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부 254화 일곱 버릇, 일곱 풀(2)
    2023년 04월 03일 14시 39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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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도 고생했던 과거가 있으니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 옆에서 술도 음식도 많이 먹고 마신 탓인지 하반신은 코타츠에 들어가 있고 상반신은 그대로 카펫에 등을 대고 누워서는, 안는 배게 대신으로 내 목덜미를 잡고 살짝 끌어당긴 크레슨은 벌써부터 졸음이 쏟아지는 듯하다.

    "어이, 주인, 전보다 더 안을만해졌구만 어이!"

    "말하지 마! 은근 신경 쓰고 있는 거니까!"

    "하하하하하! 난 살이 많은 쪽이 촉감이 좋아서 좋은데!"

     나도 배가 불렀고, 크레슨의 겨울털이 고급 담요처럼 푹신푹신한 데다 방도 따뜻하여 졸음이 몰려와 이대로 그의 배 위에서 잠들기로 한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고? 아쉽게도 나는 전생한 이래로 줄곧 돼지였어. 새해에 살이 쪄서 배와 뺨에 살이 포동포동해졌다고. 이리저리햇 취기도 돌았는지, 곧장 잠들기 시작한 크레슨의 배 위에서 나도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

    "실례합니다. 도련님, 추가로 연하장이 도착했는데요 ...... 어머?"

    "오 로리에 씨! 당신도 먹어! 맛있다고!"

    "아뇨, 저는 아직 일하는 중이라서. 저녁 식사 때 들겠습니다."

     코타츠에 들어가서 사이좋게 잠들어 있는 호크와 크레슨을 발견한 로리에가, 서둘러 소파 위에 방치된 담요를 가져와 두 사람에게 덮어주고서 호크의 책상 위에 얇은 연하장 한 뭉치를 올려놓는다.

     연말연시, 골드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들도 교대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주방장은 모레부터 1주일간 설 연휴를 가질 예정이고, 로리에도 연말에 한발 빠른 겨울 휴가를 보내어 1주일 정도 쉬고 왔다.

     하지만 개인 물품을 사러 가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도 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설 연휴에 자발적으로 출근을 하려고 했더니 이를 못다 못한 호크가 설날 바겐세일 짐을 들어달라고 부탁하였고, 신작 디저트를 먹으러 가고 싶으니 같이 가자고 졸라서 일부러 그녀를 데리고 나가는 등의 일화가 있었다.
     
     휴가의 시기가 일반인과 어긋나는 것은 서비스업 종사자의 숙명이다. 힘내라 하인들. 참고로 호크의 호위 4인방도 서로 협의해서 각자 연말연시 휴가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올리브도 요즘 며칠은 설 연휴를 보내는 중이다.

    "서로 휴가를 잘 못 쓰는 것 같군."

    "네, 정말요.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하하. 나도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걱정 많은 누군가가 신경을 쓰게 되니까."

    "네, 그렇네요."

     크레슨이 코를 골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배 위에서 어느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잠자는 작은 주인의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올리브와 로리에는 서로 미소를 주고받는다.

    "...... 오레가노 님. 역시 죽 한 그릇만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 한 그릇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마음껏 먹어! 술도 주스도 많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사양 않고 들겠습니다."

     호크가 자리를 옮겨서 빈자리에 앉은 로리에는, 주전자에서 상온의 우롱차를 컵에 부어 마신다. [성실한 당신이 이례적으로 일을 안 하고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라는 눈빛으로 묻는 올리브에게 어깨를 으쓱하여 대답한 로리에는, 오레가노가 뚝배기에서 퍼준 칠초죽을 먹기 시작했다.

     세상에 보기 드문 얼음의 메이드장의 땡댕이였지만, 누구도 비난할 사람은 없다. 잠든 두 사람을 두고, 세 사람은 이런저런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골드 저택의 설날은 조용히, 느긋하게,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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