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가? 크레슨과 오크우드 박사를 제외한 모두가 죽어버려서 외로움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든가 그런 이유? 아니 아니, 그렇다고 해도 아직 둘이 남았잖아? 더군다나 여자한테 달려갈 이유가 되지 않잖아? 뭔가 엄청난 충격 .......
"당신들이 달을 지구에 떨어뜨린 탓에 우리 일족이 얼마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핍박을 받았는지! 당신들은 모를 거예요!!!"
"그전에 먼저 내가 왜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는지 모르겠어! 상대가 누구야? 이봐, 누구야? 혹시 내 세포에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같은 거? 그쪽이 아직 1억 배는 더 낫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장난치지 마세요!"
증오와 분노로 일그러진 푸른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마법소녀. 그녀의 분노에 비례해 두 사람의 목을 조이는 가시덤불의 공격력도 강해지는 것 같다.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소태도를 휘두르며 서둘러 달려갔다.
"좋아요! 그 몸으로 느끼도록 해드리죠! 당신 때문에 우리 저주받은 골드 일족이 얼마나 미래가 힘들고, 괴롭고, 눈치 보며 지냈는지! 제가 GoH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를! 당신의 소중한 애완동물을 괴롭히면서, 천천히!!!"
승리의 얼굴로 큰 소리로 외치는 마법소녀의 손에서 지팡이가 쿵 하고 떨어진다. 떨어뜨린 것이 아니다. 떨어진 것이다.
"어? ...... 거짓말!?"
"작업 끝. 아무리 적이라지만 아이를 죽인다는 건 좀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아이를 흉내 낸 백세 마왕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요."
"너는!?"
내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마법소녀의 손이 서서히 서서히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한다.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 떨고 있는 두 손을 내려다보며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그녀가, 뒤돌아보며 절규한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 그것은 붉은 자줏빛으로 빛나는 크리스탈과 어린 마왕의 심장을 꼬챙이에 꽂고 있는 신검 쿠사나기 소드와 그 일을 해낸 버질의 모습이다. 역시나 신검, 성검이 아닌데도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다니, 대단하다.
"이제 됐냐? 아, 따끔따끔해서 혼났네!"
"여어!!! 잘했다고 버질!!!"
"너희들!?"
그간의 괴로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몸에 달라붙은 가시를 쉽게 뜯어내고서 가시가 박혀있는 부분을 벅벅 긁는 이쪽의 크레슨과, 똑같이 가시를 떨쳐내고 땅바닥에 착지한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 팔로 힘껏 배짱 포즈를 취하는 미래의 크레슨.
◆◇◆◇◇◆ ◆◇◇◆
[모두들 들어봐. 크레슨이 온 미래보다 더 먼 미래에서 저런 녀석들이 파견되어 왔다는 건, 아마 이 성에도 저런 녀석들이 몇 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함정을 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러니......]
◆◇◆◇◇◆ ◆◇◇◆
빅투루유호에서 하강하기 전에 세운 우리의 마왕 토벌 작전은 간단했다. 타임 패트롤 마법소녀가 성 안에 없으면 그만이다. 만약 저 녀석들의 방해가 들어온다면, 우선 저들이 노리고 있을 나와 미래의 크레슨, 그리고 현재의 크레슨 세 명이서 최대한 화려하게 마왕의 봉인된 수정을 부수려고 시도한다.
그 틈을 타서 내가 학원에서 사용했던 소유주의 존재감을 없애고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추억의 암속성 마법을 부여한 반지와, 빅투루유호에서 하강할 때 사용했던 광학 위장 시트를 망토 대신 장착하고 맨 뒤에 몰래 숨어있던 버질은 신검 쿠사나기 소드를 합법 로리 마왕의 심장에 슛!
그렇다, 지금 우리는 3인 파티가 아니라, 사실 투명화된 버질까지 더한 4인 파티였다. 솔직히 미래인이라면 스텔스 간파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나를 미워해서 그런지 그녀의 눈은 버질에게로 향하지 않았다. 내가 장난스러운 태도를 취했던 것도, 두 크레슨이 풀 수 있는 구속을 굳이 계속 지속했던 것도 그녀의 눈을 최대한 우리 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손 커밍아웃의 순간만큼은 무심코 당황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