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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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08일 11시 51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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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곤봉을 스커트에 매달고 아가씨에게 길을 비켜드리자, 소리를 들은 하인들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대기소같은 장소에서 기사들이 뛰쳐나왔습니다.


     "샤론님!?"


     안에서 아가씨의 얼굴을 아는 고령의 기사가 놀란 듯이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들고 있는 창을 향하는 병사들에게, 아가씨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에게 창을 향하는 건가요."


     "옛, 너희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무기를 내려라!"


     조금 전의 기사가 소리를 지르자 병사들은 서둘러 무기를 내렸습니다.


     "샤론님, 이건 도대체....."


     대문의 참상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 기사에게, 아가씨는 차가운 시선으로 흘쩍 보았습니다.


     "......발트. 병사들의 교육이 부족하네요. 미셸 가의 경비대장인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


     "예, 죄송합니다."


     아가씨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발트의 앞을 유유히 지나갔습니다.


     그런 아가씨를 바라보는 하인, 병사, 기사들의 눈동자.


     

     훌륭하십니다, 아가씨.


     하지만 뭐, 생각보다도 심하네요.


     부정적인 시선과, 기껏해야 중립이라고 말하지만 나몰라라하는 자들 뿐이고, 호의적인 시선은 정말 없습니다.


     그 발트라고 하는 장년의 기사는 비교적 정상으로 보이지만, 병사들의 질을 보면 그다지 기대할 수 없어보입니다.


     "이건 무슨 일이....... 누님!? 무슨 짓을 한 거야!"


     오, 동생 군도 돌아왔었네요.


     나타나서는 바로 아가씨를 향해서 얼굴을 찌푸리는 요안의 뒤에서, 그 건방진 시녀인 미아가 얼굴을 드러냅니다.


     "샤론님, 곤란하네요. 갑자기 문을 파괴하다니, 미셸 가문의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이라구요!"


     "그, 그건, 저기의 문지기들이, "


     "남탓을 하시다니, 정말 비열한! 문의 수리비용은 샤론님께 보내드릴 테니까 물러서......"


     "어머, 미아 씨? 아가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걸요."


     아가씨의 뒤에서 기척을 죽이고 몰래 서 있었던 메이드이 당돌한 발언에, 하인들이 놀람의 시선을 향했따.


     "또, 또 당신인가요? 사람의 발언을 가로막다니, 정말 무례한!"


     "오, 이거 실례했네요. 후작가 영애인 샤론 아가씨의 소리를 무시한 하인들이 있어서, 여기의 가풍인가 생각해서요."


     이상하지요? 라고 말을 걸며 제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미아의 볼이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다, 당신, "


     "저기 문지기들의 귀가 멀어버린 것 같아서 제가 노크를 했더니, 저런 식으로 부서지고 말아서..... 정말 아팠던 모양이네요. 글치요?"


     여기서 제가 카드게임을 하고 있던 문지기들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들은 얼굴이 새파래지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


     "이젠 됐어."


     더욱 물고 늘어지려는 미아를, 약간 지친 듯한 요안이 말렸다.


     "이런 곳에서 소란피우면 추문이 나돌아. 누님도 빨리 들어와,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기다리셔. 미아, 가자."


     ".......큭, 알겠사옵니다. 병사들은 문을 고쳐놓으세요!"


     

     요안과 미나가 성 안으로 돌아가고 병사와 하인들이 움직이자, 미세하게 떨던 아가씨의 손이 저의 손끝을 살짝 쥐었습니다.


     "......레티, 무모한 일을 하면 안되는 것이와요."


     "예, 아가씨. 무리는 안할 터이니 안심해주세요."


     안심시키려는 듯 제가 미소짓자, 손에서 떨림이 사라지고 내 쪽에 바짝 다가오는 아가씨는, 강아지처럼 귀여웠습니다.


       *


     "샤론님, 그대로 식당 쪽으로 가주세요. 주인님과 안주인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알겠사와요."


     그 메이드는 아가씨에게 그것만 말하고는 예를 표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려서 떠나갔습니다.


     "......아가씨, 꽤 예의범절이 없는 메이드인데요."


