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5부 219화 Hello! Winners!(1)
    2023년 03월 26일 08시 32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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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이 나이에 트릭 오어 트릿 따위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런 것 치고는 즐거워 보였는데~?"

    "그야, 어차피 할 것이니 즐기지 않으면 손해니까. 지루하다며 혼자서 불성실하게 굴고 분위기를 나쁘게 만드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즐거워질지 고민하는 게 더 건설적이잖아."

    "그건 그래!"

     청빈하면서도 나름대로 화려하게 꾸며진 여신교회의 핼러윈 파티. 고아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수녀들도 분장을 하고 호박 요리와 과자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료 급식도 겸하고 있어서인지 교인이나 부랑아 등 외부에서 온 참가자들도 많이 찾아와서 꽤나 성황을 이룬다.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 적당히 마무리하고 돌아가기 위해 음식을 접시에 담아 행사장 구석으로 이동한 나는, 호박이 들어간 아히죠를 숟가락으로 입에 넣는다. 음, 소박한 맛이라 맛있다. 그런 내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 머리띠의 가짜 검은 고양이 귀를 손끝으로 툭툭 치면서, 크레슨도 호박 아히죠가 듬뿍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다.

    "그럼, 내가 트릭 오어 트릿를 하면 어떻게 할 건데?"

    "뭐?"

     예상치 못한 말에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마치 장난에 성공한 아이처럼, 나쁜 짓을 생각해 낸 고양이 같은 얼굴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과자가 하나도 없으니, 장난을 쳐도 불평할 거 없을 텐데~?"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네......"

    "가하하하하! 평소에는 춥다 춥다 하면서 우리에 비비적거리고 다니는데, 가끔은 당하는 쪽의 기분도 맛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내 고양이 귀와 벨트에 매달려 있는 검은 고양이 꼬리를 만지작거리는 크레슨이었지만, 아쉽게도 그것들은 모두 모조품이라서 만져도 나 자신은 아무렇지 않아.

    "왠지, 미안."

    "그럼 이렇게다!"

    "으악! 기브기브! 기브업!"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서인지, 재주 좋게 들어 올린 겨울털로 풍성한 꼬리로 내 목덜미를 간지럽히기 시작한 크레슨. 촉감이 좋은 고급 모피는 따뜻하지만, 이렇게 꼬물꼬물 움직이면 간지럽다.

    "오오! 꽤나 즐기는 것 같잖은가!"

    "사이가 좋은 일은 아름답다는 말이군요."

    "어라? 스승님과 망할...... 신부님?"

    "여어 할아버지, 당신도 왔었구나."

     그렇게 우리가 교회 구석에서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어디서 구했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큰 사이즈의 프릴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에 흰색 타이츠, 흰색 장갑에 화려한 진홍색 망토를 두른 하인즈 스승님이 오셨다. 머리 위에는 장난감 왕관을 얹은 것이 귀엽기도 하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삐죽삐죽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 옆에는 싸구려 골판지로 만든 싸구려 박쥐 날개를 등에 업은 가메츠 할아버지가 성인군자처럼 동행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왕정국가에서 왕의 가면을 쓰다니 꽤나 배짱이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가장 오래된 용인 스승님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국왕 정도야 별거 아니지 않을까. 멋으로 끝나는 범주를 벗어난, 마성의 왕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진짜 왕족 같은 위엄 있는 모습이 스승님 다운 모습이라고나 할까.

    "왕립학교의 댄스파티를 보러 가는 거니까 여기 안 오실 거 아니었나요?"

    "그랬지! 저쪽이 끝났으니까 온 게다! 가메츠 님으로부터 받은 초대장, 사실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나는 기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한낱 용인일 뿐이니 오히려 이유도 없이 거절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얼굴이라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너무 신경쓰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둘 다 부자연스러우니까~"

    "저희로서는 이렇게 무사히 보답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예."

     이번에 여신교에 금화 500닢(500만엔 상당)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기부한 수수께끼의 백만장자 H 씨의 정체는 비밀로 하겠지만, 가메츠의 할아범으로서는 입장상 당연히 예의를 갖추지 않을 수 없기에 이렇게 핼러윈 파티에 불러들인 것 같다. 당신들이 쌓아놓은 선행의 결과를 직접 보시라든가, 뭔가 그럴듯한 말을 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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