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3 토마슨 추기경(1)
    2023년 03월 11일 01시 36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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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천기사 왕국의 왕도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답고도 친근한 도시였다.

     푸른 산맥에 둘러싸인 도시는 육각형 모양으로 잘 정돈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왕도 중앙에 위치한 것은 기사왕이 있는 거성(居城)인데, 여러 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다.

     거성 근처에 있는 것이 왕도 교회다.

     이곳은 '대성령 예배당'이라 불리는데,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있는 총본산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대성령 대성당'은 말 그대로 교회 제2의 성지인 추기경의 저택인 것이다.

    "지나가는 자들, 멈춰라"

     리비에라 씨를 필두로 논 씨, 미미노 씨, 그리고 내가 '대성령 예배당'에 도착하여 입구까지 긴 돌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한 광천기사 왕국, 얼룩 하나 없는 하얀 돌계단.

     그런 곳에서 수도복이 흐트러진 채로 가는데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방금 전 마차에서 내리니 주변이 시끌벅적했었고.

    (리비에라 씨는 정말 교회 관계자인 걸까?)

     라고 내가 몇 번째인지 모를 의문을 품었을 때, '대성당'을 수호하는 성전 기사가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풀 페이스의 철제 가면에 쥐색 광택이 나는 체인메일. 앞치마는 주홍색과 흰색을 조합한 것으로, 얼룩은커녕 자수가 해진 흔적도 없었다.

     일반적인 기사와 다른 점은, 성전 기사는 칼을 들고 있지 않고, 석장을 들고 있으며 허리춤에 메이스를 차고 있다는 것이다.

    "뭐야~ 토마슨 추기경과 얘기할 게 있어서 온 건데~ 오히려 이쪽이 불려 온 거라니깐~"
    "...... 추기경 예하께서?"

     신전 기사들이 얼굴을 마주 본다.

    "그 증거는 있는 거야?"

     믿어주지 않는구나, 리비에라 씨 .......

     이 사람, 교회 조직에서 꽤나 큰 인물 아니었나?

    "증거? 그런 건 추기경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추기경 예하께서는 바쁘신 분. 혹여나 실수로 ......"

     라며 신전 기사가 대응하기 곤란해하고 있자,

    "오...... 리비에라 님. 연구동에만 계시던 당신이 본당에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그때, 건장한 체격의 성직자가 다가왔다.

     나이는 40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왼손에는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납작한 얼굴에 구슬을 박아 넣은 듯한 푸른 눈동자가 심술궂게 리비에라 씨를 쳐다보고 있다.


    "레, 레그산 사제님."

     신전 기사들이 경례를 하고 논 씨가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하는 걸 보니, 이 분도 꽤나 대단한 분인 것 같다.

    "토마슨 추기경을 만나러 왔어~"
    "...... 추기경 예하께서 당신을? 실례지만 뭔가 착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똑같은 말, 방금 들었거든."
    "흠. ...... 너희들, 이제 됐다. 이 사람은 연구동에만 있으니 몰랐겠지만, 리비에라라고 하는 공부(工部) 사제의 수장이다."
    "!"

     신전 기사들이 서둘러 리비에라 씨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니, 공부 사제들의 수장이라는 직책은 확실히 대단한 것 같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도 되지~?"
    "ㅡㅡ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이 상태로는 안에 들어가서 신전 기사와 마주칠 때마다 뭐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럼 통보해. [리비에라가 왔으니 통과시켜]라고."
    "그건 좀 어렵습니다. 당신만을 위해 성전 기사가 있는 것이 아니니, 그냥 당신이 그 복장을 고치면 문제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내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면 큰 문제거든~!"

     복장을 고치면 통과할 수 있다면 나 같으면 금방 고칠 텐데.......라고 생각하던 나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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