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2부 198화 용사&여마왕은 유행이 지났어(1)
    2023년 03월 12일 23시 30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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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3마왕성터, 그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왕좌. 왕좌 위에 떠 있는 붉은 보라색의 거대한 수정 안에서 무릎을 안은 채 잠들어 있는 알몸의 어린 소녀가 마왕인 것 같다. 로리콘 독자를 위한 서비스 장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니, 이것과 합체하는 거냐 치트 전이자. 범죄잖아. 속이 몇 백 살, 몇 천살의 합법적인 로리타라고 아무리 변명해도 겉모습은 완전히 아웃이잖아.

     그런 로리 마왕 IN 거대한 크리스탈 ON 왕좌 앞에, 아마 GoH 소속의 타임 패트롤로 추정되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의 마법소녀가 서 있다. 그녀는 우리를 알아본 건지, 목 각도가 이상하지 않아? 뼈나 근육은 괜찮아? 라며 걱정할만한 각도와 포즈로 목을 비틀어 이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당신이 달을 떨어뜨린 대죄인, 호크 골드네요."
    "아뇨, 저는 싫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린도와 폐하가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저는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그 두 사람이 강제로 ......!"

     약간의 옥신각신을 벌이면서 일단 무영창 공격 마법을 날려보았지만, 맞으면 까맣게 타버릴 것이 분명한 전격은 반투명한 방패 마법으로 막혀버렸다. 동시에 미래에서 온 외팔의 크레슨이 순간이동인가? 싶은 속도로 오른쪽에서 마법소녀를 때렸고, 동시에 이쪽의 크레슨이 소녀의 왼쪽을 파고들어 수정을 부수기 위해 질주한다.

    "소용없어요. 당신들이 사용하는 구식 마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신식 마법에 비하면 천박하기 짝이 없는 장난과 같죠. 정교한 과학기술과 마법의 융합으로 탄생한 최첨단의 마법술식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하세요. 블루 인페르노. 제로 그래비티."

     푸른 불꽃이 터지는 폭염 마법으로 크레슨을 날려버리고, 미래의 크레슨은 중력마법에 걸려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제지당하여 그대로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구닥다리와 최신형을 상대로 무쌍을 펼치는 전개라니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겠어?"
    "무슨 영문모를 말을."

     흑백의 제복을 입고서, 경광등처럼 붉은 보옥이 빛나는 지팡이를 한 손에 들고 유유히 내려다보고 있는, 어딘지 모르게 마리를 닮은 금발벽안의 마법소녀.

    "아 젠장! 짜증 나!"
    "짜증나는 건 당신이에요. 좀 조용히 해줄래요? 바인드 쏜즈!"
    "크윽!"
    "뭐야 이거, 기분 나빠!"

     미래의 크레슨이 발밑에서 몸을 얽고 기어 올라오는 장미의 가시덤불 덩굴에 온몸이 얽혔는데, 목이 조이는 사람에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다. 폭발로 벽에 세차게 부딪힌 이쪽의 크레슨도 마찬가지로 덩굴에 의해 벽에 십자가처럼 못 박혀서, 가시를 떼어내려고 애를 써도 풀어내지 못했으며, 목이 졸려 고통스러워 보인다. 공중에서 매달린 채로 촉수플레이라니, 듀얼리스트 말고 누가 좋아하겠냐고.

    "젠장! 어쨌든 두 사람을 구해야 해!"

     애장품인 쿠로사기를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한다.

    "눈치 빠른 당신입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 고조 할아버님."
    "뭐라고??"

     나도 모르게 대뜸 되묻고 말았다.

    "고조할아버지? 농담이지?"
    "아니요, 틀림없어요. 만약 실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는 틀림없이 당신의 후손!"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인데!? 내가 결혼한다는 건 달이 뜨는 것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런 재미없는 허세로 억지로 똑똑한 캐릭터를 연출하려고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 소박한 의문을 완전히 무시하고서, 그전까지는 초연했던 금발벽안의 마법소녀의 단정한 얼굴이 증오로 일그러진다. 아니, 그토록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통신을 끝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었던 거야? 미래의 나. 아니, 통신 전에 이미 준비는 이미 끝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 치고, 왜 결혼을 했어, 미래의 나! 이해가 안 돼. 미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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