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식을 듣자 회색빛이었던 세상에 갑자기 색이 감도는 것 같았다.
레이지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호의를 전해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가씨,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사 후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대성당으로 향하세요."
메이드장의 말에, 에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침 식사는 이미 준비되었고, 식당에 들어가니 아버지인 쉬리즈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에바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미소를 지었다.
"...... 정말 예쁘군요, 에바."
"고마워요, 아버님."
아버지와 딸. 두 사람의 식탁은 조용했지만, 성왕국 정권의 중추를 맡아서 바쁜 쉬리즈 백작은 그래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에바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델을 점점 닮아가고 있군요."
"어머니를요?"
에바의 '고무의 마안'이 폭발하면서, 아기였던 에바는 어머니 아델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를 견디지 못한 아델은 원래도 산후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 일련의 사건이야말로 아버지와 딸 사이에 계약 마법을 사용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결혼식은 날씨가 좋았습니다....... 설마 이렇게 딸의 결혼식을 보게 될 줄이야. 시간이 참 빠르군요."
"아버님은 아직 젊으시잖아요."
에바의 눈에 시리즈 백작은 여전히 젊어 보였고, 이는 귀족 사교계에서도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시리스 백작의 젊음의 비밀은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라고 말하는 마담들이 많다.
아직도 쉬리즈 백작의 후처가 되고 싶어 하는 영애도 많지만, 지금까지는 에바가 있었기 때문에 사양하였던 비화도 있다.
"앞으로가 걱정이네요."
"제가 걱정이 되나요? 그렇습니까, 에바의 걱정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장난하는 게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에바는 레이지 씨를 걱정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
결혼식 당일인데도, 레이지가 성왕도에 들어왔다는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우수한 연락원이 저택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연락의 누락은 없을 것이다.
레이지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성왕국 오지의 개척촌을 구하러 간다'는 것이었으니, 말릴 수도 없다.
"괜찮아요, 아버지. 레이지는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할 거예요."
"!"
빙그레 웃는 딸에게, 아버지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렇습니까."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아버지보다 더 깊은 신뢰의 상대를 찾은 딸에 대한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성왕도 크루바뉴의 중심에 성왕궁이 있고, 이를 둘러싸듯 '1의 벽'이 존재한다. 벽은 '8의 벽'까지 있는데, '1의 벽'과 '2의 벽' 사이에 있는 구획을 '제1성구'라고 부른다.
'제1성구'는 국가의 중추적인 시설이 많기 때문에, 귀족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한산한 편이지만, 이날만큼은 많은 마차로 붐비고 있다.
각지에서 귀족들이 모여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귀빈들도 많다.
성녀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내무대신을 맡고 있는 쉬리즈 백작의 딸이자, 성왕국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에바=쉬리즈.
'다섯 영웅' 중 한 명으로 각국 상층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여신 토벌의 주역 레이지.
이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혼식이 열리는 대성당 내부는 바깥의 소란스러움도 닿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우와아아아아, 에바 님, 정말 정말 예뻐요오오오오오!"
대기실에 있던 에바를 찾아온 것은 미라=뮬이었다. '곰 변경백'으로 유명한 뮬 변경백의 딸이다.
눈을 반짝이며,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은 에바에게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