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 단죄
    2020년 12월 08일 13시 40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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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8839dt/15/





     일단 전초전은 샤론 아가씨의 낙승으로 끝났고, 냉대는 하고 있지만 후처라서 공작영애의 메이드를 몰수할 권한도 없었기 때문에, 기델은 분노에 휩싸여서 바닥을 박차며 식당을 나갔습니다.



     "어째서 제가 아버님을 뵐 수 없다는 건가요?"


     "죄송하옵니다, 샤론님. 주인님은 피곤해지셔서, 주치의에 의해 면회사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


     물고 늘어지려 하는 아가씨의 팔을 흔들어서 멈추게 합니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아가씨의 부들부들한 팔을 만질 기회를 놓치지 않는, 플뢰레티라고 합니다.


     "오늘은 아가씨도 쉬도록 하세요. 내일이 되면 아버님의 상태도 좋아질지도 모르니까요."


     ".......알겠사와요."


     어린 아이처럼 아랫입술을 깨무는 아가씨는 귀엽습니다.


     "........레티, 또 이상한 일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전 오렌지 파보다 멜론 파이옵니다."


     "어머, 저도 멜론은 좋아해요!"


     "나중에 마련해드릴게요."


     그럼 저도, 아가씨의 멜론이 수박으로 될 때까지 노력하겠어요.



     "당신....."


     그 자리를 떠나려 하자, 젊은 집사가 저만 들리도록 말을 걸어왔습니다.


     "괜찮다면 주인님의 상태를 가르쳐줄까? 당신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겠지만.....알아들었지?"


     그렇게 말하고 싱긋 미소짓는 집사에게, 저도 싱긋 미소지어 주었습니다.


     "그럼.....밤중에, 정원의 커다란 나무 앞에서."


     "아, 계속 기다릴게. 난 다리오다. 기억해 둬."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리고 방의 앞으로 돌아가는 집사에게, 저는 살짝 미소지었습니다.


     뭐, 가지 않을 테지만요.


     

     "레티, 그 집사는 무슨 말을 했나요?"


     "한가해 보여서, 아침까지 정원의 망보기를 부탁드렸어요."


     "그, 그런가요.......?"


     그렇다구요.


     그리고 쉬기 위해 아가씨의 방으로 향하였는데, 꽤나 들어간 장소에 있네요. 이쪽은 그다지 청소도 하지 않았는지, 복도의 창가에 먼지가 남아있었습니다.


     "여기서 제 방인 것이와요."


     "..........."


     그 북쪽에 있는 방의 문을 연 저는, 그대로 슬쩍 닫았습니다.


     "......레티?"


     "조금 기다려주세요 아가씨. 먼저 가볍게 환기시키겠어요."


     "어, .......그래요."


     제가 '싱긋' 미소짓자, 아가씨는 약간 질렸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혼자서 어두운 방에 들어간 저는, 메이드 청소술을 써서 청소를 시작합니다.


     일단 쓸데없는 물건은, 본래 있어야 할 장소로 되돌려두지요. 예를 들면 미아의 방이라던가.


     "아가씨, 들어오세요."


     "어, 벌써 끝났나요?"


     이 정도의 청소에 3분 이상 걸리면, 그 괴물ㅡㅡ상냥한 메이드 장에게 고문당하니까요. 그건 꽤 트라우마가 된답니다.


     ".......와아."


     방의 필요없는 물건은 치우고, 천 제품은 전부 새롭고 귀여운 종류의 것으로 바꿔두었습니다. 주로 미아의 방에서 가져왔지만요.


     참고로 색깔도 바꿔놓아서 완전범죄입니다.


     

     "그럼 편히 쉬세요, 아가씨."


     "......하지만, 레티는 어디서 쉬는 건가요?"


     "저는 아무데나....."


     천장의 한켠에서.


     "안될 말이와요. 오늘은 제 침대에서 같이 쉬도록 해요. 두 명 정도라면 괜찮사와요. 그......레티는 친구니까요."


     "아가씨......"


     처음으로 친구와 자게 되는 여자아이같이 부끄러워하는 아가씨는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책임은 제대로 져주셔야겠어요."


     "무슨 책임 말인가요!?

       *


     아무 문제도 없이, 제가 아가씨의 포동포동한 두 팔을 매만지는 사이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침이라기보다 이른 아침이네요. 아직 어두운 아침안개에 젖은 초목이 희미하게 빛나는 정원을, 아가씨와 제가 걸어갑니다.


     "레티.....여기에요."


     "예, 아가씨."


     그 정원의 한쪽에, 샤론 아가씨의 생모인 키리아님의 묘가 있었습니다.


     "저도 헌화해도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준비한 꽃을 묘비에 바치고, 우리들이 나란히 서서 기도를 올리고 있자, 등 뒤에서 희미하게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샤론 아가씨."


     "프란츠...."


     정원사같은 모습의 노인이 나타나서, 아가씨의 앞에서 무릎꿇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키리아님께서 잠드신 장소인데, 이 이상 아무것도 못하고....."

     

     "아니요, 프란츠, 어머님의 묘소를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그 노인은 이전에 이 저택에서 일했었던 집사인데, 은퇴한 후에도 이렇게 정원사가 되어 묘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쪽의 분은, 아가씨의 종자입니까?"


     "예, 프란츠님. 아가씨의 신변을 돌보고 있는, 플뢰레티라고 해요."


     "이 노인네한테 '님' 은 필요없습니다. 플뢰레티 양."


     "레티는, 제 친구예요."


     기쁜 듯이 이야기하는 아가씨를, 프란츠 씨는 손주를 보는 듯한 따스한 눈동자로 바라봅니다.


     그런 훈훈한 공기를,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방해하였습니다.



