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초일류 최고급 호텔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이글이 아내를 위해 일부러 큰돈을 들여서 데려왔다는 그녀는, 아리가 사라진 후 호크와 마리의 분유와 이유식도 만들던 사람이며, 무너져가는 골드 가문의 내막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신 직무에 충실했던, 말하자면 골드 가문의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럼 안 되지! 우울할 때 배가 고프면 더 우울해져! 이럴 때일수록 밥은 꼭 먹어야 해!"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이럴 때일수록 당신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 뒤에서 도련님을 지탱하기로 했잖아? 지탱한다는 건, 상황이 좋을 때만 좋은 얼굴로 있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는 순간 멀리하는 게 아니라고!!! ......뭐, 내가 그렇게 말할 주제는 아니지만......"
스스로 말하다가 스스로 우울해졌는지, 오크 같은 얼굴을 찡그리며 울상을 짓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는 로리에였지만, 베이리프 씨는 양손으로 힘차게 자신의 뺨을 두드리며 얼굴을 들었다.
"나까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안 돼! 도련님이 입에 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맛있는 아침밥을 만들어 줘야지! 로리에, 도련님한테 전해! 도련님이 좋아하는 아주 진하고 따스한 콘 포타주를 듬뿍 만들어 주겠다고! 크루통과 파슬리도 푸짐하게 준비할 거야!"
이 전환의 속도야말로 그녀의 장점인 것 같다고 로리에는 생각한다. 의기양양하게 주방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인사를 건네고는, 반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뒤에서 도련님을 지탱하기로 했잖아? 지탱한다는 건, 상황이 좋을 때만 좋은 얼굴로 있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는 순간 멀리하는 게 아니라고!!!]
주방장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로리에는 호크의 방 문 앞에 서 있었다. 노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겁이 많았냐고 자책하며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귀를 울리는 것을 느낀다. 물론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무리 격렬한 운동을 한들, 일이라면 어린아이를 직접 처리한들, 암살 메이드로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도록 단련된 몸인데 이 꼴은 뭐냐며 자조한다. 호크에게, 도련님에게 미움받을까 무섭다. 아니, 도련님은 이미 충분히 분별력이 있는 분이다. 설령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더라도 나중에 냉정하게 사과할 것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정말 얼어붙은 채, 내 심장이라고 소리 내지 않고 입술을 움직이면서 로리에는 의연하게 문을 두드린다.
"예~ 지금 엽니다."
하지만 힘 빠질 정도로 순순히, 호크는 문을 열고 그 축축한 얼굴을 드러냈다.
"도련님, 그...... 기분은 이제 괜찮으세요?"
"괜찮은데요? 뭐, 언제까지나 소침해져도 소용없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는 원래부터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존재였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어울리지도 않을 정도의 고양이 귀를 가진 모습을 보고 웃어주는 편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고."
"아뇨, 아뇨.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도련님은 아주 사랑스러운 얼굴이세요."
"하하, 고마워, 로리에. 일부러 위로하러 와줬어?"
"아, 아니요...... 그, 일개 메이드의 신분으로 폐를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괜찮아. 고마워. 그에 반해서 그 폐하는 정말이지!"
한바탕 화를 내고 나서 오히려 속이 후련해졌는지, 완전히 마음을 고쳐먹은 듯한 호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평소 같으면 벌써 아침을 먹었을 시간인데, 당연한 일이다.
"주방장님의 전언입니다. 도련님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콘 포타주를 듬뿍 만들어 주실 거라고 하네요"
"오오, 그거 좋아. 그럼 함께 갈릭 버터 바게트도 구워달라고 해야겠네."
다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호크의 뒷모습을, 로리에는 소리 없이 따라간다. 그토록 도련님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간신문을 한 손에 들며 멀리서 호크를 지켜보고 있던 메이드들을 향해 [어때? 귀엽지 않아? 호크 냥드야!] 라고 하는 듯한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머리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여유까지 보이는 것 같다.
"도련님, 제발 무리하지는 마세요."
"괜찮아, 괜찮아. 조금 무리해서 힘주는 정도가 지금은 가장 편한 거야. 지나치게 연기할 생각도 없으니 안심해도 돼."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생긴 듯 돌아보며 웃는 호크의 미소에, 도련님이 건강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한다. 낙담한 도련님을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면서.
메이드로서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정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도련님의 미소를 보고 싶다. 호크를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찾아보자며, 남몰래 그렇게 결심한 로리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