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부 212화 누군가를 위한 레퀴엠(3)2023년 03월 22일 20시 00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 모자를 쓰고 다니면 귀여워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세상은 넓으니까요. 저처럼 당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으니까요."
적어도 우리 호위들이나 가족들은 아무도 변경백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귀엽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관심에 감사한다. 이 모자는 고맙게 받도록 하지."
즐겁게 웃으며, 상처투성이의 상어 변경백은 푸른빛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뭐, 내가 배를 통째로 정화했으니 사실상 내가 소멸시킨 셈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물리쳤던 원령 때보다는 순조롭게 성불시킨 게 아닐까.
"끝났나."
"예."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 당주의 일지를 읽고 있던 이그니스 폐하가, 어둠 속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못생겼다고 미움받는 자식인가. 조금만 잘못했다면, 짐도 녀석처럼 배신당해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르겠군."
황제의 아들과 변경백.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 사이에 통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폐하는 닫은 일지를 휙 던져 버렸다.
"죄송합니다 폐하, 모처럼 받은 모자였는데요."
"상관없다. 좋은 이별의 선물이 되었다면 모자도 원이 없겠지."
자신이 쓰고 있던 커다란 파나마 모자를 벗어 내 머리에 씌우고는, 그대로 나를 들어 올리고 날개를 펼치는 폐하. 나에게는 너무 큰 모자의 챙이 방해가 되어서 그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내가 상상한 대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폐하니까.
"저주의 핵심이 사라졌다. 더 이상은 이 방도 오래 버틸 수 없겠지."
"그래요, 얼른 탈출하죠."
이미 방의 네 귀퉁이에서 붕괴가 시작된 선실의 문을 열고, 너무도 눈부신 서녘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지는 검붉은 하늘로 날갯짓하는 이그니스님.
"오오! 봐라 호크!!!"
"우와, 대단해!"
마의 안개에 갇혀 있던 무수한 영혼들일까. 수면에서 비눗방울처럼 떠오른 수많은 반짝이는 빛의 물줄기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보라, 복숭아, 주황의 열한 가지 색으로 빛나며, 검붉은 하늘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간다.
그런 빛에 이끌리듯 웅장하게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고도를 높여가는 폐하와 그 품에 안긴 채 모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나.
"폐하~! 무사하셨습니까~!"
"그럼! 짐을 뭐라고 생각하느냐!"
"역시 대단하십니다~!"
어느새 짙고 무거운 마의 안개는 걷히고, 삼각지대의 바다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서광을 받아 주황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을 가르며 나아가는 다섯 척의 군함이 눈앞에 보인다.
바람의 확성 마법으로 외치는 원수에게 이쪽도 확성기 마법으로 외치면서, 폐하는 자랑스럽게 주먹을 높이 치켜세우셨다. 순간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터져 나오고, 수많은 해군들이 함교와 갑판에 모여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두를 달리는 배의 갑판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은 어디까지나 당당하고 고상하게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자기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구나. 호크여."
"예, 정말이지. 그 말씀대로네요. 이그니스 님."
이렇게 해서 여름이라기엔 늦게, 할로윈에는 조금 이른 유령 소동과 제국 해군의 신형 군함의 첫 항해는 무사히 끝났다.
마의 삼각지대의 수수께끼는 훌륭하게 풀렸고, 언젠가 동화처럼 근해의 어부들과 선원들 사이에서 전해질 것이다. 지금은 비록 나라 자체가 사라졌지만, 그 후손들은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북 아스다 왕국과 그 백성들처럼.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부 213화 그것은 전아하고 풍아하며 우아한(2) (0) 2023.03.23 24부 213화 그것은 전아하고 풍아하며 우아한(1) (0) 2023.03.22 24부 212화 누군가를 위한 레퀴엠(2) (0) 2023.03.22 24부 212화 누군가를 위한 레퀴엠(1) (0) 2023.03.22 24부 211화 하늘은 날지 않는 유령선(2) (0) 2023.03.22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