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한 옷을 입고 싸구려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에 비해, 이것 보라는 듯이 보라색 수정 같은 펜던트를 흔들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아임 히로빈이라는 거다. 또 이상한 게 튀어나왔잖아??
"늦어서 죄송해요! 화장실에서 나오려다 모르는 할아버지가 허리가 삐끗해서 도와드리고 오는 바람에!"
손짓발짓을 하며 늦었다고 변명하는 77번에게, 시험관은 알았다는 과장된 한숨을 내쉬며 빨리 자리를 잡으라고 말한다.
"영창, 시작!"
"예!"
문이 어쩌고 저쩌고, 세계의 이치가 어쩌고 저쩌고, 뭔가 그럴듯한 소환 주문을 읊조리며, 신예 히로인 같은 것이 소환 마법진을 발동한다. 참고로 저건 사역마 소환용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 부어 사용하는 것뿐이니, 소환마법의 소질이 없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소환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면 입학할 수 없는 모험가 학교 같은 데는 학생들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
"제발 와줘! 내 운명의 파트너!"
소환 마법진이 한껏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부부부! 하고 뭔가 전생에 들었던 효과음 같은 것이 크게 울려 퍼지더니, 마법진이 새빨간 빛을 내며 강제 종료된다.
"응?"
"뭐야?"
"무슨 일인가?"
"어! 어째서~!"
수험생은 물론이고 관객과 시험관들조차도 놀라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만도 하다. 시전에는 문제가 없고, 마력도 기준치를 충족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지막 순간에 소환술식이 강제 종료되었으니 말이다.
"하, 한 번 더 해볼게요!"
"그, 그래......"
하지만 결과는 아까 그 때와 똑같다. 그전까지 문제없이 작동하던 소환 마법진이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새빨간 빛을 내뿜으며 조용해져 버린다.
"뭐야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마법진이 고장난 걸까?"
"정말! 됐으니까 좀 와! 부탁해 내 운명의 소환수!"
아임 히로빈이라는 소녀가 세 번째로 다시 시도하지만, 결과는 실패. 그리고 소환 실패와 동시에 갑자기 허공에 떠 있는 웹소설스러움이 가득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난다.
[접속 오류, Earth-334에서의 생명체 반출은 현재 관리자 권한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뭐야! 뭐야 이거~!?"
"잠깐, 잠깐만! 물러나!"
시험관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수험생들을 퇴장시키자, 모험가 학교의 교사로 보이는 두 명 정도가 달려와 3명이서 소환 마법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77번이 쓸 때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시험 삼아 한 명을 건너뛰어 78번 학생에게 시켜보니 문제없이 순조롭게 소환과 계약에 성공했고, 이어 79번도 문제없이 소환과 계약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야? 접속 오류? Earth-334? 혹시 저 여자, 전생에 내가 살던 지구에서 인간 미남이라도 소환하려던 거였나? 관리자 권한이라는 것이 저 여신 혹은 신계의 무슨 부처에 의한 접근 금지라면 말이 되지만. 뭐, 뭐야? 얼마나 쓸데없는 불씨를 품고 있는 거냐 이 세상.
"77번, 실격!"
"거짓말! 잠깐, 잠깐만! 왜 나만! 이런 건 절대 이상하잖아! 아~ 세계 최고의 테이머가 되겠다는 나의 꿈이~!?"
울부짖는 77번을 뒤로하고, 나는 반 군에게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여보세요? 쇼타콘 여신님이신가요?]
[잠깐!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하지 말아줄래!? 나는 그저 13세 미만의 천진난만한 소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뿐이지 변태가 아니거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77번은 내 예상대로 내가 전생에 살았던 지구에서 남자 중학생을 소환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불러낸 것이 아니라, 그 소녀의 재능과 소질이 우연히 사역마 소환을 시도했을 때 지구에서 그 중학생을 불러내게 되어 있었다는 것. 과연 말 그대로 운명의 파트너였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