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부-17 플리즈 유성(5)

 

"뭐!?　조카 확보에 실패했다고!!?"

　라칸의 조카를 데려오라고 명령한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차를 타고 대기하고 있던 일행이, 두 사람이 당하는 것을 보고 거품을 물고 도망쳐 온 것이다.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거냐!　소녀 1명이었다고!?"

　마르코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격분했다.

　보스의 아내는 앉아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두 사람의 정사가 끝날 때를 보아 방에 들어온 정장 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예, 하지만 관광객 여자가 방해를 해서요."
"쳇...... 위선자냐고. 한꺼번에 죽여버려."
"하지만, 일반인을 끌어들이면 슬슬 보스가......"
"시끄러워!"

　마르코의 눈빛이 남자를 찌른다.

　남자는 자연스레 받아넘긴다. 넓은 어깨. 대머리의 아래에는 온화한 눈이 있다. 그를 라칸에 버금가는 일꾼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르코 따위는 한 손으로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화가 난다.

"어이, 잘 들어 로건. 라칸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너에게 누가 기회를 주고 있는 거냐. 나는 라칸을 제거하고 이 조직을 장악하는 한 걸음을 내딛는다. 너는 라칸이 죽은 뒤 에이스로 군림한다. 그렇게 약속했잖아."
"알고 있습니다, 마르코 님."
"뭘 알아?　뭘 아는 건지 말해봐."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조카를 쫓아가면서 그 관광객도, 라칸도, 모두 처치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됐어."

　로건이라는 남자는 방 입구에 서 있던 부하에게 즉시 지시를 내렸다.

"모두 내보내. 이번엔 총력전을 펼친다. 한 마리도 놓치지 마."

　

　

 

 

　낯선 소녀의 도움을 받은 후.

　라칸의 조카는 그녀에게 이끌려 왕도의 초소에 왔다.

"그러니깐!　이 사람이 납치당할 뻔했는데 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건가요!?"
"아가씨...... 이 왕도라는 곳을 모르는 건가."

　보기에 따라서는 관광객, 혹은 외부인인 소녀를 상대하기 곤란한 주둔지 경비병은. 라칸의 조카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곳은 왕보다 프라임 가문이 왕보다 더 강하다고. 만약 그 아이를 패밀리에서 쫓고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뭐어!?　일 하는 거 맞아요!?"

　직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일.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을 시작할 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애를 돌봐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요?　술 취한 사람을 맡길 곳 정도는 있잖아요?　거기라면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리라고 했잖아. 패밀리한테 대들면 우리는 다시 빈민가로 돌아가게 돼."
"쳇...... 자존심 같은 건 없나요?　개만도 못한 놈들이네요, 당신들."

　초소에 있던 경비병들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반박할 말이 없다.

"아~...... 뭐, 좋아요. 그럼 당신들, 얼마 받아요?"
"............ 월급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
"예?　꿈도 못 꿀 금액으로 자유를 잃는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경비병의 눈빛에 칼날 같은 빛이 들어왔다.

　순간적인 짜증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전혀 겁먹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으로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으로 화가 났다.

　하지만....... 옳은 것은 저쪽이다.

"그래. 맞다. 미안하다. 그렇게 되었으니, 우리는 그 아이를 보호할 수 없어. 아니, 오히려 내쫓는 것 정도는 해야 한다고. 백보 양보해서 여기선 못 봤던 걸로 하던가."
"그런가요. 그럼 한 가지 제안입니다."

　관광객 소녀는 가방에서 지폐를 서너 장 꺼내어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한 묶음만 해도 경비병들의 1년 치 월급을 넘어선다.

　경비병들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