     "너, 왜 안 왔지."


     "어라, 눈 밑에 가마가 졌네요. 피곤하신가요?"


     그 젊은 집사, 다리오였습니다.


     "웃기지 마. 난 그 나무 밑에서."


     "그랬었네요. 정원의 망보기, 수고하셨어요."


     "너........"


     

     정말 다행입니다. 그가 일을 땡땡이치고 정원에서 망보기를 하는 사이에, 전 아가씨께서 주무신 사이를 놓치지 않고 천장을 통해 후작님의 방으로 침입하였습니다.


     후작님은 심약한 분이네요. 하지만 계속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각종 약품을 처방해서 확인해본 바, 약간이지만 독같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제가 처방한 약 쪽이 효과가 강해서 혼수상태가 되었지만, 어차피 일어나도 그 여자에게 거스를 수 없다면 마찬가지이니 문제 없겠지요.


     

     "기다리세요, 다리오."


     "........이마."


     또 나타난 썩을 시녀인 미아에 의해, 손을 뻗으려 하던 다리오도 약간 기세가 약해셨습니다.


     "미아 양, 또 뭔가요?"


     제가 아가씨의 앞에 나와서 미소를 짓자, 미아는 피폐해진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샤론님께 용무가 있어요. 비켜나세요."


     "어머어머, 피곤하신가요? 마치 철야라도 한 것 같이 심각한 얼굴이네요."


     "다, 닥쳐요!"


     

     아가씨의 방에 있던 쓰레기는 모두 미아의 방에 옮겼는데, 그것만으로는 재미없었기 때문에, 하나를 치우려 하면 연쇄로 다른 물건이 쓰러지도록 설치했었습니다.


     일단 모든 함정을 발동시키면 간단히 치울 수 있지만, 저 모습을 보아하니 조금씩 치우려 하다가 아침까지 걸린 모양이네요.



     "당신이 한 거지!"


     "어머, 증거는 있나요? 아가씨의 생활비 대부분이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저도 증거를 찾고 있는데요."


     미아의 눈을 가만히 보며 그리 말하자, 그녀의 발이 약간 물러났습니다.


     "......샤론님과 당신은, 바로 식당으로 오세요. 안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네, 알겠어요."


     제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자, 미아는 입을 깨물며 마찬가지로 저를 노려보는 다리오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그런 저를 본 아가씨는 입을 떡하고 벌렸고, 프란츠 씨는 뭔가 감개무량하다는 모습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참고로 생모님의 묘는, 제가 네온과 미러볼로 몰래 장식해 주었습니다.


       *


     제가 아가씨의 뒤를 따라서 식당에 들어가자, 기델, 요안, 아키르 양 세 명이 이미 앉아서는, 소세지와 찐감자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샤론.....당신에게 말할 일이 있습니다."


     식초에 절린 야채를 다 먹은 계모가, 아가씨를 노려봅니다


     ".......무엇인가요?"


     아가씨는 또 무표정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동물의 심장과 비슷한 크기니까요.


     "당신의 학교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네요. 전하의 혼약자후보로서, 미셸가에 민폐를 끼친다는 자각는 있나요."


     "......레티의 일은, 죠엘님께서도 허락해주셨어요."


     문제는, 다른 귀족 가문들이 어떻게 보느냐겠지요. 거기서 저는, 당신이 미셸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델님!? 아버님은 어떻게 말씀하셨나요."


     "서방님도 같은 의견이지요. 지금은 아직 피곤해서 누워계시지만, 제가 오늘 아침에 말씀을 들어두었습니다."


     "그런....."



     어머어머, 이상하네요. 아버님은 저의 약으로 혼수상태일 터인데요.


     " [샤론님, 죄를 인정하세요. 순순히 물러나신다면, 요안님께서도 용서하실 거예요] "


     갑자기, 아키르 양이 정해진 대사를 낭독하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키르 양... 당신은 정말 상냥하군요. 부디 저와 함께 있어주지 않겠습니까...."


     "어머, 요안님....."


     뭔가요 이 연극은.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고 하지만, 저 낭독을 듣고 그런 헛소리를 말하다니 대단합니다.


     아니면.....무언가의 '강제력' 이라도 걸려있는 걸까요?


     

     "그럼, 두 분의 사랑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제가 분위기를 읽지 않고 그리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뭐?'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띄웠습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애드립이 듣지 않는 아이돌 여배우같은 목소리를 내뱉는 아키르 양에게, 전 확실히 말해주었습니다.


     "귀족 가문에서는 왕가에게 던전의 아이템을 봉납하지요. 그건 하인에게 부탁해도 괜찮지만, 귀족들에게 첩의 자식이라고 뒷담화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던전에 들어가서 훌륭한 아이템을 갖고 올 필요가 있어요."


     "누가, 저 메이드를 조용히 시켜!"


     기델의 목소리에 시녀들이 달려듭니다. 전 품에 손을 넣어서 컵케잌을 몇 개 꺼내들어서, 보란 듯이 멀리 던졌습니다.


     "노화방지효과의 컵케잌이에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녀들이 던진 컵케잌을 쫓아서 지나가는 것을 곁눈질하며, 전 요안에게 시선을 향하였습니다.


     "아키르 양을 손에 넣고 싶다면, 수확이 없으면 어렵다구요. 아가씨라면 후계자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갖고 올 수 있어요. 그럼에 자신이 없는 건가요......?"


     제가 도발하는 듯이 말하자, 요안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고는 일어섰습니다.


     

     "얕보지 마. 누님한테는 지지 않아! 반드시 던전에서 아이템을 갖고 오겠다. 누님, 승부다!"


     

     .......이렇게까지 단순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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