 군! 저, 이, 이거!

    "응? 누구한테 건네줘야 돼? 반 군은 여자친구가 있고, 피클스 님은 받지 않기로 했고, 고리우스 선배는 졸업 후 학생회장과 결혼한다고 하니까 포기하는 게 무난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요! 이거, 받아 주세요!"

    "뭐?"

     상대는 앞머리로 눈을 가린, 수줍고 음침하고 얌전해 보이는 파란 머리의 미소녀였다. 파란 머리. 즉, Not mob다.

     버프줘라든가 마마라든가 하면서 어린 소녀에게까지 모성을 요구하는 작금의 무조건적인 포용력을 여자 아이에게 요구하는 타입의 오타쿠들보다는, 그나마 한참 어린 소녀를 위해서라면 나라도 진심을 내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기개가 있던 시절의 오타쿠들이 좋아할 법한, 마치 책 만이 내 친구입니다~ 같은 도서위원 타입.

     그런 낯선 미소녀(눈가가 가려져 있어도 뻔히 보이는)가 용기를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같은 진지한 분위기로 초콜릿을 들이밀었지만, 무심코 반응이 늦어진 틈을 타서 그녀는 도망쳐 버렸고, 남겨진 나는 당황한 거다.

         ◆◇◆◇◆

     설마 나처럼 얼굴도 못나고 성격도 태도도 못난 남자에게 진심 초콜릿을 주다니~. 뭐야 그 여자,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들이 흔히 생각하는 못생기고 못된 남자에게 비열하게 더럽혀지고 싶은 욕망이라도 있는 걸까? 라니. 상대가 미남이었다면 일부러 노골적인 말투를 써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평정심을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듣는 사람이 로리에라서 역시나 입 밖으로 내뱉기가 조심스럽다.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에는 다양한 성 취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까. 학생회장도 예전에 고리우스 선배의 대흉근 틈새로 흐르는 땀방울이 멋지다고 중얼거렸었고, 마리도 와일드한 호랑이 귀의 근육 마초맨인 딜 군에게 호감을 가졌으며, 우리 엄마도 아빠를 선택했을 정도다.

     사랑이나 연애는 외모나 이성이 전부가 아니겠지, 아마도. 백보 양보해서, 나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게 독이 든 초콜릿이라든가, 사실은 폭탄이 들어 있다든가, 못생긴 사람을 놀려서 웃겨주려는 악의에서 나온 물건이었다면 또 이야기는 다르지만, 손편지를 읽어보니 진짜 고백용 초콜릿인 것 같고, 척 보아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대단하다, 손톱이나 머리카락도 들어있지 않아.

    "그렇군요, 그런 일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 정말"

     설마 나를 좋아하는 괴짜가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방에 있는데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다니 싫다. 이것이 전생한 지 얼마 안 된 시절의 나였다면, 내가 얼마나 여자에게(아니, 연애 자체에) 관심이 없는지를 논리 정연하게 정리해서 단칼에 잘라버렸겠지만.

     역시 지금이 되고 보니, 16세 소녀의 풋풋한 연애심을 짓밟아 버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정신연령적으로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애의 고백에 응하는 것은 논외 of 논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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