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에가 끓여준 딸기잼이 들어간 홍차를 마시며 우리는 한숨을 두 번 내쉬었다. 하지만 로사 님의 한숨은 안도의 한숨일 것이다.
"고리우스 선배도 이번엔 정말 고마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로사 님의 뒤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고리우스 선배는 자신의 무력함을 자조하는 듯한 덧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나는 감사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너희들 덕분이고, 나는 그저 두 사람이 깔아놓은 레일을 뒤에서 타고 갔을 뿐이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이번엔 선배가 은밀기사로서 그 자리에 있어 준 것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거라고요."
"네. 그렇지 않았다면 뒷수습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거예요."
"하지만......"
"고리우스 라우라 라우라. 우리의 가장 신뢰하는 기사."
로사 님이 미소를 짓자, 당황한 표정의 고리우스가 눈으로 나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만, 나도 미소를 지으며 로사 님의 눈을 쳐다보라고 권유한다.
"기사답지 않은 영웅적 욕망을 품지 않고, 그저 주군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때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막신을 신겨주시는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지, 당신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당신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없이 저와 피클스 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거만한 기사 같은 건 다루기 곤란하거든요."
"로사 님...... 호크......"
단지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똑똑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사란 자신을 다스리고 주군을 섬기는 자다. 그 주군. 여기서는 로자 님이 고리우스 선배가 옳다고 한다면, 고리우스 선배가 자신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앞으로도 당신의 헌신을 믿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피클스 님께, 그리고 당신께 제 검을 평생 바치겠다고 맹세한 몸이니까요."
로사 님이 손을 내민다. 그 의도를 파악한 고리우스 선배는 놀란 얼굴로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잡은 손등에 입을 맞췄다. 손등에 키스하는 것이 나타내는 것은 존경과 경애. 다행이라며 미소지으며 지켜보고 있는데, 일어선 고리우스 선배가 이번에는 내 옆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 엥?
"고맙다, 호크. 이번 일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너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 예, 변변치 않았습니다?"
감격에 겨워하고 있는데, 설마 내 손등에까지 뽀뽀를 하는 건 아니겠지, 선배. 아니, 방금 전에 내가 직접 기사가 손등에 키스하는 것은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잖아. 너무 놀라서 눈을 깜빡이는 내 얼굴을 보고, 로사 님이 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해서 새해 벽두부터 두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큰 사건은 비밀리에 어둠 속에 묻히고, 기사단 측 연구소에도 오크우드 박사의 감독 하에 보안을 강화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당분간 델리게이트 공화국과 브랜스턴 왕국 간의 냉전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너무 휘둘리는 것도 귀찮으니 조금만 얌전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으면 좋겠다.
최악의 경우 이그니스 폐하라는 최악의 극약으로 어떻게 해볼까. 이쪽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면 싫다고 하지는 않겠지.
이렇게 해서 나의 새해는 아주 평온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시작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평화롭게 보내고 싶었다는 소원은 대체 뭐였을까. 원망한다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