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부 245화 무전취식 주의(1)
    2023년 03월 31일 19시 27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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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블러드 사건, 그 이후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자.

    "훙훙, 훙훙!"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네, 오레가노."

    "오, 꼬마! ...... 아니지, 도련님! 좋은 아침이여!"

     우선 오레가노는 골드 저택의 정원사로서 상주하며 일하고 있다. 그는 무일푼이었다. 흡혈귀족이라 피를 빨면 상대방을 권속화할 수 있고, 그가 운영하던 100% 자급자족 농장과 목장은 너무 외딴 오지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후 술집에서 술에 취한 후, 자신이 무일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안색이 창백해진 그는 그토록 돌봐주었는데 공짜로 밥을 대접받는 것도 미안하다는 의리를 발휘해 자신이 먹은 만큼은 몸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딱히 부담되는 일도 아니어서 상관없었지만, 겉보기에는 11살짜리 아이에게 밥을 얻어먹는 것이 800살이 넘은 어른으로서는 꽤나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럼 뭘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농업이나 축산 같은 것을 잘한다고 하길래 그럼 우리 집 정원을 가꾸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마침 지난달 전임 정원사가 고령을 이유로 퇴직 신고를 하여 다음 정원사를 찾던 중이었기 때문에, 마침 필요하던 사람이었다. 서툰 녀석을 부지에 들여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오레가노가 와줘서 다행이다.

     실제로 그는 온화하고 온순하고, 온유하고, 사람됨이 좋았다. 일처리도 정중하고, 사투리나 체취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인간보다 힘도 있고 체력도 있고, 월급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웃으면서 작업복에 밀짚모자 차림으로 즐겁게 마당손질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흐뭇하다.

     그래서 시험 삼아 고용한 하루가 일단 3일이 되고, 일주일로 늘려서 지켜보다가 어느새 우리 집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아서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상주 정원사로 오기로 했다. 서류 심사, 경력 조사, 면접을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자 도련님, 이것 보셔. 슬슬 귤이 예쁜 주황색으로 물들어서 맛있게 익을 때가 되었응께."

     흙 묻은 장갑을 벗고는 나를 업고 그대로 어깨에 태운 오레가노의 말에 이끌려 정원 귤나무를 올려다보니, 과연 확실히 커다란 귤이 몇 개씩 달려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정원사 할아버지가 수확한 귤이 식탁에 올라오곤 했었어. 그쪽 일도 오레가노에게 물려줘야겠네."

    "오우, 맡겨만 줘!"

     겨울용 작업복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빙긋이 웃는 그의 모습은 전혀 흡혈귀족답지 않았지만, 나는 싫지 않다. 뭐랄까, 힐링하는 느낌이랄까? 늠름한 사벨타이거라기보다는 애교 많은 뚱냥이 같은 느낌이랄까?

    "오, 오레가노 씨, 수고하셔."

    "버질 씨, 좋은 아침이여. 마들렌과 피낭시에와, 와플도, 좋은 아침."

     우리가 귤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자, 방목을 위해 마구간에서 말을 데리고 나온 버질이 한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까 지나갈 때 이미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내가 잘 모르는 말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며 말들을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집 말들은 아버지와 버질이 직접 감정한 일급품들만 있는 것 같은데, 오레가노도 그 라인업이 너무 좋아서 놀란 모양이다.

     참고로 암말들은 나와 버질에게 허락을 받고 가끔 피를 나눠주고 있다. 아무래도 수컷과 암컷 중 암컷의 피가 더 맛있다고 하는데, 맛과 엘레멘트의 순도도 포함해, 처녀의 생혈이야말로 흡혈귀에게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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