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13 변경백령의 안정(2)
    2023년 03월 14일 21시 12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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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루반 성왕국 뮬 변경백령 ★


     전장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그 초원에는, 수많은 몬스터 무리가 쓰러져 있다.

     승리한 것은 뮬 변경백군.

     '세계 결합'으로 인해 대량으로 발생한 몬스터는, 변경백령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뮬 변경백군은 크루반 성왕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함을 자랑하며, 도시 주변에 출현한 몬스터는 즉시, 영내 외딴곳에 나타난 무리조차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섬멸시켰다.

    "후우...... 일단 영지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군. 도와줘서 고맙다, 노크 공."

     뮬 변경백은 여전히 곰의 털을 머리에 뒤집어쓰고서, 어른 몇 명이 들어야 하는 무게의 배틀액스를 휘두르며 누구보다도 많은 몬스터를 도륙했다.

     그 변경백작 못지않게 그를 쓰러뜨린 자는, 다크엘프인 노크였다.

    "뭐. 평소에 밥을 줬던 은혜가 있으니까."
    "하하하. 밥을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활약해 준다면, 너희를 원할 사람이 많겠군?"
    "밥은 뭘 주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지 ...... 불러도 안 가."

     그렇게 점잖은 척 하지만, 사실 변경백 자신도 인정했듯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빠르게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은 다크엘프의 도움 덕분이다.

     그들은 변경백의 기사들보다 더 강하고, 더구나 몬스터와 싸우는 방식에 익숙하다.

     다만,

    "내가 제일이다!"
    "난데!?"
    "아니, 나다!"

     조금 티격태격하는 이유는, 이렇게 몬스터를 쓰러뜨린 후인데도 누가 가장 무거운 몬스터를 옮길지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용 고기가 될 것이라면 제대로 확보해둬야 하기 때문에, 전투 후인데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있는 다크엘프들은 지쳐서 쉬고 있는 군인들과 비교하면 분명 이질적이었다.

     그들에겐 이 운반조차도 '근력 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 부하들이 시끄럽게 해서 미안."
    "뭐~ 우리 기사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어, 너희들이 온 것 전부가 그렇지. 그리고........"
    "게다가, 뭐야?"
    "아니, ...... 아무것도 아니야."

     변경백은 말을 아꼈지만,

    "레이지에 관한 거지?"
    "...... 젠장, 알고 있으면 묻지나 말지"

     뮬 변경 백작은, 딸인 미라의 귀족 사회 데뷔를 위해 성왕의 도시 크루뱅을 방문했었다.

     그것이 레이지와의 만남이었다.

     그때 본 소년의 소년답지 않은 전투 감각에 놀란 그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그는 크루반 성왕국을 떠났고 그 이별에 대해 변경백도 진심으로 아쉬워했는데, 그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다시 변경백의 앞에 나타났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한다.

     그 후 다크엘프 무리가 이렇게까지 몰려오면 믿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돌아간다.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아나스타샤 님에게로."
    "......그래."

     다크엘프들은 노크의 인솔을 받아 떠나간다.

    "...... 아나스타샤인가."

     변경백은 생각에 잠긴다.

     이번 '세계 결합'에 대해서 성왕도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변경백은 우직하게 그 지시를 따랐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합쳐졌고, 몬스터는 넘쳐났지만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ㅡㅡ문제는 그 이후였다.

     레이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게다가 성왕도에서는 선왕 그렌지드가 중심이 되어 '여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귀족들에게 몬스터를 섬멸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몬스터 토벌은 상관없지만, 귀족들을 마음대로 모으면 성녀왕 폐하가 곤란해진다.)

     그렌지드의 딸이자 현 왕인 성녀왕으로부터 은밀히 뮬 변경백에게 연락이 왔다.

     ㅡㅡ아버지의 상태가 이상하다. 부디 변경백은 포섭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녀왕은 지금 당장은 그렌지드의 뜻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하는 일이 크루반 성왕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렌지드의 고삐를 너무 세게 잡으면 귀족들이 분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냉정한 대처지만, 이럴 때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성녀왕은 그렌지드와 전혀 닮지 않아서, 냉정하고 침착하며 항상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행동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런 혼란기에 성녀왕의 움직임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느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렌지드가 성왕이었을 때는 안정기였지만, 냉정한 지금의 성녀왕이 왕위에 올랐으니 생각처럼 잘 안 되겠지)

     뮬 변경백은 생각에 잠긴 채 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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