     "괜찮아요 레티. .......항상 있는 일이에요."


     저의 불만에 적적하게 미소짓는 아가씨를 보아하니, 이 가문에서는 진짜로 아군이 없는 모양이네요.


     "그럼 가볼까요, 아가씨. 제가 옆에 있다구요."


     "그래, 레티."


     

     식당에 아가씨가 도착하자, 몇몇의 강한 시선이 꽂힙니다.


     "어머, 샤론. 여러가지로 문제를 일으켜 놓고는 잘도 얼굴을 들이밀었네요."


     상석에서 금발의 화장이 짙은 아줌......화려한 여성이 그런 말을 내뱉었습니다.


     오? 왜 저 여성이 제일 상석에 있는 것일까요.

     

     ".....기델님, 어째서 그곳에? 그곳은 아버님의 자리인 것이와요."


     "서방님은, 조금 전 갑자기 몸이 나빠져서 쉬고 계시지요. 정말 됨됨이가 나쁜 딸을 가져서 불쌍하네요. 당신이 돌아온 것 만으로 쓰러지고 말았으니까요."


     "저는....."


     그 말에 아가씨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거기에, 기델의 옆에 앉아있던 요안이, 기고만장하게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버님은 상냥하셔서, 모든 정무를 맡은 어머님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샤론. 잔소리는 나중에 하지요. 이런 시간에 돌아오다니, 당신의 몫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요리사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죄송해요."


     그 자리에 있던 메이드의 안내로, 아가씨는 제일 말석에 앉았습니다. 본래라면 요안보다도 상석에 앉아야 할 아가씨입니다.


     문득 강한 시선을 느껴서 그쪽을 바라보자, 요안의 옆에 아키르 양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샤론 아가씨도 그걸 눈치채고 의문을 입에 담았습니다.


     "아키르님이 어째서....."


     "요안이 이쪽의 아키르 양과 친구가 되어서 데려왔지요. 이런 멋진 아가씨가 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키르 양, 익숙치 않은 이세계에 와서 힘들겠어요. 저를 어머니라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어머 기델님, 저, 정말 기뻐요."


     우아하게 미소짓는 기델에게 아키르 양은 미소를 가득 띄우며 그리 대답하였고, 그 광경을 요안과 하인들이 따듯한 눈동자로 바라봅니다.


     

     쨍그랑. 


     "샤론님, 저녁이옵니다."


     조금 전의 메이드가 아가씨의 앞에다, 접시를 패대기치는 듯이 요리를 둡니다.


     ".........."


     그건 요리라고 부를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벌레먹은 야채를 잘 보면 작은 벌레가 남아있었고, 씻지도 않았는지 흙과 모래도 섞여 있었는데, 요안의 뒤에서 미아가 비천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아가씨조차도 말문이 막혀하고 있자, 그걸 눈치챈 기델이 기쁜 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요리사가 당신을 위해 급히 만든 것이에요. 버릇없게 굴지 말고 먹으세요."


     ".........네."


     아가씨는 작게 중얼거리며 식기를 손에 들고, 그 오물에 손을 뻗습니다.



     "아가씨, 그건 안돼요."


     전 슬며시 아가씨의 손을 제지하고, 그 접시를 들었다.


     "레, 레티?"


     "뭔가요 당신은! 당신같은 메이드는 알지 못해요, 물러나세요!"


     요안에게서 아무 것도 듣지 않았는지, 소리치는 기델에게 저는 접시를 한손으로 들고 활짝 미소지어 보였습니다.


     "이거 실례. 아가씨의 전속 메이드인 플뢰레티라 하옵니다 미셸 가문의 메이드는 아니어서 당신에게 명령받을 이유가 없네요."


     "뭐, 샤론, 당신은 또 멋대로."


     "이런이런, 숙녀나 되는 분이 우아하지 않네요. 이 요리는, 먼저 제가 맛을 보도록 하겠어요."


     "독이라도 들어있다는 겁니까, 무례한!"


     "그러니까 '맛보기' 라고 말한 것이에요. 이 저택분들은 귀가 멀었나 보네요."


     전 아가씨의 손에서 식기를 빌리고, 접시의 요리를 한입에 전부 먹어치웠습니다.


