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5부 219화 Hello! Winners!(2)
    2023년 03월 26일 08시 33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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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무슨 일입니까?"

    "딱히요?"

     지독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나를, 못마땅하게 웃는 신부님의 미소로 내려다보는 가메츠 할아범.

     아마 본심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가장 큰 보상이잖아 작전으로 얼른 보답을 끝낸 것으로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 귀찮은 악당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니까.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내가 저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생각했을 테니까. 가재는 게 편이라는 거다.

    "이렇게 가난하지만 청빈한 인간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나와 네가 한 일이 옳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호크여."

    "그렇네요~"

     스승님 덕분에 고아원과 교회의 수선도 할 수 있고, 이렇게 파티에서는 평소보다 더 푸짐한 음식이 나오고, 고아원 아이들도 수녀님들도, 참석자들도 모두 즐거워하니 기부금을 낸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세계 각지의 여신교 산하 고아원이나 교회에서 이런 행사가 예년보다 다소 화려하게 열리고 있을 것이다.

     뭐, 생판 남인 아이들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어차피 남의 애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남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게 싫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졸업했으니까.

     만약 그때 크레슨에게 병원에서 주먹질을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관계는 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슬픈 이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마무리되었을지도 모르고, IF를 생각해 보면 끝이 없으니까. 크레슨은 그때 나를 꾸짖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 결과 지금의 우리가 있다.

    "자자, 하...... 헤이스팅 공. 아무래도 저쪽에서 빙고 대회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꼭 참가해 주시죠."

    "음, 그거 좋지! 호크, 그대도 참가하겠느냐?"

    "아뇨, 저희는 적당히 쉬고 있을게요. 고액 기부자가 1등상에 당첨되면 짜고 치는 거 아니냐며 분위기가 싸늘해질 테니까요."

    "음, 그런가. 그럼 이만."

     아무래도 사룡 하인츠라는 이름을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인간계에 몰래 들어올 때는 헤이스팅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것 같다. 약간 아쉬워하는 듯한 스승과 헛웃음을 짓는 가메츠 할아버지가 떠나고,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

    "약삭빠르네, 저 할아버지."

    "스승님이 즐거워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


    "으으, 추워!"

    "어이어이, 감기 걸리지 말라고."

     빙고 대회가 한창 흥겨워질 무렵, 우리는 교회를 떠났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바람은 더욱 차갑게 느껴지고, 모피 코트를 입은 나를 크레슨이 안아준다. 으음, 따뜻해. 정말이지 크레슨도, 올리브도, 카가치히코 선생도, 폐하도, 박사님도 겨울털이 되면 푹신함이 파워업한단 말이야. 이렇게나 추우면 계속 털에 몸을 파묻고 싶어져.

    "오, 드디어 오셨습니까요."

    "무사히 용무가 끝나서 다행이다."

    "어라? 둘 다 무슨 일이야?"

     교회 뒤편에 세워둔 골드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로 돌아오니, 마차 앞에는 마마이트 제국의 군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올리브와 경찰관 복장을 한 버질이 함께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두 사람 모두 저택에서 외출을 할 예정이었을 텐데.

    "도련님의 귀가가 너무 늦어져서, 나으리께서 걱정하기 시작하셨습니다요."

    "상황파악 겸 데리러 온 거다."

    "아, 그렇구나."

     아버지는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그래서 둘이서 데리러 오는 두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한 느낌이지만. 그 정도로 신경을 써 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야, 응.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그런데도 군인에 경찰관이라니. 둘 다 꽤나 잘 어울리네?"

    "헤헤! 모처럼의 축제이니까요. 가끔씩은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까요?"

    "어떤가. 잘 어울리나?"

    "잘 어울려, 둘 다."

     그런 그렇고, 크레슨이 새하얀 이불을 몸에 감고 있는 허술한 분장인데 반해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일 줄은 몰랐다. 아니, 괜찮기는 해.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카가치히코 선생님이나 로리에, 아빠나 엄마도 가면을 쓰고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웃기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핼러윈도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것도 싫지 않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려 바보짓을 하며 웃을 수 있는 가족이나 동료가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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