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기분 나빠......!!!"
"토할 거면 변소에 가서 토해!!!"
다행히 브릿지는 중력 제어를 하는 덕에 아무리 배가 초고속으로 변태기동을 해도 천장이 뒤바뀌거나 세탁기 속 빨래처럼 휘청거리지는 않았다. 다소 흔들리긴 하지만 정말 그 정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올리브가 큰일 났을 것이다.
"에이, 어쩔 수 없지! 버질, 올리브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요!"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딱하지만 이제 와서 전이 마법으로 골드 저택에 돌려보낼 여유도 없고, 아니, 시험 삼아 전이 마법으로 고르드 저택으로 가는 전이문을 열려고 하니, 마치 통행을 막는 것처럼 전이문에 검은색 장벽이 쳐져 있어 통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 빅투루유 호 주변을 날벌레처럼 날아다니는 마법소녀들의 방해공작일 것이다.
짜증 나긴 하지만, 마법술식이 훼손되어 마법의 사용 자체를 방해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쩔 수 없이 올리브에게는 수면 마법을 걸어주고, 의식을 잃은 그의 굳은 몸을 버질이 가볍게 들어 올려 의무실로 달려간다.
"목표, 제3마왕성터 도달까지 77초!!"
"제3이라고 했어!? 에이, 지금은 뛰어들 때가 아닌가!! 전원 출격 준비!"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내 말을 먼저 말하지 마!!"
타임 패트롤 마법소녀들과 치열한 추격전을 펼치다 보니. 어느새 빅투루유 호의 눈앞에 마왕의 성 같은 흉측한 실루엣의 쓸쓸한 폐허가 보인다. 이럴 때만 아니라면 천천히 관광하는 것도 좋았을 텐데. 결국 몇 백 미터 남지 않은 지점에 이르렀을 때, 빅투루유 호에서 무수히 많은 소형 클린 핵미사일이 그 폐허를 향해 수십 발이 발사되었다.
◆◇◆◇◇◆◇◆.
"전탄 격추하라. 단 한 발도 저 성에 떨어뜨려서는 안 됩니다."
대장 같은 마법소녀의 명령에,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마법소녀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의 화려한 마법 광선을 발사해 정밀하게 클린 핵미사일을 격추해 나간다. 공중에서 터지는 폭염, 폭염, 폭염과 구름의 탄막.
"해냈습니다, 대장님! 모두 격추시켰습니다!!!"
"헷헷!!! 꼴좋다 얼간이들아!!!"
"적기, 더욱 가속!"
"아무래도 일단 우주로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네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역사를 조작하려는 시간 범죄자들을 체포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장님, 워프 하면 손쓸 수가 없잖아요?"
"너 바보니? 그거 때문에 시공간 터널 방해 장치가 있는 거잖아!"
"잡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말이지 당신들은 매번."
"큰일이다~! 또 대장의 설교가 시작됐어!"
가벼운 입담이 오가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법소녀들은 잘 통제된 군인처럼 일사불란한 포메이션을 이루며, 그들을 뿌리고 가속을 붙이는 빅투루유 호를 쫓아 제3마왕성터에서 멀어져 갔다.
◆◇◆◇◇◆ ◆◇◇◆
"잠입 성공! 서두르자!"
"그래! 우물쭈물하다 저 녀석들이 다시 돌아오면 큰일 나니까!"
멀어져 가는 빅투루유 호와 마법소녀들을 배웅하며 우리는 일어섰다. 그래, 저 수십 발의 미사일은 어디까지나 미끼다. 적의 의식이 그쪽으로 향하는 동안, 빅투르유 호의 창고에 있던 광학 위장 기능이 있는 대형 시트에 둘러싸인 우리들은 비상구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셰리가 재밍 장치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 준 덕분인지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반중력 마법을 사용해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고, 이후 멀리 상공에서 미사일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3마왕성터까지 달려간 것이다.
마법소녀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가 되어버린 셰리 일행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올바른 역사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사'가 되어버린 미래에서는 버질도 올리브도 그리고 셸리도 죽어야 할 때와 죽어야 할 장소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중에 죽는 거니까 지금 죽여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는 안 하겠지?
"달리면서 마왕 토벌 작전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라"
자, 이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미래의 내가 보내준 마왕성 공략 지도를 참고하면서 재빨리 마왕의 봉인된 옥좌까지 도착한다. 가는 길에 잠시 딴 데 들렀다가 어째선지 보물상자에 넣어둔 보물을 몇 개 회수해 왔는데, 수고비로 조금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