     우드득.....우드득.....하고 돌을 부수는 저를 보고,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조용해지며 안색이 바뀌었습니다.


     "신선도, 재료, 조리법, 모두 아가씨의 입에는 맞지 않네요. 아가씨, 저녁은 제가 준비해드려도 괜찮으시겠나요?"


     "어, ......그래요."


     "그럼, 이쪽을 드세요."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마련했던 요리를, 아가씨의 앞에 내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따뜻한 계란 오무라이스이옵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달걀을 깨트리면, 흐물흐물한 계란이 접시에 퍼져서 훈훈한 버터향이 콧속을 간지럽힙니다. 이 치킨라이스와 달걀과 버터의 향기에, 어디에선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데미글라스 소스가 아니라,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달달한 케찹으로 할게요."


     저는 케찹으로 오무라이스에 커다란 하트마크를 그리고, 가슴에 양손의 손가락을 써서 하트마크를 만들고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자, 아가씨도 따라하세요. 맛있어져~라, 모에모에 큥."


     "마, 맛있어져~라?"


     "감사한다고, 너라는 강적을 만나게 한, 여태까지의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뭔가요 그건!?"


     오? 이상하네요.....


     메이드가 오무라이스를 만들 때에는, 메이드장에게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약간 틀린 것일까요.


     "자, 아가씨, 앙~"


     "어, .......앙~"


     아직 뇌가 재기동하지 않은 아가씨에게 스푼에 담은 오무라이스를 내밀자.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사랑스럽게 드셨습니다.


     "맛있어.....!"


     "그거 다행이네요."


     

     ".......카미시로 씨...그건."


     제가 아가씨에게 먹이를 주며 실실대고 있자, 제일 빨리 정신을 차린 아키르 양이 말을 걸었습니다.


     "이쪽은, 극락조의 고기와 알이고, 정령의 숲에서 재배한 후레쉬 토마토를 사용한 일품이지요."


     "레티? 당신, 또 마물을....."


     "아가씨께서 꺼려하지 않으실 것을 사용하였어요. 그리고 아가씨의 식사에는 매번, 무언가의 마물재료를 사용하고 있었지요."


     "뭐라구요!?"


     

     "마물고기라니, 반쯤 독물같은 거잖아!"


     마물이라는 단어에, 요안 군이 일어서며 소리질렀습니다. 전 그걸 보고 싱긋 웃으며 한 권의 오래된 수기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수백 년 전에 소환된 한 명의 엘프가, 이런 수기를 학교의 도서관에 남겨뒀어요."


     

     인간과 생물은 [마소] 를 받아들여서, 자신을 강화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받아들이면 의지가 약한 동식물은 [마물화] 되어버리지만, 인간은 마소가 강한 마물고기를, 맛없게 느끼거나 배가 상하는 것으로 대량섭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엘프는 연구하여,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마물 소재의 맛과 마소를 인간이 맛있다고 느낄 정도까지 감소시키면, 그 소재를 계속 먹었을 경우, 몸이 엘프에 가까운 특성을 얻을 수 있다. 며, 자신의 [파트너] 를 오래 살기 위해 노력했던 모양입니다.



     "이 연구성과로, 일부 마물의 마소를 제거한 '진미'가 나돌게 되었습니다만, 비용과 맛의 개선까지는 못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그건....."


     아가씨는 자신이 먹었던 오무라이스를 가만히 보았습니다.


     "네, 저는 맛의 개선에 성공하였어요. 이것에 의해, 샤론 아가씨의 노화는 상당히 늦춰지고, 수명도 다소 늘어날 것이옵니다."


     "뭐어어."


     아가씨는 놀라면서도 자신의 피부를 보았습니다. 요즘 아가씨의 피부는, 탱글탱글맨들맨들합니다.


     "거, 거기 메이드! 나한테도 그걸 만드세요!"


     기델이 충혈된 눈으로 그렇게 외쳤습니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된 여성 하인들도 반짝거리는 눈을 보내었습니다.

     

     전 그녀들에게 미소를 띄우며, 롱스커트의 옷단을 쥐고, 살짝 인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 샤론 아가씨만의 전속메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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