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5부 220화 돼지 눈에도 진주 눈물(1)
    2023년 03월 26일 09시 24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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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친구 분들이 데리러 왔는데요."

    "없다고 말해줘."

    "...... 죄송하지만, 혹시 울고 계신가요?"

    "안 울어."

    "하지만......"

    "그냥 없다고 말해. 한동안 학교 가기 싫어."

    "...... 알겠습니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로리에의 귀에, 호크의 깊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은 함께 등교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반의 일행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작은 폭군은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다.

    "메이드장님, 도련님은 뭐래요?"

     조용히 고개를 젓는 로리에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여든 메이드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호크의 방문을 바라본다.

    "도련님, 불쌍하게도."

    "그렇게나 귀여우신데."

    "잠깐, 안 돼! 도련님의 눈에 들어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하지만 모처럼이니까 기념으로 찍을까 생각해서."

    "여러분,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다시 일하러 갑시다. 학우분들께는 제가 설명해 드릴 테니까요."

     손뼉을 치며 해산을 명령하는 메이드장을 따라, 메이드들은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다.

     모든 것은 오늘 아침 신문 때문이었다.

    [골드 러시 핼러윈! 호크 골드 씨 및 의문의 백만장자, 여신교에 금화 1000닢을 기부!]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브랜스턴 타임즈 조간신문의 1면에는, 호크가 가메츠 고츠크 지부장과 웃으며 악수하는 흑백사진이 실렸다. 문제는 그 머리에 검은색 고양이 귀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호크가 500닢, 미스터리한 백만장자가 500닢. 총 1000닢의 금화를 기부한 당사자로서 호크가 고츠크 지부장과 함께 여러 신문사의 취재에 응했다.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문제는 핼러윈 분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간의 시선은 도대체 이 미스터리한 백만장자는 누구인가!라는 한 가지 사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터라, 그런 곳에 투하된 이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오늘 아침 조간신문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의 고양이 귀 사진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조금, 아니 꽤나 부끄러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암살자로서 감정을 죽이는 기술을 익히고, 임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리에지만, 역시 고양이 귀 코스프레 사진이 왕국 전역에 뿌려진 경험은 없다.

     아니, 국내만 해도 그렇고, 설상가상으로 [그 악착 맞기로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골드와 수수께끼의 백만장자]가 여신교에 금화 1000개를 기부했다는 소식은 국내외에 널리 퍼져나갔다. 역시 세계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이 세계 종교의 최대 다수파라 할 수 있겠다. 요컨대, 호크의 고양이 귀 사진이 큼지막하게 1면에 실린 신문은 바다를 넘어 하늘을 넘어 마마이트 제국과 성지 베리즈에서도 화제가 된 모양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부러 큰 소리로 웃으며 전화를 걸어온 이그니스 마마이트 황제 폐하께 불경죄로 처형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수준의 폭언을 퍼부을 정도였다. 그 심정은 짐작이 간다.

     아무래도 꼬마의 고양이 귀 머리띠가 검은 고양이였던 것이 황제 폐하의 심금을 울렸는지, 문 너머 복도까지 이그니스님의 큰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 덕에 호크의 기분은 반비례하여 급강하한 것 같지만 말이다.

    "여보! 호크가 평생 말도 안 걸게 될 거라고요!"

    "그건 곤란해!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호크의 모습을 경멸할 수는 없지! 크으으! 그럼 적어도 내 서재에 몰래, 아니 안 돼! 이렇게 귀여운데도 저렇게나 부끄러워하다니, 호크는 수줍음이 많구나, 부히히히히! 그래, 이렇게 되면 호크짱이 절대 접근하지 않을 내 단골 가게에 보관한다면."

    "여보?"

     현관으로 가는 길에, 이글과 아리가 액자에 넣은 조간신문 스크랩을 장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일개 메이드의 신분으로 참견하기에는 주제넘지만,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로리에는 간절히 바랐다.

    "어이, 주인은 왜 그렇게 주눅 든 거야? 겨우 사진 한 장이잖아?"

    "그야 너, 네가 화장을 짙게 하고 여자 가발을 쓴 사진이 이렇게 올라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그런 거였냐?"

    "역시 고양이 귀가 아니라 늑대인간 잠옷을 추천했어야 했어! 내가 그때 말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 그대 탓이 아니므니다. 틀딱내가 난다는 이유로 드라큘라 분장을 거부하고, 뭐 이딴 걸 입냐면서 늑대인간 잠옷을 거부하고, 이거면 충분하다며 대충 고양이 귀 머리띠를 집어든 것은 우리 주군의 불찰이었스므니다. 하지만 주군 한 사람만 부끄러워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이참에 소인도 고양이 귀를 달고 오늘 하루 호위 임무에 임해야겠스므니다."

    "그건 반드시 역효과가 날 테니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요, 선생."

     경호원 네 명이 다소 늦은 아침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식당 앞 복도를 지나가려는데, 저쪽에서 샛노란 소바주 헤어를 휘날리면서 주방장이 걸어왔다.

    "잠깐, 로리에! 호크 도련님은 정말로 아침밥을 안 먹을 생각이야!?"

    "네. 오늘 아침은 식욕이 없으시대요."

     세상에 보기 드문 오크족 여성인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풍채가 좋고, 조금은 도도한 얼굴의 중년 여성. 그녀가 바로 호크가 태어나기 전부터 골드 가문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방장, 베이리프 부인(기혼. 남편과 세 명의 자녀와 다섯 명의 손주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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