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 악마
    2020년 12월 09일 11시 44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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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8839dt/17/





     "이제야 이루어져......"


     석영 던전의 한 보스방. 기델은 그 윗층에서 내려다보면서 감개무량하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세계에서 소환된 아키르는, 기델에게 있어 딱 좋은 말이었다.

     

     요안에게 시집보내면 나름대로 명성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귀족 가에게 원한을 산다. 그렇다면 그녀를 샤론의 피해자로 만들어서, 샤론과 같이 사고사를 당하게 하는 것으로, 아키르와 연애 중이었던 요안은 귀족들에게서 동정받을 것이다.


     그 다리오라고 하는 집사가 실패하지 않는다면 진짜 딸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샤론을 마무리 하는 쪽이 우선된다.


     아키르를 따라간, 아무 것도 모르는 평민 시녀들도 죽는다면 샤론에게 원망이 모여서, 미셸 가문은 더욱 동정받으며 나쁜 소문도 사라진다.



     그리고 운좋게도, 보스방에 나타난 마물은 미노타우르스ㅡㅡ그것도, 그 검은 뿔을 보아, 광물을 섭취한 것으로 인해 뼈가 마철화된 던전 특유의 상위종일 것이다.


     저 샤론이 데리고 온 메이드가 가진 지식은 아깝지만, 그 괴상한 술수를 쓰는 건방진 소녀의 울부짖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 편이 유쾌하다. 기델이 그 메이드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 검은 머리의 메이드도 가만히 기델을 바라보고 있었다.



     "........."



     무언으로 바라보는 감정없는 미소와 그 검은 눈동자에, 기델의 가슴 안에서 불안이 점점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조금 전에 도끼가 튕겨나버린 미노타우르스가, 분노의 울부짖음을 지르며 메이드를 덮쳤다.


     "레티!!"


     "꺄앗!"


     샤론과 아키르가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내려쳐진 전투도끼가 흑발의 메이드를 쳐버리려하는 그 때, 그녀의 입술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흘렀다.



     ".....[어둠이여 오라]...."


     

     그 순간, 모든 것이 암흑에 쉽싸였다.


     "무슨 일인가요."


     자기가 있는 테라스까지 침식하려 하는 어둠에, 기델이 무심코 외쳤지만 자신의 부하인 시녀와 병사들이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샤론 일행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 대답하세요!"


     자신의 주변만이 보이는 암흑 속에서 당황해하는 기델이 소리를 쳐보았지만, 뒤에 있던 자들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


     

     "그포오오......."



     "히익!?"


     갑자기 기델의 앞에, 사지가 꺾이고 피투성이가 된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서, 단말마의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심한 짓을 할 수 있는 걸까?


     입에 담는 것도 꺼려지는 참상에 기델이 몇 걸음 물러나자, 등에 무언가가 닿아서 겁먹은 듯 돌아봤다.


     "히이이이이익!?"


     그곳에는 기델의 시녀가 서 있었다. 발라 백작 가에서 자신을 모시러 온 이 시녀는, 시체같은 표정으로 흰눈을 드러내고 손발을 추욱 늘어뜨리며 딱 하고 목만을 기델에게 향했는데, 그 입안에.....거미같은 곤충의 다리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윽, "


     새파란 얼굴로 도망치려 하던 기델의 다리를, 누군가가 잡아서 멈추게 하였다.


     "....안주인.....님......"


     "노, 놔요!"


     그 시녀도 옛날부터 기델을 모시고 있었지만, 사체같은 피부와 몸과 얼어붙은 듯한 차가운 손가락에, 기델은 무심코 차버리려 하였으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앞의 시녀가 보는 사이에 말라 비틀어져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기델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저, [전이] !"


       *


     기델의 반지에 있던 보석이 색을 잃고 부서졌다.


     기델이 쓴 것은, 던전 하층부에서 드물게 산출되는 매직아이템 [전이의 반지] 다. 한번 쓰고 버리는 거지만, 키워드를 외치면 사용자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전이시켜준다.


     이것 하나가 금화 150닢의 가치가 있지만, 목숨을 대신할 것까진 아닐 것이다.


     

     "여긴......"


     기델이 주변을 둘러보니, 그곳은 미셸 후작가가 아닌 발라 백작령에 있는 실가라는 걸 눈치챘다.


     "누구! 누군가 대답하세요!"


     해는 완전히 저물었지만, 아직 저택의 사람들이 모두 잠들 시간도 아니다.


     

     "누군가! 아버님!"


     기델의 아버지인 백작은, 사전에 기델의 연락을 받고 저택 안에 있을 터였다.


     오늘이 끝난다면 샤론은 사라지고, 실질적으로 미셸 가문이 발라 가문의 손에 떨어진다.

     

     "뭐야, ........이거."


     어두워서 눈치 못했지만, 복도의 벽과 천장에 여러 거미집이 생겨있었다.


     가인들은 이런 관리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앗......"


     기델이 확 트인 홀에 도착하자, 야회에서 쓰이던 기억의 모습은 사라지고, 암흑에 휩싸인 홀에는 거대한 거미집이 쳐져 있었다.


     "아, 아버님!?"


