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녀라고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된 여동생은, 태어난 아이에게 죄가 없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언니의 불행을 딛고 태어난 아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라면서, 그녀는 집 뒤편에 있는 우물에 맹독을 쏟아부어 언니를 배신한 남자와 배신의 원인이 된 천생의 단짝인 여인(임신 중)과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세 아이를 독살하고, 모두의 시체를 맹독이 담긴 우물에 던져버렸다.
마침내 복수를 하고 잠시나마 성취감을 맛본 여동생은, 삶의 목적을 잃고 한동안 올리브처럼 자학하며 방탕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후일 알 하족도 제타족도 아닌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천명에 얽매이지 않은 순수한 사랑에 빠졌다.
남자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그녀는 비록 언니의 원수라 할지라도 살인자인 자신이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프러포즈와 함께 결혼반지를 건네받았을 때, 마침내 자신의 죄를 그에게 털어놓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낳은 딸이 자라서 제타족도 알 하족도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딸 부부와 귀여운 손자, 사랑하는 남편에 둘러싸여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비극은 세 번이나 그녀를 덮쳤다. 그녀가 죽인 언니의 전 약혼자의 천명의 단짝인 아내에게는, 같은 제타족 동생이 있었다. 행복하게 살던 누나 일가족이 처참하게 독살당하고, 그 시신을 독소가 가득한 우물에 던져지는 끔찍한 방법으로 처참하게 짓밟힌 그는 범인에 대한 복수를 맹세했다.
그리고 복수의 밤이 찾아온다. 그는 그녀 본인을 먼저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너도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는 고통을 맛보아라!" 라며 먼저 딸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리고 지금 막 그녀의 남편을 찌르려는 순간, 소리를 듣고 달려온 복수의 상대와...... 사랑에 빠졌다. 그래, 알 하족 여자와 제타족 남자. 두 사람은 설마 하던, 천명의 단짝이었다.
이 얼마나 운명의, 아니 천명의 아이러니인가. 이 피로 물든 붉은 실을 묶은 이놈의 신은 분명 성격이 나쁜 놈임에 틀림없다. 항간에는 '살애'라는 장르도 있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런 쪽의 수요자였을까.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큭! 얼굴만 마주치면 싸움만 일어나는 저놈이 왜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거야!] 같은 느낌. 어느 쪽이든 고약한 취미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와서 복수극은 혼돈에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욕하고, 자신의 복수가 정의롭고 정당하다고 외치면서도 열렬한 사랑에 불타올랐다. 남동생은 누나 부부의 죄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두 아이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을 거라고 외쳤다.
미워서 견딜 수 없는데,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서로 상대방을 죽이고 싶지만, 몸이 천명의 단짝을 해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마음도 천명의 단짝의 저주에 오염되어 눈앞에 있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상대를 마음속 깊이깊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 죽어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은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합의한 것이다. 사랑하는 상대를 죽일 수 없다. 사랑하는 상대를 두고 자살할 수도 없다. 천명의 단짝의 저주에 묶인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목숨을 끊는다. 신의 판단으로 그것은 안전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