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2부 196화 그 여름으로 가는 문(3)
    2023년 03월 12일 07시 40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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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조작한 결과, 세계선이 갈라져 평행세계가 생겨날지, 아니면 시간축이 통째로 덮어씌워질지, 아니면 그 외의 방법으로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미래의 나는 말했다.

    [
    설령 과거를 바꾼다고 해도 이쪽 세계는 이대로 존속할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꿈으로써 저쪽에 있는 이쪽의 크레슨이 저쪽의 시간축에 홀로 남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
    알아버린 이상, 당장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내 목소리가 겹친다. 미묘하게 변한 미래의 나의 말은, 여기까지 올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듯이 웃고 있는 것 같았다.

    [
    미래를, 모두를, 지켜. 그쪽의, 나를부탁해 ...... 크레슨그럼, 굿 럭]

     
    기침을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강한 어조로 하던 말들이 갑자기 끊기더니, 홀로그램이 사라지고는 공중에 있던 수정이 역할을 끝내고 카펫에 떨어졌다.

    "
    알아들었어? 주인."
    "...... 
     ......"

     
    침대 위에 쭈그리고 앉아 시종일관 지켜보던 현재의 크레슨이, 물끄러미 미래의 크레슨을 노려본다.

    "
    , 미래에서 온 거냐?"
    "
    , 맞아."
    "
    나 주제에, 지키지 못한 거냐고?"
    "
    그래, 맞다. 주인이 이기든 지든, 나는 오크우드 아저씨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장치를 완성할 때까지 계속 그쪽을 호위하라고 주인이 엄명을 내렸거든."

     
    미래의 크레슨이 과거의 크레슨을 노려본다.

    "
    버질도, 올리브도, 카가치히코의 할배도모두 나에게 주인을 맡기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주인이 너는 최후의 결전에 따라가지 않아도 되니 과거로 가라고 했어. 그럼 당연히 가야지."
    "......
    ! 아아, 그러셔!"

     
    이를 꽉 악물며 주먹을 불끈 쥐는 크레슨그런 크레슨과 나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미래의 크레슨. 한쪽 팔을 잃고, 한쪽 눈을 잃고, 모든 것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온 그의 눈에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비칠까처음 만났을 때 한 팔로 끌어안고 꼭 껴안아 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
    어서 가자,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
    "
    맞다! 제대로 미래의 주인한테서 지도를 건네받아왔다고!"

     
    마왕의 봉인된 땅, 치트 전이자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왕국, 기타 여러 가지 정보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는, 미래의 우리가 만들었다는 전자기기에서 메가미츠의 핸드폰으로 그 정보를 다운로드한다.

     
    솔직히 내가 화를 낼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치트 환생자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는 거니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을 이번에는 내가 당할 차례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미래는 역시 싫다.

     
    그러니 바꿔버리자. 미래의 내가 그렇게 결심한 것처럼 나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결심하자. 한통속이라고 욕을 먹어도 좋고, 조롱을 받아도 좋다. 언젠가 정말 보복을 당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 남아있다면, 나는, 내가, 우리가 행복해질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

    "
    셰리빅투루유 호는?"
    "
    이미 골드 저택 상공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굿잡. 일처리가 빨라서 다행이야."
    "
    저도 아직 가동을 끝낼 생각이 없기 때문에."
    "
    좋아!!! 가자고 주인!!"
    "
     내가 할 말을 니가 하는데!!"

     
    한 손으로 능숙하게 나를 어깨에 메고서 낄낄거리며 웃는 미래의 크레슨투덜거리면서도 목과 팔을 풀며 의욕을 불태우는 크레슨. 경건하게 인사를 하는 셰리.

    "
    그럼 가볼까?"

    평화로운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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