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부 254화 일곱 버릇, 일곱 풀(1)2023년 04월 03일 14시 38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어때, 도련님, 맛있지?"
"응, 맛있어"
"그래! 그거 다행이여!"
싱글벙글하며 뜨거운 죽을 입으로 가져다주는 자는, 주방장 베이리프 씨와 함께 칠초죽의 재료를 사러 갔다 온 오레가노다. 정원사라면 그 정도 정원에서 재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지 말자. 부잣집 마당에 무나 순무가 자라는 곳은, 환생한 악역영애네 집 정도밖에 없을 거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양산형 판타지라고 할까, 설정이 허술하고 적당적당히 만들어진 엉터리 판타지 세계라는 건 이런 점이 장점이야. 이세계로 환생했는데 새해부터 코타츠에 들어가서 칠순죽이나 떡국을 마시면서 한가롭게 지낼 수 있다니, 이 세상은 참 좋다. 코타츠 테이블 위에 놓인 뚝배기, 뜨거운 술과 술잔, 소쿠리에 담긴 귤 같은 것들이 정말 새해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세계적인 요소는 전혀 없지만.
새해라며 새 작업복을 입은 사벨타이거 수인 아저씨는, 술 취한 친척 아저씨처럼 나를 고양이처럼 귀여워하며 "많이 먹어라!" 라며 쫄깃쫄깃하게 녹은 떡이 들어간 짭조름하고 맛있는 칠초죽을 권해 줬는데, 떡은 뱃속에 잘 쌓이기 때문에 적당히 먹지 않으면 위장에 부담이 된다. 적당히 먹지 않으면 배탈이 나서 죽는다, 죽는다고..
"오, 이거 확실히 맛있네!"
"그래. 위장에도 좋으니 다행이다."
"뭐야? 나랑 베이리프 씨가 제일 좋은 것을 골라왔으니 당연하지! 연말연시의 시장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치열한 전쟁터일 줄 몰랐어."
애용하는 덮밥에 듬뿍 얹어준 것을 큰 숟가락으로 떠서 맛있게 먹고 있는 크레슨도, 후후~ 하고 식히면서 조금씩 먹고 있는 올리브도 칠초죽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외출한 부모님을 호위하고 돌아온 카가치히코 선생님과 버질에게도 먹여주면 좋아할까?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쌀의 나라에서 왔으니 특히 좋아할 것 같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그래! 거 다행이다! 오렌지 주스도 있는데, 마실래?"
"아니, 지금은 됐어. 고마워."
"뭐야? 그럼 파인애플 주스나 핑크 자몽 주스도 있어. 둘 다 좋아한다고 들었지!"
"저녁 먹을 때 마실게. 지금은 배부르니까."
"그렇구나. 그럼 저녁 먹을 때!"
한 달 정도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오레가노는 보호자 기질이다. 아니, 우리 집의 아저씨들은 대체로 다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몇 백 년 전에 아내와 딸을 잃은 그는 특히나 가족 대용품을 원하는지 외모 10살짜리인 나에게 묘하게 어린애를 다루는 태도를 취한다. 사실 나는 16살이라고 분명히 말해 두었는데 말이야.
흡혈귀족으로서 서열의 굴레에 갇혀 있던 시절에는 다른 서열 미소녀들에게서 '아저씨 귀찮아! 아저씨는 필요 없어!" '라고 계속 욕을 먹어서 사실상 친구가 가축과 농작물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하는데, 그 반동인지 나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써주기도 하고, 저택 사람들에게도 솔선수범해서 끼어들기도 한다.
그 겁 없는 친화력이 그의 장점인 것 같다. 덕분에 사람들과 점차 친해지는 것 같고, 특히 버질과는 말과 관련해 꽤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단골인 창관에 초대했다고 하는데, "도시는 대단한 곳이야!"라고 감격하며 돌아가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던가.
"하지만 말이지! 활기찬 새해는 좋구만! 이렇게 즐거운 신년을 보낸 게 몇 백 년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여!"
"흐음. 당신도 꽤나 고생했군."
"앗, 미안!"
올리브에게 따뜻한 술을 권유받고 기쁜 표정으로 마셔버리는 오레가노.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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