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부 252화 미션 임파서부히(2)
    2023년 04월 02일 22시 17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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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찾아간 곳은 델리게이트 공화국. 이번에는 입국심사를 패스하고 싶어서 스텔스 위장된 빅투루유 호를 이용한 밀입국으로 안녕이다. 브랜스턴 왕국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하면 지금 상황상 경계를 받을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아무 나라 출신이라고 하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최악의 경우 그 나라에 누명을 씌우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왕실 직속 비밀정보부대 U3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거의 틀림없이 이 나라 요원이 해당 연구소에 침입해 잠수함 설계도를 훔친 뒤 일부 시설을 폭파하고 이곳 조국으로 도망쳤다고 하는데, 이 나라는 브란스톤 왕국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고 오히려 금속자원과 관련된 영토문제로 사실상 냉전상태로 오랜 세월을 보내고 있으며, 조금만 자극을 주면 바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빼앗긴 설계도를 그대로 두면 언젠가 델리게이트 군이 잠수함을 먼저 개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이라도 대처하고 싶어서 U3의 특수정보부원 및 왕립기사단에서 잠입수사 등 뒷조사에 능통한 비밀기사 몇 명을 비밀리에 파견했다.

     이제는 그 사람들이 잘해 주길 바라자, 그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피클스 님이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에게 일을 의뢰해 온 거다. 물론 호크 골드가 이 이상 제1왕자나 U3, 왕국 기사단의 체면을 구겨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결해도 그 공은 모두 피클스 님의 권한으로 반쯤 은밀기사 선발 멤버에 억지로 끼워 넣은 고리우스 선배를 통해 기사단이 가져가게 되겠지만.

     뭐, 딱히 훈장이니 작위니 하는 표창을 걸고 귀찮은 일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공로나 명예 같은 건 하나도 원하지 않으며,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으니 나로서는 그쪽 어른들의 사정은 문제없다.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의 부탁으로 무상으로 도와주기에는 우리 집과 너무 무관한 일이라서, 이번에는 그쪽에서도 제대로 된 대가를 준비해 왔다. 그렇다고 여기서 돈이나 장사, 권리금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소용이 없으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부효효효효! 새해 복 많이 받아라부히! 이건 팁이니까 받아둬라부히!"


    "어! 이, 이렇게나! 가,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번 잠수함 설계도 탈환 or 제거 미션에 특별하게 참여한 사람은 세 명이다. 리더인 나와, SP를 시킨다면 가장 적임자라 할 수 있는 그 길의 프로, 올리브. 그리고 내 하인인 고리 씨, 즉 고리우스 선배다. 줄거리는, 돈 많은 도련님이 신년의 해외여행을 즐기러 느긋하게 델리게이트 왕국에 와버렸습니다~! 라는 느낌. 하지만 이번에는 위조 신분으로 불법 입국을 했기 때문에 관광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고, 호텔에 숙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이 고리! 뭘 꾸물대고 있는 부히! 또 혼나고 싶은 부히냐?"

    "어? 어어. 미안......이 아니라! 예, 죄송합니다, 주인님!"

     옷은 잘 차려입었지만 노예의 목줄(을 닮은 패션 목걸이)을 달고 나 같은 꼬마에게 부려 먹히고 있는 하인인 고리 씨와, 비록 연기이긴 하지만 고리 씨를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올리브. 솔직히 마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이미 꽤나 악명을 떨치고 있는 셈인데, 눈에 띄면 띌수록 우리한테서 의심의 눈초리가 멀어질 것이다. 이런 스파이가 있겠냐고.

    "부효효효효효효! 부효효효효효효효효효효! 횻!"
     
     도대체 무엇을 착각한 건지 마차의 탑승구 앞에서 네 발로 엎드린 고리우스 선배. 뭐야? 밟으라고? 뭐? 나한테 밟고 올라가라고? 고리우스 선배에게 내 이미지가 그런 건가? 아니지? 조금 연기에 너무 열중하고 있는 것뿐이지? 어서 올라가세요! 같은 눈으로 봐도 곤란한데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하인 노예인 고리 씨의 등을 발로 밟고 마차에 탄 나에게, 주위에서 혐오감 강한 비난하는 듯한 시선이 꽂혀지지만 괜찮아! 이것도 작전 중이니까!

    "연기는 익숙하지 않지만, 어땠을까? 너무 어색하지 않았다면 좋겠는데."

    "아, 응. 연기에 관해서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역시 저기서 네 발로 엎드린 것은 좀......"

    "혹시 너무 과하게 한 건 아닐까? 미안, 지금까지 노예라는 것을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거든."

    "그런 것은 먼저...... 아니, 배려가 부족했던 제 잘못이네요. 오히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나의."


    "아니요, 저의."

    "둘 다, 친한 사이인 건 상관없지만 일단은 적진 한복판이니 너무 방심하지 마라."

    "예~"

    "죄송합니다, 올리브 씨"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차의 창밖으로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델리게이트 공화국이 자랑하는 고층의 심볼 타워, 델리게이트 센트럴즈다. 이 판타지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30층 높이의 유리로 된 고층 빌딩은, 최상층이 대통령 집무실이며, 정치, 사법, 행정, 행정, 의료, 군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서 이 나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우리의 목적은 그 건물에 잠입해 몰래 반입된 잠수함 설계도를 회수하거나 파기하는 것이다. 솔직히 스텔스로 위장한 빅투루유 호로 폭격해 저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지만, 그렇게 하면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이번에는 잠입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물밑 해결이 바람직하다.

     뭐, 브랜스턴 왕국의 음모라고 단정 짓고 보복 전쟁을 시작하면 곤란하고, 애초에 브랜스턴 왕국에서 잠수함을 만들게 된 계기도 마마이트 제국 해군의 신설 군함대에 전 세계가 놀란 탓에 시급히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 였기 때문인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된 원인의 근간에 있는 건 나니까.

     전쟁은 시계의 바늘을 빠르게 돌린다고 하지만, 그 바늘을 돌리고 있는 것은 전 세계 누구보다도 패배를 싫어하고 앞서 나가고 싶어 하는 그 난폭한 흑사자 폐하와, 그런 폐하와 찰떡궁합을 이루어 엄청난 희귀 무기부터 멋없는 실전 무기까지, 적당한 번뜩임과 아이디어를 확실한 지식과 기술로 실현해 나가는 대민폐 곰 박사다. 게다가 그 사람들에게 이세계 치트라는 이름의 불필요한 날개를 달아준 건 다름 아닌 나이니, 그야말로 인과응보라는 것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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