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17 부탁해 유성(5)
    2023년 03월 20일 23시 5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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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에서 환전해 놓길 잘했네요. 이 돈은 선금이랍니다. 제가 돌아왔을 때, 이 소녀가 맛있는 차를 마시며 부드러운 이야기 책을 다 읽고, 저에게 웃으며 소감을 말해주면 나머지 절반을 드리겠사와요."

     경비병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침묵을 지켰다.

     무겁고 참을 수 없는 침묵이었다.

    "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그럼 제가 사줄게요. 괜찮네요, 이런 저렴한 돈으로 싸게 살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저기, 어때요? 저는 여러분들이 지금 하고 있는 그런 표정이 정말 싫사와요. 사정이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할 거면 적어도 저한테는 덤벼드는 정도는 해봐요! 핑계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매달리는 건 그만둬! 자신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낮춰서 어쩌려는 건가요, 이 바보들!"

     소녀는 긴 여정에 지쳐 있었다.

     빨리 호텔에서 자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에 화가 났다. 거리 풍경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에 생기가 있는 사람이 없다.

     그 격렬한 분노는 파수꾼들의 가슴 한구석에 굳게 닫혀있던 문을 흔들었다.

    "......
    그래. 우리들은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어."

     첫 번째 파수꾼이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열쇠를 잔뜩 들고 돌아왔다.

    "
    가장 안쪽이 비어 있어...... 그곳이라면 프라임 녀석들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
    흥, 고마워요. 내일 돌아올지도 모르니, 지불은 그때."
    "
    아니...... 돈은...... 됐어. 그렇게까지 하면, 우리는 정말로 끝장이야."

     그 말을 듣고.

     소녀는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분노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
    어, 어라라. 뭐예요, 당신......."
    ".....
    뭐야. 시끄러워. 지금 생각 중이라고. 내일부터 어떻게 생활비를 벌어야 할지......"
    "
    그런가요. 그럼 제가 볼일을 보고 나면, 뭔가 힘이 되어드리죠. 다른 나라에 취직하는 건 어때요? 뭐, 그런 일은 제쳐두고."

     소녀는 경비병의 얼굴을 아래에서 들여다보며, 빙긋 웃었다.

    "
    아까보다 얼굴이 더 좋아졌어요, 당신"
    "............
    그런가."

     자신의 뺨을 만져 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무언가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경비병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모포와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라칸의 조카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급히 소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
    저, 저기. 감사합니다! 당신은 정말 은인이에요......!"
    "
    괜찮아요. 그런데, 왜 그들이 노리고 있나요?"
    "
    아가씨, 그것도 모르고 이 아이를 보호해 준 거냐!?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경비병은 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
    청소부 라칸을 프라임 패밀리가 쫓고 있대. 저쪽 아가씨도 라칸과 관련이 있겠지."

     그 이름을 듣고 두 소녀는 각각 반응을 보였다.

     라칸의 조카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절규했다.

     진홍색 눈동자의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
    잘 됐네요. 저도 라칸 씨를 찾으러 왔어요."
    "
    ?"
    "
    저희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모양인지, 편지를 보내주었어요. 그래서...... 아버지는 당분간 안 계셔서, 돌려보낼까도 생각했지만...... 모처럼이니 이야기를 들어볼까 해서 왔답니다."
    "
    그, 그, 그거 하나 때문에 롬덴비아까지 온 거냐......!"

     이 아이는 정말 심각한 파더 콤플렉스구나, 라고 파수꾼은 생각했다.

    "
    그럼 가볼게요. 아마존 프라임 패밀리였나? 스트리밍으로 이길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을 찾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먼저 라칸 씨를 찾아내야겠네요."
    "
    어이어이...... 진짜로 패밀리한테 도전할 셈이냐......!"
    "
    반대입니다. 그 넷플릭스 패밀리가 저한테 도전하는 거랍니다."
    "
    저기, 이름이 전혀 안 맞는데요."

     조카의 지적을, 검은 머리의 소녀는 깔끔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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