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9 맹약파기(1)

 

　모두의 시선이 모이고 침묵이 지배하는 회의실에서 엘이 말했다.

"지금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두 세계는, 에, 따로따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져온 칠판에다가, 엘은 분필을 들고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거기에 '나', '상대' 라는 두 글자를 써넣었다.

"결합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문이 열리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아, 얼마 전 레프 마도 제국에서 일어난 레드 게이트와는 다릅니다."

　다음으로 엘 씨는, 두 개의 동그라미를 거의 겹쳐진 모습으로 그렸다.

　거기에 '나・상대'라는 글자를 써넣었다.

"세계의 결합은 같은 모양을 가진 것을 겹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 쪽 세계의 사람들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느껴지고, 상대쪽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단순히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과 같은 건가?"

　그렌지드 공작이 말하자, 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생명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먹을 고기는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동안은.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팔도마법]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엘씨는 이중의 원 아래에 '생명×2'라고 쓰고, 그 아래에 '불, 물, 바람, 흙, 천둥, 번개, 꽃, 빛, 어둠'이라고 적었다,

"이것들은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두 세계가 하나가 되어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1'이라고 덧붙였다.

"...... 땅과 하늘과 바다는 변하지 않고...... 나무들은 어떻게 될까?"
"아마 생명력이 강한 것들만 남을 겁니다. 에, 저쪽의 세계에 대해서는 저기 있는 레이지 공이 직접 보았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쪽은 상당히 황폐해졌다고 하더군요."

　모두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했다.

　...... 갑자기 시선이 모이니 두근거린다.

"건물, 성채에 [흙마법]으로 강화를 걸어서, 에, 상대 쪽 세계의 식물보다 강해지면 문제없다고 보지만, 강화하지 않은 부분의 도시 전체에 숲이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흙마법]으로 도시 전체를 강화하면 어떨까?"

　그렌지드 공작이 모두를 대표해 질문하는 모양새다.

"물론 도시의 형태는 유지할 수 있겠지요. 상대쪽 세계에서도 똑같이 [흙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 그게 최우선이겠군."
"에, 그렇습니다."

　교회 관계자가 서둘러 그 내용을 적고 있다. 이를 세계회의의 참가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무리 방어선을 강화해도, 내부에서 좀 먹히면 어쩔 수 없지...... 어라?　잠깐만요?

"죄, 죄송합니다. 혹시 저쪽 세계의 생명체는 이쪽 세계의 같은 좌표... 음, 같은 위치에 나타난다는 뜻인가요?"

　나는 무심코 물었다.

　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도시에, 혹은 성 안에 몬스터가 출현할 수도 ......?"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오히려 나타난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시는 게 좋겠지요."

　웅성거림이 퍼져나갔지만, 그렌디드 공작은 그마저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예를 들어 건물 하나에 단단히 [흙마법]을 걸어 놓았다고 치자. 그 경우, 몬스터는 어디로 나올까?"
"에, 몬스터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흙마법】. 물론 【물마법】이나 기타 【팔도마법】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그것을 걸어 놓으면, 간단히 말해 그것들은 모두 [대지의 일부]가 됩니다. 추측이지만 실내에 나타나는 일은 없겠지요."
"그럼 지붕 위로 나온다는 말인가?"
"에, 그렇습니다. 물론 추측에 추측을 더한 것이긴 합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편이 나아."

　공작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홀리데이 대표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