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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센의 본사 건물이 화재로 전소된 것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2월 초였다. 발화 원인은 급탕실의 온수기형 마도구였다. 자정까지 야근 중이던 델리카 테센 사장과 비서 밀키, 그리고 경비원 등 여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브랜스턴 왕국 소방대가 소방마차를 타고 출동했을 때는, 이미 불이 너무 빨리 번져서 때늦은 뒤였고, 주변 건물에도 불이 번져 밤새도록 진행한 진화작업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져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소방활동이 끝나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려던 찰나에, 기사단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익명의 제보자의 내부 고발로 테센 사가 델리게이트 왕국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가뜩이나 사건성이 강한 부자연스러운 화재 사고에다 설날에 있었던 비밀 연구소 폭파 사건까지. 국제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 당국은 경찰과 기사단 합동 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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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게이트 왕국과 연결된 것이 그 테센 사였다니........"
"내부자가 있을 거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밝혀질 줄은 몰랐어요."
"뜻밖의 공적, 뒷걸음질 치다 쥐를 밟은 거죠."
"그럼, 당신은 복덩어리겠네요."
"이번만큼은 정말 우연이었다고요. 바스코다가마 왕국에서는 복스러운 외모를 가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요."
겨울방학도 훌쩍 지나고, 신년의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 3학기. 정보 제공의 뒤처리도 겸해 오랜만에 왕립학교에 모습을 드러낸 호크는, 방과 후 돼지부의 방에서 피클스, 로사, 고리우스와 함께 방과 후 애프터눈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반과 린도는 오늘은 데이트가 있다며 불참했다. 멜티와 메아리는 뭔가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아서 한발 먼저 돌아갔고, 가끔 얼굴을 비추는 멀린 교장도 델리게이트 왕국 관련의 조언자로서 국왕의 부름을 받아 불참했다. 고문인 민트 선생님은 평소처럼 교무실에서 일하는 중이다.
"항상 미안해, 호크 군. 너의 '주워온 물건'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 고마요."
"아니요. 나랏일은 여러분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정보는 보물이지만, 갖고 있다가 썩어 버리면 의미가 없다. 호크도 이글도 국가 간의 골치 아픈 문제에 끼어드는 것은 사절이라며, 일련의 초중요 극비정보에 관해서는 신선할 때 빨리 국가에 비싸게 팔아치우자는 방침에 의견이 일치했다.
"수상쩍은 건 싫으니까요. 평화가 최고라구요."
"맞아. 어째서 사람들은 계속 싸우는 걸까?"
"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피곤한 노인네 같은 분위기로 한숨을 내쉬는 16살의 풋풋한 고1 트리오에게,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바른 스콘을 씹고 있는 고리우스 선배가 안쓰럽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
아이 러브 피스, 위 러브 피스. 이럴 거면 램프의 마인에게 세계평화, 산도 계곡도 파도도 없는 평온하고 평온한 슬로 라이프 생활이라도 부탁할 걸 그랬나? 호크가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여신 스마트폰이 울린다. 신들이 즐겨 쓰는 메신저 앱, SHINE의 알림음이다. 발신자는 말할 것도 없이 램프의 마인.
[중단 불가피]
[그렇겠죠~]
호크 자신도, 연말에 여신에게서 받은 신년 선물을 읽고 알게 된 것이지만, 채널 구독자 수나 좋아요 수나 기타 여러 수치로 산출되는 VIEW 수가 그대로 자신에 대한 믿음과 평가로 연결되는 이상, VIEW의 욕심에 호크를 이 세상에 환생시킨 여신은 안녕이 가득한 세계평화 따위는 환영하지 않을 것이고, 애초에 살아있는 것이 인간인 이상 그런 것은 미래영겁 실현 불가능할 것이다.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라면, 맞잡을 수 있는 손으로 계속 다투는 것 또한 사람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사라지지 않는 싸움과 다툼의 불씨로부터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임을, 새끼돼지부의 아이들은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