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도 가만히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스승님과 로건 님이 살해당하자, 이그니스 폐하는 길길이 화를 내며 빅투루유호에 탑재된 클린 핵미사일을 모두 적국에 투하했다. 하지만 치트 전이자의 치트 배리어에 의해 전부 무사히 막힌 것에 인내심에 한계에 달한 그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달을 떨어뜨렸다]
"미안, 뭐라고?"
[달이야, 달. 너, 전에 달에다가 황금의 악신상을 놓아뒀지? 스승님이 살해당하자 갑자기 [복수 따위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 슬픈 일, 이제 그만하자. 죽은 할아버지도 분명 복수 따위는 원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게 되자 화를 낸 린도와, 마마이트 제국을 무참히 멸망시킨 이그니스 폐하와, 악덕 상회의 수장을 처단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아빠를 죽인 내가 결탁해서 적국에 달을 떨어뜨린 거다. 역시 달이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니, 기습을 한 게 주효했던 거지]
"그래 놓고도 잘도 세계가 멸망하지 않았구나......"
[아니, 멸망은 했어. 녀석들이 수컷 한 마리 암컷 열한 마리 정도의 비율로 집단 교미를 하는 동안 달이 떨어진 영향으로 치트 전이자와 그 동료 여자애들만 빼고 모두 사라졌지만, 뭐, 전 세계가 난리가 났고, 이대로라면 세계 멸망은 시간문제!!라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거지!!!]
와하하하하하!!!라며 호쾌하게 웃는 크레슨에게 경련을 일으키는 미소를 주면서, 나는 그의 팔에 안긴 채 입체 영상 속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달이라고, 달! 그 달을 지상에 떨어뜨린다는 건 미친 짓이야. 아니, 복수에 미쳐버린 인간이란 정말 제정신이 아니겠지만 말이야.
뭐, 미래의 내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흔히 복수는 무의미하다거나, 복수를 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식의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복수는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거니까. 소중한 사람을 앗아간 놈이 태연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신적으로 큰 지장이 있을 거고, 그런 놈은 또 어디선가 똑같은 짓을 해서 비슷한 비극을 낳을지도 모르니, 깔끔하게 보복해서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게 최선인 것 같아. 응.
[자신과 하렘 요원은 지킬 수 있어도 그 주변이 잔해더미로 변해버리면 어쩔 수 없는 일. 분노한 치트 전이자와 그 하렘 군단과의 싸움에서 이그니스 님과 린도, 그리고 셰리도 죽었지만, 어떻게든 네 명이서 대결을 펼칠 수 있었어. 하지만 나도 치트 녀석의 최후의 반격으로 치명상을 입어 버렸어. 투사되는 입체 영상은 아바타라서 깔끔하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내 실제 모습은 이미 너덜너덜해졌어. 얼굴만은 원래부터 엉망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친 목소리에 반비례하듯 웃고 있는 미래 나의 홀로그램.
[어떻게든 치트 전이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지불한 희생이 너무 컸어. 달을 떨어뜨린 것은 유효타가 되었지만, 덕분에 지구는 초토화됐어. 전쟁은 이겨도 죽은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게다가 이번에는 우리가 세계의 적이 되어 버렸어.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오크우드 박사와 멀린 교장님과 협력하여. 세 사람이 함께 연구하던 시간 역행 마법을 시간속성 엘레멘트의 최적합자인 린도의 시체를 사용해서 어떻게든 완성시켰다. 정말 간신히 완성했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피를 토하는 듯한 탁한 물소리가 작게 실내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미래의 내 아바타에 변화는 없었다.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크레슨을 보내기로 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여유를 부릴 만큼의 여유도 없을 거다. 약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아마 이 크레슨이 네게 도착한 후 대략 7일 정도 지나면 그 전이자가 소환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지. 하지만 너는 다르다. 지금이라면 아직 모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