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4부 212화 누군가를 위한 레퀴엠(2)
    2023년 03월 22일 19시 59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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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상어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자. 20개 정도 나오는 상어 얼굴의 조형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아니, 모르겠지. 귀상어처럼 머리 모양이 특징적인 상어라면 모를까. , 그렇다고 내가 귀상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애교가 느껴져.

    "
    미쳤나? 그대, 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니, 설마 눈이 먼 건 아니겠지?"

    "
    조금 어둡긴 하지만 잘 보이는데요."

     
    소리 지르고, 노려보고, 난동까지 부려도 전혀 겁먹은 기색이 없는 나를 보고 허탈해진 건지, 믿을 수 없다며 몸을 일으켜 세웠던 변경백은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
    아아. 그대 같은 괴짜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조금만 더 달라졌을지도 몰랐는데."

    "
    그래요, 97 정도만  빨리 태어났더라면..."

     
    변경백의 몸이 반짝이는 푸른빛의 입자가 되어 무너져 내린다.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독살당한 날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폐하가 밤의 모임에서 수집해 준 정보와, 온 힘을 다해 유령선을 부수려고 노력한 결과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이 방에 남겨진 수기, 침대 옆에 굴러다니는 집사와 시녀들의 썩어가는 유골들.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과거 북 아스다 왕국의 변경인 로즈 백작 가문에는 인간 당주와 인간 부인과 상어 수인의 첩이 있었다. 하지만 부인이 죽자 당주는 상어의 첩을 후처로 맞이하고, 그녀의 아들인 웨이드 씨를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자신이 첩의 자식이라는 것, 상어 수인이라 인간 일족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던 웨이드 씨는 왕국군에 지원하여 전장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채 공적을 쌓았으며, 그 공적으로 주변을 잠재우고 당주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웨이드 씨에게 적대적인 친척들의 손에 의해 그의 부모는 사고로 위장해 암살당하고, 자신은 당주 취임을 축하하는 이 로즈 백작 가문 소유의 배에서 선상 파티를 명목으로 끌려가 독살당했다고 한다.

     
    , 계획된 살인이었던 것이다. 범인은 이 파티에 참석했던 거의 모든 친척들이었다. 물론 어린아이들과 말단 하인들은 몰랐던 것 같지만, 아까 그가 불렀던 노집사 브루타스나 하녀 달리아 등은 이미 친척들에게 포섭된 상태였을 것이다.


     97
    년 전, 웨이드 로즈 변경백은 이 배에서 독살당했다. 아마도 아까 내가 봤던 것처럼 독주를 마시고 혼자서 외롭게 독에 중독되어 고통받다가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뛰어난 물속성과 어둠 속성의 마법 재능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다. 어렴풋한 말기의, 무의식적인 폭주였겠지. 그렇지 않다면 그가 스스로 이 일에 휘말려서 이렇게까지 고통을 겪을 이유가 없다.

     
    죽음과 함께 발산한 그의 원한과 복수심은 그 자신까지 끌어들이는 저주가 되어 이 배를 침몰시켰고, 이후 97년 동안 거의 무차별적으로 악몽을 퍼뜨리는 저주받은 유령선으로 변해 이 바다를 떠돌아다녔다. 마의 안개의 삼각지대. 그곳은 아마도 옛 로즈 변경백이 다스리던 영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단으로 침입한 배들이 모두 이 배의 저주에 사로잡히거나 가라앉았다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저렇게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반복해서 맛보게 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
    고맙다, 소년. 네가 준 물은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마신 진흙탕 물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
    별것 아니었어요."

     
    나는 이미 팔다리가 사라지고 몸통과 목만 남았지만, 그래도 아주 온화하게 웃는 변경백의 머리에다 내 손에 들고 있던 하얀색 파나마 모자를 씌워주었다. 상처투성이 얼굴의 덩치 큰 상어 군인이 어린아이용 파나마 모자를 머리에 씌우고 있는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럽지만, 매우 애교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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