     그 거미집에, 실로 동여매어져서 내걸린 것 중의 하나가 아버지인 발라 백작이라고 눈치챈 기델은 외쳤다. 그 외에도 기델이 잘 아는 가인들이 죽은 사람같은 얼굴로 내걸려 있는 걸 보고, 기델은 다시금 비명을 질르고 싶었지만, 그 목소리를 내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골수까지 스며드는 듯한 오한......


     경직된 기델의 앞에, 어둠 속에서 그 흑발 메이드가 공중에 뜬 채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걸까? 어떻게 여기까지온 걸까? 물어보려 해도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기델에게, 흑발 메이드는 입술 언저리를 귀 밑까지 들어올려서 인형처럼 웃었다.


     "작별의 인사로."


     흑발 메이드의 말과 함께, 그건 시작되었다.



     분홍 기운이 감돌았던 피부가 거멓게 되고, 청동색으로 물들였던 고급 메이드복이 수천 년 동안 비바람에 시달린 듯 너덜너덜한 천으로 변하였다.


     넘쳐나오는 독기가 홀의 천장과 벽을 순식간에 썩히고. 그 안을 뚫고 나오듯이 검고 길다란 10미터 정도의 거미다리가 8개 나타나자, 기델은 소리없는 비명을, 피를 토하면서 계속 질렀다.



     기델은 샤론을 죽은 자로 만들기 위해, 저주와 독물을 조사한 적도 있다.


     저주를 파고 들면, 최종적으로 [악마] 에게로 연결된다.


     그 중에서도,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대정령] 에 필적하는, 악마의 상위 종....


     

     ".....[아크 데몬]...."



     그 중얼거림과 같이 쓰러지기 시작한 기델에게, 흑발의 메이드는 거미의 다리를 써서 소리없이 다가가서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그 입안에 꿈틀대는 무수한 것을 본 기델이, 정신이 나간 듯 비명을 지르고, 메이드는 기델의 귓가에서 천천히 속삭였다.



     "당신은, '죽을 수 있을' 까요.......?


       ***


     나뭇가지에 쳐진 거미집이 아침이슬에 젖은 기분좋은 아침이네요. 여러분에게 멋진 나이스샷. 플뢰레티라 하옵니다.


     

     "......아....아아......."


     성에 돌아온 요안 군이 절망한 듯 고개숙이고 있습니다.


     우리들보다 먼저 돌아온 모양이지만, 손에는 파발마로 전해진 서찰이 쥐어져 있습니다. 왜 저럴까요 (계속 딴청). 주변에 떨어트린 거라 생각되는 작은 마노를 보아 하니, 던전에서 그다지 좋은 물건을 차지 않은 모양이네요.


     흘끗 본 서찰의 내용에 의하면, 발라 백작가 전원이 '원인불명' 의 행방불명이어서, 현장에는 착란 상태의 기델이 위병대에게 붙잡혔다고 하네요.


     언젠가, 제정신을 되찾으면 좋겠네요......



     "요안......"


     "......누님."


     고개를 숙인 요안에게 샤론 아가씨께서 조용히 말을 걸어주자, 요안은 소매로 얼굴을 닦고서 떨어진 마노를 하나 거머쥐고 아가씨를 노려보았습니다.


     "이런 것 밖에 찾지 못했다..... 어머님도 할아버님도 사라졌다. 이젠 내 패배야. 뒷배경이 없어진 나는, 이런 자그마한 마노로는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나라에 인정받을 수 없어....."


     아무래도 귀족의 후계자가 되는 것도 여러가지로 성가신 모양이네요.


     "요안....이걸 쓰세요."


     ".......어?"


     아가씨는 두 뿔을 요안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건....."


     "마철 미노타우르스의 뿔이에요. 레티가 떼내줬어요. 당신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걸 쓰세요."


     아가씨의 그 말에, 요안의 눈이 크게 부릅떠졌습니다.


     "......어, 어째서입니까. 누님은, 제게 후계자를 양보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방해라 생각한다고 계속 어머님께서....."


     "아니요, 요안. 후계는 남자가 이어받아야 해요. 당신는 아키르 님을 위해 스스로 던전에 들어갈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정신차리세요."


     "예, 예!"


     아가씨의 질타에, 요안이 등을 펴면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남매끼리 싸우다니 섭섭하지 않은가요."


     "......누.....누님......"


     귀신이라도 떨어져 나간 것같이 눈물을 펑펑 쏟는 요안의 얼굴을, 아가씨께서는 천천히 가슴에 품어줍니다. ......요안의 귀가 새빨개진 것은 어째서인가요? 뽑아버릴 거예요.



     "......다행이야."


     그런 감동적인 광경에, 눈가에 눈물을 띄우면서 바라보던 아키르 양의 어깨를, 전 뒤에서 상냥히 두드리면서 상쾌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사무소 쪽에 약간 '대화' 해볼까요."


     "..........네?"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약은 준비되어 있으니, 아슬아슬 할때까지 이야기를 들어두도록 하지요.


     ........그건 그렇고, 모두들 저를 '악마'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심한 헛소문에 피해를 보고 있사옵니다.


       ***


     왕도에는, [시간의 여신] 을 모시는 [교회] 가 있다.


     그 교회의 예배당에서, 한 청년이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다.


     금발 머리의 아름다운 청년이 이 나라에서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한 명의 [성기사] 라는 사실은, 처음 본 자로선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청년의 긴 속눈썹이 흔들리고, 에메랄드 색 눈동자가 부릅뜨며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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