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군! 잘 들고 있어!"
"예예."
양손에 가득 찬 쇼핑백을 다시 들고, 벨제바브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불길에 휩싸인 지옥에는 없는 것들뿐이다. 단순한 편리함도 다르고, 채울 수 없는 욕구를 채울 수 있다.
"그럼 다음엔 제2구역까지 갈 테니 잠시 쉬었다 가자!"
"그거 다행이다."
막내지만, 그녀는 귀족의 자식이다.
그런데도 자신만 데리고 돌아다니다니, 벨제바브도 부주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이 녀석 부모님의 얼굴도 보지 못했으니까. 그보다 다른 사람이 저택에 없지만)
인간 사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의 인식으로 인류는 무리를 지어야만 진가를 발휘하는 생물이다.
그런데도 뮨이 사는 저택에는 다른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흥"
조사할 필요도 없는 것을 조사하려고 하는구나, 벨제바브는 자조한다.
밖으로 나온 것은, 책 등을 읽고 뮨의 집이 어떤 입장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뮨은 자신도 데리고 가라고 했고, 어쩔 수 없이 벨제바브는 튼튼하게 잠긴 문을 부수고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이, 뮨"
"왜?"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문득 벨제바브가 물었다.
"너네 집 ...... 이었나. 하트세츄아라고 했었지. 아빠, 엄마는 없는 거냐?"
"......!"
언젠가는 이런 질문을 받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뮨은 허를 찔렸다기보다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깨달았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밥도 정기적으로 오는데, 온다기보다는 재료가 몰래 뒷문에 놓여 있는 느낌으로 보면. 돌봐주는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얼굴을 내밀지 않는 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
"...... 그래."
"............ 뭐. 몰라도 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막상 말을 꺼냈지만, 좋지 않은 반응에 벨제바브가 후회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
길을 걷던 두 사람 곁에 마차가 멈춰 섰다. 동시에 앞을 걷던 남자들이 걸음을 멈춘다.
홱 뒤를 돌아보니, 뒤쪽도 역시 삼인방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포위당했다! 이런 도심에서!?)
벨제바브의 등줄기에 차가운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옥에서 선배로 존경하던 아몬에게 부탁해 평범한 만남의 자리를 가져서....... 첫 번째 공격이 교차하는 순간에 느끼던 짙은 죽음의 기운.
(위험해......! 뭐야 이 느낌! 인간이 이몸을 겁먹게 하고 있다는 건가!)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세히 보면 그 로브에 문장이 새겨져 있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하나의 부대임을 여태껏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가문을 벨제바브는 알고 있다. 뮨이 더 많이 알고 있다.
"ㅡㅡ본가 분들, 이네요."
"맞습니다. 하트세츄아의 기밀 정보부입니다."
"하운드 독 ......!"
하트세츄아의 기밀부대가 무기를 이쪽으로 겨눈다.
"분가를 사칭하는 건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린디님의 아이디어였겠지만..... 관공서에 손을 댔는지 완벽하게 위조되어 있었더군요. 역시 재녀답게 애먹게 하네요. 하지만 이쪽도 일이니, 다시 돌아와 줘야겠는데요."
(노리는 건 뮨인가 ......!)
벨제바브는 망설이다가, 먼저 뮨의 상태를 확인했다.
겁에 질려 있었다. 상황 때문이 아니다. 눈앞의 상대한테다.
(큭 ...... 알겠다. 악마인 이몸도 알 수 있어, 이 녀석들은 정상이 아니야! 어린애를 겁을 줘서 데려온다니, 이상하다고......!)
조용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뮨이 그의 옆모습을 올려다본다.
"벨 군......"
"필요하다면. 잡아...... 지금의 이몸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도움을 요청한다면 [손을 잡는 대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마]"
"읏!"
몇 초의 망설임 끝에, 뮤는 확실히 벨제바브의 오른손을 잡았다.
계약은 여기서 완료된다.
부탁받았으면 그에 응해줘야만 한다.
"혀 깨물지 마!"
"꺄악!"
쑥 끌어당겨서 뮨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벨제바브는 유일하게 남은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그곳에도 기다리고 있었다. 숨어있던 기밀정보부대원 2명이, 포박용 와이어 앵커를 겨누며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