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0부 261화 과거에서 온 방문자(1)
    2023년 04월 05일 09시 13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너......"


    "응?"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

    "뭐어-?"

     2월. 4월이나 8월, 12월도 사랑의 계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2월은 밸런타인데이가 있으니까.

     거리 곳곳에 초콜릿 광고가 넘쳐나고, 골드 상회에서도 하트 한가운데에 '의리'라는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저렴한 완전 의리 초콜릿 세트와 고농도 정력 증강제를 한계치까지 첨가한 커플-부부용 초콜릿 등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이 계절.

     내가 가장 먼저 선물 받은 것은, 여성으로부터 칼이었다.

    "꺄악!"

    "아니, 뭐가 [꺄악!] 이야."

    "놔! 놓으라고!"

    "놔줄 리가 없잖아, 멍청아"

    "멍청한 건 너야!  이 녀석이, 이 녀석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거야!?"

    "관심 없어. 무슨 사연이 있든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녀석을 지키는 게 내 일이니까."

     당연히 거부하겠지만. 양손으로 칼을 움켜쥐고 내게 돌진해 온 낯선 젊은 여자의 손목을 낚아채고 그대로 원반 던지기 하듯 근처 건물 벽을 향해 던져 기절시키는 크레슨.

    "괜찮아? 주인."

    "덕분에 괜찮아. 그런데 이 녀석,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뭐야? 예전에 마구잡이로 놀아주고 버린 과거의 여자가 이제 와서 복수를 하러 온 건가?"

    "설마 그렇겠냐고 말하고 싶지만......."

     전생의 기억에 각성하기 전의 호크 골드의 악행은 정말 끔찍한 것이었으니까. 문라이트를 넘어 녹턴 사건까지 포함돼 있었으니 원망받아도 이상하지 않겠지...... 응? 음~...... 음~! 음~...... 아!

     생각났다. 이 녀석, 11년 전에 나를 계단에서 떨어뜨려서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해 준 전 메이드잖아! 와~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라고 물어볼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

         ◆◇◆◇◆

    "설마 이런 식으로 그녀와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래. 그래서 불었어?"

    "예, 불게 했지요. 꽤나 계획적으로, 도련님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흠, 일반인치고는 꽤나 하네."

    "아니요, 아무래도 골드 상회가 눈엣가시였던 동종업계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고, 도련님에 대한 복수심을 이용당한 것 같네요."

    "아, 그런 거..."

     경찰에게 사후 처리를 맡겨도 좋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일단 전이 마법으로 골드 저택 지하에 있는 지하실로 데려가 그녀와 안면이 있는 로리에한테 부탁해 고문실에서 조금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눈 결과,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예전의 미소녀 메이드의 모습이 사라질 정도로 초췌해져서 상당히 삭막해진 몰트라는 이름의 그녀는 11년 전 호크 골드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내가 아는 대로다.

         ◆◇◆◇◆

    [그 메이드는 어떻게 되었어? 나를 계단에서 떨어뜨린 그 여자애]

    [즉시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살인 미수이니까요]

    [나는 자야겠다. 경찰에는 고르드 상회로서는 소란을 키울 생각이 없다고 연락해 둬]

    [알겠습니다]

         ◆◇◆◇◆

     음, 왠지 꽤나 그리운 대화다. 로리에도 그렇게 느끼는지, 둘이서 조용히 옛날 일을 떠올린다. 그때는 전생의 기억이 깨어나거나 이 세상에 환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계단에서 떨어져서 여기저기 부딪힌 전신 통증도 심했고.

     어쨌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건, 혹은 사고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내 일로 정신이 없었고, 그 후로 바로 메이드에 대해서는 신경 껐으니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